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2일 대통령 담화문당신의 독자는 누구입니까 ⓒ MBC 뉴스특보
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다. 시민기자의 글은 편집부의 심사를 거쳐야 기사로 채택된다. 하지만 나는 단지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를 위해 퇴고한다.
글은 혼자 보는 일기가 아니다. 특히 기사라면 더더욱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렇기에 어떻게 하면 독자들의 마음에 닿을지 고민하며 문장을 다듬는다. 퇴고는 내 글에 담긴 진심이 왜곡되지 않고 온전히 전달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2·12 담화문을 보며 퇴고에 대해 생각했다. 그 문장의 독자는 누구일까. 확실한 건 국민 대다수는 아니었다. 퇴고는커녕 최소한의 자기 검열조차 없었던 담화문은 그 안에 숨겨진 교만과 무책임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담화문이 아니라 혼잣말에 가까웠다.
아니, 혼잣말이면 차라리 나을까. 그가 극우 유튜버 세계관에 빠져있다는 소문이 소문이길 바랐는데 아닌가 보다. 이번 담화문에서 그는 대통령의 권한은 무제한이며 야당의 정치는 나라를 해치는 악이라는 논리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그의 독자를 극우세력으로 한정 짓는다면 그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온전히 전달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치에서 진심이 왜곡되지 않도록 말과 문장을 다듬는 일은 중요하다. 퇴고는 단순히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와의 소통 의지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윤석열의 담화문은 퇴고라는 과정조차 거부하며 오히려 불통을 선언한 셈이다. 그가 겨냥한 소수의 지지자 외에 남은 다수 국민의 마음에 그 담화문은 닿을 수 없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핸드폰을 교체했는데 그에게 쓴소리를 하던 사람들은 새 번호를 모른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도 새 번호를 받지 못해서 연락이 아예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텔레그램으로 윤 대통령이 별로 반기지 않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계엄령을 내리기 전의 국무회의는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을 만큼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것 역시 공론화 됐다. 그런데도 '헌법 틀 안에서 대통령 권한을 행사했다'고 윤 대통령은 말한다.
지인 말로는 본인 회사에 외국계 기업의 임원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번 계엄령으로 무기한 연기됐다고 했다. 투자 협업 가능성으로 한껏 고무됐던 회사 분위기는 한순간에 회색빛이 됐다. 그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나와서 '위기 상황 알리고' 라고 말하면 계엄 발표 후의 이 모든 위기는 당신이 보기에 위기가 아니냐고 되묻고 싶다.
윤 대통령이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라는 지시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러나 그는 '국회 해산시키거나 기능 마비시키려는 것은 아니' 라고 담화문에서 밝힌다.

▲대국민 담화 중인 윤석열 대통령 ⓒ 연합뉴스(대통령실제공)
누군가 담화문을 퇴고했다면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을 것이다. 지난번 담화문이 환영받지 못한 게 짧은 시간 때문만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시간만 늘린 담화문을 다시 들고 나왔다. 그에게 정확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뜻일까. 아니면 듣고도 무시한다는 뜻일까. 어느 쪽이든 암담하긴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믿음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금 그 믿음은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외면했고, 우리는 더 이상 그의 말에 기대지 못한다. 탄핵은 그를 벌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다시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게 하는 선택이다. 탄핵은 우리의 분노를 넘어서 다시금 국민이 중심이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약속이다. 14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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