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대표팀을 지휘했던 황선홍 감독

U-23 대표팀을 지휘했던 황선홍 감독 ⓒ 대한축구협회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 진출권 획득에 도전했던 대한민국 U-23 축구 대표팀이 충격적인 탈락으로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권 획득에 실패했다.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고 그 여파는 상당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은 지난 4월 카타르에서 열렸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파리 올림픽 진출권을 두고 펼쳐졌던 이번 대회는 3위까지 직행 본선 진출권이 주어졌으며 4위를 기록한 팀에는 아프리카 대회에서 직행에 실패한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만 했다. 즉 우리 대표팀은 파리 올림픽 진출을 위해서는 최소 4위 안에는 들어야만 했다.
 
대표팀의 출발은 괜찮았다. B조에 속했던 우리 대표팀은 중동 복병 UAE(아랍에미리트)를 1-0으로 제압한 이후 중국을 만나 0-2로 제압하며 2연승 및 토너먼트 조기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숙적' 일본을 만났던 우리 대표팀은 완벽하지는 않았으나 1-0 승리를 거두며 조별리그 무실점 달성과 함께 3전 전승으로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했다. 경기력 적으로는 깔끔하지 않았으나 1차 목표 달성에 성공했던 우리 대표팀을 8강에서 기다린 상대는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였다.
 
비교적 수월한 상대로 평가받았던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으나 상황은 어렵게 흘러갔다. 전반 15분 선제 실점 후 전반 막판 상대 자책골로 균형을 맞췄으나 이후 곧바로 실점했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중반 교체 투입된 이영준이 퇴장을 기록하며 악재가 겹친 대표팀은 정상빈이 동점 골을 기록하며 균형을 맞췄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대표팀은 승부차기 접전 끝에 결국 10-11로 패배하며 무릎을 꿇었다.
 
'시스템 개선' 외친 황 감독, 협회도 반성해야 한다
 
충격적인 탈락이었다. 한 수 전력으로 평가받던 인도네시아에 탈락을 기록하며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으며 2개 대회 연속 8강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김지수(브렌트포드), 배준호(스토크시티) 등과 같은 주요 전력들이 소속 팀 차출 반대로 합류하지 못했으나 기존 대표팀 전력을 생각하면 최소 준결승까지는 도달했어야 한다.
 
이미 올림픽 진출은 좌절됐다. 물을 엎질러졌고 다시 담을 수는 없다. 충격적인 패배 속 황 감독과 대표팀은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싸늘한 분위기 속 인터뷰에 응했던 황 감독은 탈락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 우리 선수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했다. 비난보단 격려를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 시스템과 관련해 지적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라며 "제가 2년 정도 U-23 팀을 맡으면서 느낀 점은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모두를 다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 같이 노력해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 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금 시스템은 이에 맞지 않다. 연령별 대표팀은 반드시 4년 주기로 가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황 감독의 발언에는 일리가 있다. 황 감독이 U-23 대표팀에 취임한 시기는 2021년 9월이다. 당시 황 감독에 맞춰진 초점은 파리 올림픽이 아닌 2023년 연기되어 개최되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었다. 결국 황 감독은 취임부터 올림픽보다는 아시안 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아시안 게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으나 황 감독에게는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아시안 게임을 준비하며 올림픽 대표팀 업무도 겸임했으나 2023년까지는 아시안 게임에 초점을 맞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이번 카타르 U-23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기간은 6개월도 되지 않았으며 지난 3월에는 아시안컵 대회를 앞두고 협회가 황 감독을 A대표팀 임시 감독직에 선임하며 올림픽을 준비할 기간이 극도로 단축됐다. 임시 감독 선임 후 올림픽 진출 실패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태국전 1승 1무의 성적과 동시에 펼쳐진 U-23 대표팀의 서아시아연맹(WAFF) U-23 대회 우승으로 잠잠해졌다.
 
이후 조별리그 3전 전승과 함께 협회 주도 아래 황 감독의 '투 트랙' 전술은 맞아떨어지나 싶었으나 결국 실패했다. 황 감독은 부임 후 약 3년 동안 올림픽 대표팀 업무와 아시안 게임 대표팀 업무를 분담하며 감독직을 수행했고 결과는 처참했다. 황 감독은 "아시안 게임 성적에 따라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 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저도 작년 9월 아시안 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4월 U-23 아시안컵에 초점을 맞췄는데, (아시안컵)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았다. 몇 개월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황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올림픽'에 맞춘 연령별 대표팀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아시안 게임은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아시안 게임이 병역 혜택과 관련해서 중요성이 높아지자, 올림픽 대표팀 업무는 잠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웃 '일본'을 봐도 아시안 게임에 목적성을 두는 것이 아닌 올림픽 대회를 중점적으로 두고 연령별 대표팀을 육성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결승전에서 대표팀에 2-1로 무너졌던 일본이었으나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인식했고 결과적으로 올림픽 본선에서 대회 4위를 기록했다. 현재 아시안컵에 참가하고 있는 일본 대표팀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합을 맞추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조별리그에서 우리에 패배를 기록했으나 현재 결승전까지 도달하며 8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 도쿄 올림픽 이후 파리 대회를 중점적으로 맞춰 대표팀 육성에 성공했고 이는 결실로 드러났다.
 
반면 우리 대표팀은 당장 눈앞에 있는 결과물에만 집중했다. 물론 병역 혜택과 관련해 아시안 게임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으나 협회에서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장기적이고 큰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기에 이런 참사가 났다. 현재 A대표팀 역시 철학과 확실한 전술을 추구했던 파울루 벤투(UAE) 감독이 떠난 이후 최악의 내리막길을 걸으며 휘청이고 있다.
 
결과는 명확하게 나왔다. 협회가 추구하던 철학, 방향성 역시 틀렸다는 것이, 명확하게 입증됐다. 비록 탈락으로 쓴잔을 마신 황선홍 감독이지만 그가 던진 화두는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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