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빛 억새로 물든 민둥산 ⓒ 고광빈
알록달록 물든 단풍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나무만 남은 겨울. 이맘때쯤 강원도 정선에서는 추운 겨울날 생각나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해발 1119m에 위치한 민둥산 정상에 가득한 억새가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 정상에 펼쳐진 억새 평원을 만나보기 위해 지난 20일 강원도 정선군 민둥산을 찾았다.

▲해발 1119m 민둥산 정선에서 내려다보는 억새 풍경 ⓒ 고광빈
민둥산이 '민둥산'이 된 이유를 살펴보면, 과거 있었던 화전 농업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민둥산은 이름 그대로 '민둥민둥'한데, 백두산을 기점으로 한국 방향으로 이어진 태백산맥과 마천령산맥에 둘러싸여 있어, 전체 면적의 80%가 산지로 이뤄진 정선군 내에서도 드문 경우다. 이는 조선 후기부터 이어져 온 화전 농업의 결과물이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지역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화전을 일궈 농사를 지어온 결과 민둥산이 된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민둥한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산 정상에 있는 억새 때문이기도 하다. 1968년 '화전정리법'이 시행된 후 화전경작이 점차 사라지자, 민둥산에는 억새가 자생하기 시작했다. 이후 억새 군락지에 산나물이 많이 자라기 시작했는데, 지역 주민들이 이 산나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매년 불을 놓으면서 나무가 자랄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이처럼 민둥산은 과거 있었던 화전 농업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산이다.
이러한 민둥산은 1년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 펼쳐진 억새
평원이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봄과 여름철엔 초록빛, 가을엔 억새꽃이 만개해 은빛을 띠곤 한다. 겨울엔 다시 꽃이 진 후 노란빛을 띠다 눈이 오면 온 세상이 하얘지기도 한다. 매년 9~11월 민둥산에서 억새 축제가 열리지만,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언제나 방문하기 좋은 곳인 것이다.

▲동굴과 같은 거대한 석회암 함몰 지형 '돌리네' ⓒ 고광빈
또한 민둥산 정상에는 한라산의 백록담을 닮은 '돌리네'라는, 동굴과 같은 거대한 석회암 함몰 지형도 존재한다. 지역 주민들은 이를 '구덕'이라고 부르는데, 이 또한 민둥산의 특색 있는 경관이다.

▲해 질 무렵 민둥산 정선에서 보는 풍경은 더욱 아름답다 ⓒ 고광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