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05 07:16최종 업데이트 23.09.0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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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월 2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4년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예산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본격적인 예산 정국에 돌입했다.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심의·의결 시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은 언론과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발표한 것은 홍보자료에 불과하다. 따라서 656.9조 원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일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실제 9000건에 가까운 국가사업은 설명서만 수십만 페이지에 이른다. 일단 홍보자료의 행간으로 더듬어 볼 뿐이다. 이후 예산서가 제대로 공개되면 더 많은 사실확인과 논쟁이 시작될 것이다. 먼저 세 가지 사실관계부터 확인해 보겠다.

재정건전성 악화 예산

첫째, 건전재정 기조라기보다 재정건전성 악화 예산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는 확장재정이었고 현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라는 프레임을 반복한다. 하지만 재정적자라는 차원에서는 여전히 재정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 정부 첫 예산인 2023년도 예산안보다 적자 비율과 적자액이 크게 증가했다. 사회보험을 제외하는 관리재정수지만 해도 –2.6%에서 –3.9%로 증가했다. 재정 준칙을 통과시키기 위해 3%를 반복해 왔던 정부는 아무런 해명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예산이 2.8% 증액인 긴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입은 –2.2% 감소했다. 5%나 더 지출하는 셈이다. 긴축은 적게 쓰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입보다 적게 쓰는 경기조절 정책을 이야기한다. 말과 숫자가 서로 다르다.

원인은 감세와 경기 부진이다.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논리를 폈으나 이미 기획재정부도 법인세 감세만으로도 30조 원이 감소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증명되지 않는 철 지난 '낙수효과' 타령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올해부터 이미 시작된 감세가 5년동안 최소 89조 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경기 부진을 감안하더라도 감세라는 더 큰 요인을 직시하고 세법 개정안 유보 등 현실을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2024년 예산안은 긴축적이지 않다. 축소예산이다. 재정의 기능은 자원배분과 소득분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조절이 있다. 따라서 어려울 때는 적극적인 재정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평시에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것은 위급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위급한 코로나 위기에도 사용하지 않고, 최악의 경기 불황에도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재정건전성은 수단이고 목적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수단을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우려되는 R&D 예산 감소와 SOC 예산 증액

둘째, 연구·개발(R&D)을 줄여 사회간접자본(SOC)을 늘리는 지출구조조정이다. 더구나 재정 정상화를 위한 지출구조조정은 확인할 수 없다. 정부는 23조 원의 지출구조조정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2년 연속이라고 한다. 그런데 무엇을 구조조정 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출구조조정 리스트를 발표하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다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예산은 정치다. 정치란 자원의 권위적 배분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대화와 타협, 그리고 투쟁을 통해 예산 금액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소수의 엘리트가 알아서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 전제는 투명한 정보공개이다. 사실을 확인해야 합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나마도 예산안이 제출되면 결국 알게 된다. 한두 주 미루는 것은 이때만 반짝 관심을 갖는 언론의 행태를 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이렇게 구조조정으로 줄인 예산을 꼭 필요한 분야에 재투자한다고 했다. R&D 예산 감소와 SOC 예산 증액은 매우 우려된다.

2024년 국가 R&D 예산은 전년도 31조 원에서 25.9조 원으로 16.6% 삭감되었다.  삭감된 금액은 대략 5조 16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의 예산 삭감 규모다. 대한민국의 R&D 예산 분류 이래 단 한 번도 축소된 적이 없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이나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에도 우리나라 R&D 예산은 축소되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국가 예산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율을 5%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2024년 정부 예산 대비 R&D 예산 비율은 3.94%로 30년 전으로 회귀했다. 

반면 올해 크게 감소했던 SOC 예산은 24.9조 원에서 26.1조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전체 예산지출이 2.8% 증가한 것에 비해 매우 크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를 비판하며 SOC 예산을 무려 3조 원이나 감액했었다.

