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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일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일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독수리의 '독'은 대머리 '독(禿)'자이다. 때문에 '대머리 독수리'는 '역전 앞'처럼 겹말이라서 틀린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협의의 독수리(Vulture)를 광의의 수리(Eagle)와 혼동하지만, 실제로 독수리는 하늘의 사냥꾼이 아니라 머리에 털이 없는 방향으로 진화한 청소부 맹금류를 가리킨다. 독수리는 생존을 위해 썩은 사체를 주로 파먹는데, 머리에 상한 피나 부산물이 들러붙어 감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머리 쪽 깃털이 사라진 것이다.

살모사는 말 그대로 '어미(母)'를 '죽인다(殺)'고 해서 살모사이다. 이는 살모사의 생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시기에 지어진, 다소 억울한 이름이다. 난태생인 살모사는 암컷이 몸 안에 알을 낳고 지니다가, 새끼가 어미의 몸 안에서 부화해 태어난다. 이를 보고 갓 태어난 새끼가 어미를 해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 새끼가 어미를 잡아먹는 일은 없다. 적당한 시기까지 어미 곁에서 자라던 새끼는 이후 독립해 스스로 삶을 영위한다.

갑자기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독수리와 살모사의 생태에 대해 언급한 건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때문이다. 여의도에서 이른바 '살모사 프로젝트'라는 '지라시'가 돌면서, 어느 순간부터 살모사가 한동훈 대표를 상징하는 동물처럼 되어버렸다. 한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가 되기 위해 자신을 키워준 윤석열 대통령을 해칠 것이라는 게 해당 지라시의 골자다. 사실상 용산과 차별화에 나서며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란 해석이 주류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직전까지였다. 이후 한 대표의 살모사로서의 정체성은 희미해졌다.

총공세로 맞선 친윤계, 저자세였던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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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이후 한 대표가 갑자기 '로우 키(Low Key)'로 돌아선 것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용산과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여당 내 야당' 역할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있었고, 특별감찰관 등 당장의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당 내분이 계속되는 건 좋지 않다는 여권의 우려도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친한계 역시 기자회견 직후 불만족스러웠던 기류를 털어내고 메시지의 '톤 앤드 매너'를 조절했다. 용산도 이에 호응하며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문제의 공간을 열어줬다. 김 여사의 공개 활동을 축소하고,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지목된 인사 일부의 교체를 예고했다. 그렇게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휴전 협정이 맺어진 듯 보였다.

그러나 이는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기자회견 직전에 불거진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을 친윤계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결국 언론의 주요 의제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당내 여론 지형이 뒤집어졌다. 친윤계의 공세는 거셌고 친한계의 방어는 급급했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 등은 원외에서 여론을 조성했고, 원내 친윤계 인사들은 당 지도부 회의 시간과 라디오 인터뷰, SNS 등을 활용해 연일 불을 붙였다.

친한계는 당무 감사 대신, 논란이 된 1000여 건의 당원 게시판 글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들고나오며 반발했다. 한 대표와 배우자 등 가족 명의로 작성된 글 1068건 중 동명이인 '한동훈'이 쓴 글은 161건이고, 그 중 윤 대통령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게시물은 12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가족 이름으로 쓰인 나머지 907건 중 463건은 단순히 정치적인 견해를 표현한 글이고, 250건은 언론사의 사설이나 기사를 가져온 글이었으며, 한 대표를 향한 격려성 글이 194건이었다고 반론을 폈다.

다만 가족의 이름으로 쓰인 글이 동명이인이 쓴 글인지, 아니면 실제 한 대표의 가족이 쓴 글인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전수 조사 결과가 여러 매체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보도되자, 친윤계는 이 점을 물고 늘어지며 사실상 총공세로 대응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인 강승규 의원은 물론이고, 용산에서 국회로 돌아온 이후 현안에 대해 일절 말을 섞지 않았던 김은혜 국회의원마저 "매사 똑 부러진 한동훈 대표는 어디로 갔느냐"라며 "그래서 가족이 썼다는 건가, 안 썼다는 건가"라고 SNS로 따져 물었다.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나경원 의원 또한 같은 날 "책임 있는 당 대표라면 이 의혹에 대해 물타기 조사만 할 것이 아니라 가족 명의에 대해서 사실을 밝히고 그것이 맞다면 당장 사과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명태균'까지 언급하며 강공

그러자 '런동훈'이라는 멸칭까지 붙었음에도 관련 지적에 말을 아끼던 한 대표가 강공으로 돌아섰다.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전 의원과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였고,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는 작심한 듯 기자들 앞에서 날을 세웠다. 친윤계의 파상공세를 '정치 공작'으로 규정했다(관련기사: 국힘 당게 논란, 공개 충돌...한동훈 "명태균 이슈 덮으려고 제기"). 살모사의 모습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여기에 한 대표는 본인이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명태균'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날 한 대표는 공개회의 시간에도 "여론조사 경선 개선 TF를 만들겠다"라며 "여론조사가 공정하고 왜곡되지 않게 진행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번 명태균씨 사안에서 그 문제점과 취약점이 많이 드러났다"라고 지적했다. 백브리핑 때도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을 겨냥해 '명태균 리스트'와 관련 있는 이들이 불리한 이슈를 덮으려고 의혹 부풀리기를 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꼬집었다.

친한계 인사들도 일제히 입을 맞추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시간에도 최고위원이 아닌 친한계 당직자들이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다른 원내 당직자가 반박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사냥할 것인가, 사냥당할 것인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이 11월 14일 서울공항에서 페루 APEC정상회의와 브라질 G20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 환송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이 11월 14일 서울공항에서 페루 APEC정상회의와 브라질 G20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 환송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당원 게시판 논란의 흐름은 친윤계의 의혹 제기→ 한 대표의 소극적 대처와 친한계의 산발적 방어→ 친윤계의 당무 감사 압박→ 친한계의 게시글 전수 조사→ 친윤계의 총공세→ 한동훈 대표를 위시한 친한계의 대반격 순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날 한동훈 대표의 반박에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과 강승규 의원이 재반박에 나서며 친윤계 역시 이대로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일치단결 모양새를 갖췄던 국민의힘이 다시 분열하고 있다.

살모사에서 독수리 그리고 다시 살모사의 시간이 왔다. 그간 한 대표가 기회가 될 때마다 표변했듯, 다음에는 그 안의 정치적 자아 중 어느 쪽이 전면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다. 용산에서 한동훈 대표를 달랠 '미끼'를 던질지, 한 대표 측이 이번에도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받아 먹을지, 아니면 고개를 쳐들지가 관건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용산과 각을 세울 때면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감과 당 지지율도 살아났다. 그가 용산과 일체화하면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회복하지만, 본인의 지지율과 당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의 앞에는 직접 사냥해 얻은 게 아니라 그저 놓여있는 썩은 부산물에 만족하는 독수리가 될지, 스스로 사냥하는 살모사가 될지 선택지가 놓여 있는 셈이다. '칼을 뽑지 않는 조선제일검'은 '물지 않는 살모사'나 다름없다(관련 기사: 조선제일검? 한동훈, 도대체 칼은 언제 뽑나). 물지 않는 살모사는 잡아먹힐 뿐이다.

#국민의힘#한동훈#살모사#독수리#당원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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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2024

곽우신 (gorapakr) 내방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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