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손흥민의 장점을 멋지게 살려낸 것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스트라이커의 존재 가치를 극대화시키지 못한 점과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비슷한 패턴으로 내리 2골을 내준 집중력 부족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신임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4일(금) 오후 8시 20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2로 아쉽게 비겼다.

손흥민 2골, 전반전까지는 좋았는데
 
 2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콜롬비아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이 2-2 무승부로 끝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골을 기록한 손흥민과 인사하고 있다.

2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콜롬비아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이 2-2 무승부로 끝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골을 기록한 손흥민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 감독이 주문한 대로 우리 선수들은 게임 초반부터 빠른 템포의 게임 운영을 펼쳤다.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는 스트라이커 조규성을 맨 앞에 두고 주장 손흥민이 그 주변에서 프리 롤로 움직였다. 작은 정우영과 최근 분데스리가 FSV 마인츠 05에서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는 이재성까지 빠르면서도 높은 수위의 압박을 펼친 것이다.

그 효과가 게임 시작 후 9분 56초만에 첫 골로 나타났다. 콜롬비아 골키퍼 카밀로 바르가스와 왼쪽 풀백 호안 모이카가 공을 주고받는 타이밍에 맞추어 우리 선수들이 돌아설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강한 전방 압박을 펼쳤다. 호안 모이카의 왼발 패스가 이재성의 발끝에 걸려 공 진행 방향이 바뀌었고 손흥민은 상대 골키퍼 바르가스가 골문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왼발 슛을 부드럽게 꽂아넣었다.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 넘치는 게임 운영을 펼치며 콜롬비아를 일방적으로 몰아세웠다. 역시 그 중심에 손흥민과 황인범이 있었다. 38분에 황인범의 스루패스가 손흥민에게 도달하는 순간 카를로스 쿠에스타의 반칙이 나왔고 줌페이(일본)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VAR 시스템으로 확인한 결과 파울 지점이 페널티 에어리어 밖이라고 해서 프리킥으로 바뀌고 말았다. 

김진수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들어와 뛰게 된 이기제의 왼발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고 말았지만 전반전 추가 시간에 더 아름다운 프리킥 골이 나왔다. 전반 추가 시간 1분 18초에 손흥민의 오른발 감아차기 프리킥이 약 25미터 떨어진 콜롬비아 골문 왼쪽 구석으로 뚝 떨어지며 빨려들어간 것이다. 콜롬비아 수비벽을 쌓은 호안 모이카와 케빈 카스타뇨 사이를 빠져나가는 궤적이 압권이었다.

하프 타임이 끝나고 후반전을 시작한 콜롬비아는 다른 팀으로 변신한 것처럼 놀라운 집중력으로 내리 2골을 따라붙었다. 후반전 시작 후 1분 4초만에 우리 축구팬들에게도 낯익은 콜롬비아 주장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왼발 인사이드 슛이 벼락같이 굴러들어갔다. 오른쪽 끝줄 바로 앞에서 김민재를 등진 디에고 발로예스가 중심을 잃어가면서까지 꺾어서 밀어준 컷 백 크로스 타이밍이 좋았다. 우리 팀 다른 수비수들이 김민재를 너무 믿고 있다가 발로예스의 컷 백 크로스를 아무도 따라가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가 뛴 왼쪽 구멍이 더 커지기 전에 날개 공격수 나상호를 들여보내 측면 수비 지원 역할까지 맡겨 급한 불을 끄기는 했지만 역전골 위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69분에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왼발로 감아올린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라파엘 보레의 헤더 슛이 크로스바를 스치며 넘어간 것이다. 

이처럼 전반전은 한국이, 후반전은 콜롬비아가 게임 흐름을 휘어잡은 꼴이 된 것이다. 손흥민을 더 멋지게 활용하는 게임 운영은 성공했지만 그 앞에 뛰는 스트라이커의 존재 가치를 더 높이지 못했다는 점은 클린스만 신임 감독의 숙제가 된 셈이다.

60분을 먼저 뛰고 벤치로 물러난 조규성은 시원한 슛을 날릴 기회조차 잡지 못했고 남은 시간 그 역할을 맡은 오현규는 88분에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왼발 슛을 날리기는 했지만 콜롬비아 수비수 다니엘 무뇨스가 골 라인 바로 앞에서 이를 막아내고 말았다.

이제 우리 대표팀은 오는 28일(화) 오후 8시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일본과 1-1로 비기고 들어오는 우루과이와 만나게 된다.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3월 24일 오후 8시 20분, 울산 문수경기장)

한국 2-2 콜롬비아 [득점 : 손흥민(9분 56초,도움-이재성), 손흥민(45+1분 18초) / 하메스 로드리게스(46분 4초,도움-디에고 발로예스), 호르헤 카라스칼(49분 2초,도움-다니엘 무뇨스)]

◇ 한국 선수들
FW : 조규성(60분↔오현규)
AMF : 정우영(60분↔이강인), 손흥민, 이재성(69분↔나상호)
DMF : 황인범, 정우영(69분↔손준호)
DF : 김진수(24분↔이기제),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
GK : 김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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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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