내용을 보면 주로 철도와 항만, 항공에서 증가했다. 수도권GTX, 가덕도, 서산공항 등 지역에서 이슈가 되는 사업들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개발국가 시절의 미래 투자가 SOC였다면 선진국이 된 지금의 미래 투자는 R&D이다. 물론 편성과 운영 과정에 문제가 많다. 많은 예산에 의지하는 좀비기업이 있고 방만한 운영도 있다. 하지만 방향이 맞다면 형식과 내용을 바꾸면 된다. 더구나 R&D까지 줄이는 긴축을 하면서 그나마 늘린 예산이 SOC라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우려된다. 재정을 걱정하는 이들이 증액을 바라는 R&D는 줄이고 줄이기를 바라는 SOC는 늘리는 꼴이다.

정치적 수사와 전시성 정책 아닌 과감한 정책 필요
 

2022년 8월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취약계층 생존보장, 복지 사각지대 해소, 복지예산 및 복지인력 확대, 제시민사회노동종교 단체 및 대표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취약계층 생존보장, 복지사각지대 해소, 국민복지예산 전면 확대, 공무원 복지인력 확대 등을 촉구했다. ⓒ 권우성


셋째, 약자복지는 착시현상이다. 이번 예산안은 약자복지를 내세운다. 선별복지를 약자복지라는 표현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복지부분은 7.5% 증가한 16.9조 원이나 증액되었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착시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약자복지 등을 모토로 선별복지를 강조했다. 실제로 양적으로도 가장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예산은 대상자의 숫자와 액수로 봐야 한다. 대부분 유리한 숫자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속내를 보면 다르다. 주요 증액은 조 단위만 해도 국민연금급여 7.1조 원, 기초연금 1.6조 원, 기초생계급여 1.6조 원, 주택구입 전세자금 1.9조 원, 부모급여 1.2조 원, 신종감염병관련 1.2조 원,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1.2조 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굳이 약자만을 지원하는 예산이라고 한다면 기초생계급여일 것이다. 그런데 증가하는 인원은 4.5만 가구에 불과하다. 전체 3% 정도의 기초수급자 숫자를 고려하면 0.1%대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보험이 전체 복지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공적연금과 4대 보험이 100조 원을 넘는다. 따라서 빈곤층 중 극소수를 선별 지원하고 대부분의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약해 복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실제로는 사회보험에 가입된 중산층과 부유층이 더 많은 복지예산을 가져가는 구조이다. 

물론 일부 과감한 투자가 있다. 부모급여 등은 긍정적이다. 모토로 내세운 성장보다 인구라는 방향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대상자가 적거나 액수가 적거나 하는 문제가 보인다. "찔끔 복지"라는 비판이 있다. 안 하는 것은 없는데 조금씩밖에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치적 수사와 전시성 정책에 머무르지 말고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2024년 예산 시즌, 이제부터 시작

다음은 두 가지 우려다. 첫째, 이 숫자를 믿을 수 없다. 세수 추계의 오류 때문이다. 아직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도 발표하지 않았다. 다음 주에나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확하지 않은 올해 숫자를 기준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한 셈이 된다. 

둘째, 약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강화될 공산이 크다. 지출구조조정을 할때 우선 고려하는 것은 저항이 적은 곳들이다. 복지를 줄이기 어려운 이유도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R&D는 공공기관이 많다 보니 저항이 적어 줄였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또 하나 지방재정에 대한 대책이 안 보인다. 지방재정에서 중요한 교부세가 75.2조 원에서 66.7조 원으로 11.3%인 8.5조 원 줄었다. 지방교부세가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또한, 지방채 인수를 100억에서 2.6조 원으로 늘렸다. 적게 주고 빚을 늘리는 유인정책이다. 지방재정의 타격은 지방, 특히 비수도권에 클 것이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방정책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더군다나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지방세도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고려해야 한다. 2024년 예산 시즌, 이제부터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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