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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3월 21일 발표)에 대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글을 보내와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인사하고 있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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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9일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아래 IPCC)는 제6차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에 관한 섬뜩한 경고를 내렸다. 향후 10년이 지구의 존폐가 달린 '골든 타임'이고, "10년간의 기후행동이 다가올 수천년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IPCC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 상승을 1.5℃로 묶어두기 위해서는 남은 온실가스 배출허용량은 5000억 톤 수준인데, 이미 한 해 동안 600억 톤가량이 배출되고 있어 2030년께엔 6600억 톤까지 누적배출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지구와 인류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등장한 셈이다. IPCC는 기후위기대응 투자비를 현재 수준보다 3~6배 늘려야 한다고 제안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런데 IPCC 과학자들의 보고서가 나온지 불과 이틀 뒤인 3월 21일에 나온 윤석열 정부의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아래 탄소중립기본계획, 탄기본)'은 우리를 경악케 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계획을 수정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공언과 다르게 가장 과학적인 보고서와는 정반대의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25%만 줄일 테니 나머지는... 차기 정부가 줄여라?
 
ⓒ 김성환 의원실 제공
 
탄기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의 임기 때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무책임한 계획을 내놨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수립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목표를 수용했지만, 자신의 임기 4년간은 전체 감축량의 25%(약 5000만 톤)만 줄이고, 나머지 75%(약 1억5000만 톤)는 다음 정부가 3년간 줄이는 것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차기 정부로 짐을 넘기다보니 윤 정부 임기 내 감축비중은 2018년 대비 연간 평균 1.99%p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차기 정부는 연평균 9.29%p를 줄여야 하고, 마지막 해인 2030년에는 1년 동안에 17.6%p(9300만 톤)나 줄여야 하는 허황된 목표까지 나왔다. 시간이 없다는 과학자들의 경고에 '난 모른다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라'는 태도 어디에서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과학"과 "합리"를 찾을 수 있을까?

국내 산업경쟁력의 기반마저 뒤흔들 희대의 오판

산업부문 감축목표를 예전보다 낮춘 것도 윤석열 정부가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부문의 감축목표가 당초 14.5%에서 11.4%로 3.1%p나 줄어들었다. 산업부문에 준 혜택은 고스란히 발전부문과 국제감축 부담으로 전가됐다. 결국 국민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문별로 줄여야 하는 비중을 보면 산업부문 특혜는 더욱 도드라진다. 2023~2030년사이에 폐기물은 39.7%, 수송 34.9% 발전 34.6%, 건물 26.5%, 농축수산 21.4%를 줄여야 하는 반면, 산업부문 감축률은 10%에 불과하다. 
 
ⓒ 김성환 의원실 제공
 
전세계는 이미 기후위기를 둘러싸고, 기후피해를 줄이는 한편 녹색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성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2022년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해 자국 생산 온실가스 감축 수단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북미 시장을 지키려면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 IRA가 발효된지 얼마 되지 않아 세계적인 태양광 기업인 한화솔루션이 미국에 3.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EU의 움직임은 더욱 심각하다. 조만간 '탄소중립산업법(NIA)'와 '핵심원자재법'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고, 온실가스 배출사업체들에게 국경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올해 10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26년에는 전면 도입된다. 국내 감축량이 없으면 유럽에 국경탄소세를 지불하고서야 수출이 가능해진다. 기업들이 늑장을 부릴 이유가 없다. 

상황이 이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감축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는 국내 산업경쟁력의 기반마저 붕괴시킬 신호탄이 될 것이다. 지금은 산업부문 감축목표를 축소하는 게 아니라 산업부문이 조기에 온실가스 감축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이 한국판 IRA법인 '탄소중립산업지원법'을 발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축목표 달성 가능성은 내 알 바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계획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과 같은 기술적 감축 수단들에 대한 의존도도 지나치게 높다. CCUS는 전문가들조차 기술적 완성도도 낮고 탄소저장 공간도 마땅치 않아 조기 실용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방안이다.

미국의 씽크탱크인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탄소포집처리 기술은 지난 50년간 시도되고 있지만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하는 중"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기술적 완성도가 '저장(storage)'기술보다 낮은 '활용(utilization)'은 2040년 대에나 적용가능한 기술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전세계적으로도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CCUS를 2026년부터 적용해 2030년까지 1100만 톤을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 김성환 의원실 제공
 
수소 역시 마찬가지다. 수소는 기술적 성숙도도 높고 지금도 활용되고 있지만, 화석연료에서 추출하는 그레이수소는 오히려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가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수소정책은 온통 그레이수소뿐이다. 온실가스가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국제감축 역시 변수가 많아서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해외사업이 UN이 인정하는 감축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고, 변수관리가 어려워 실제로 목표한 만큼의 감축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해당 국가 역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감축량에 포함시키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국제감축에서 2030년 한해만도 3700만 톤을 줄이겠다고 내놨다.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행동할 시간이다

독일의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MCC)가 제작한 기후시계에 따르면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로 막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6년 3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가 차기 정부로 폭탄을 떠넘긴다면 그 위력만 강해질 뿐이다.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를 구축하려면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를 조기에 보급하고, 녹색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기본계획은 탄소'위기'기본계획에 불과하다. 조속히 전면 개정돼야 한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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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성환씨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전 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실행위원장)입니다.


태그:#탄소중립기본계획, #탄소중립, #기후위기,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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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까지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일했습니다. 그전에는 노원구의원과 서울시의원을 했구요. 대통령 비서실에서 보고 배운 것이 많지만, 대통령의 비서로서 하지 못했던 생각을 오마이 뉴스 식구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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