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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들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작품들을 보관, 전시 할 수 있는 '이건희 미술관'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국립 현대 미술관에는 이건희 특별전을 지속해 오고 있다. 2021년에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2022년 과천관에서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2024년 청주관에서 <해외 명작전>, 그리고 전북 도립미술관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선물>이 진행 중에 있다.

<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 미술 명작>전에서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를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 미술 명작>전에서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를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 ⓒ 전사랑

고 이건희 회장이 한국에 남긴 문화 예술 유산은 대중의 문화적 소양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한국 미술 명작> 전시는 특히 매회 예약이 마감될 정도록 인기를 끌었고, 현재 전북 도립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 근 현대 미술 특별전>도 한 달에 2만 천명이 다녀 갈 정도니 말이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관람객은 남녀노소를 불문했다.

2028년에 이건희 미술관이 건립된다면 모네, 피카소, 이중섭, 김환기 등의 작품이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쏟아지는 예술적 단비가 한국에 계속될까? 재벌이 예술작품을 국가에 기증하는 이러한 선례는 한 국가의 문화 예술의 지형도를 탈바꿈시키기에, 계속되길 바라본다.

영국에서는 기업이던 개인이던, 자신의 미술 컬렉션을 국가에 기증하는 것을 넘어 학교나 미술 센터에 기증하는 것이 하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로 자리 잡았다.

 UEA 대학 정원에 있는 헨리 무어의 조각상
UEA 대학 정원에 있는 헨리 무어의 조각상 ⓒ Sainsbury Center

내가 미술에 처음 눈을 뜬 것도 영국 대학의 미술관에서였다. 영국 식료품 대기업 세인스버리(Sainsbury)의 회장 로버트 세인스버리도 미술 애호가이자 컬렉터였고, 그의 컬렉션은 UEA 대학 미술관 '세인스버리 아트 센터'에 기증되었다.

당시에는 영국 시골 학교 미술관이 어떻게 피카소와 드가, 프란시스 베이컨 등과 같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는지 의아했었다. 학교 공원 곳곳에도 헨리 무어, 제이콥 엡스타인과 같은 현대미술 조각들이 세워져 있었다. 그야말로 예술이 녹아드는 환경이었다.

문화 예술의 도시 런던을 만든 이와 같은 기부와 컬렉션 기증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소개하고 싶은 사례는 코톨드 갤러리(Courtauld Gallery)이다.

런던에서 세잔, 마네, 고흐, 쇠라 등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숨은 보석과 같은 미술관 코톨드 갤러리도 직물업자 사무엘 코톨드(Samuel Courtauld, 1876-1947)의 컬렉션이다. 그는 진정으로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을 사랑해, 19세기에 이미 인상주의 미술을 사 모았다. 나아가 그는 지인들을 모아 미술학교를 세우기에 이르렀고, 이 학교의 부속 미술관(코톨드 갤러리)에 소장품을 기증했다.

 코톨드 갤러리. 런던에 간다면 꼭 방문해 봐야할 미술관이다.
코톨드 갤러리. 런던에 간다면 꼭 방문해 봐야할 미술관이다. ⓒ The Courtauld Gallery

코톨드가 세운 미술학교 '코톨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Courtauld Institute of Art)는 명실공히 영국에서 최고의 미술학교로 유명하다. 실기 미술에서부터 미술사, 이론에 이르기까지 , 모든 미술학도가 가고 싶어 하는 학교다. 그런 코톨드 미술학교에 맨튼 재단(Manton Foundation)이 1200만 달러를 기부해 '영국 미술을 위한 맨튼 센터'를 만들기로 했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맨튼 재단은 미국 보험회사로 부를 축적한 에드윈 맨튼(1909-2005)이 설립한 재단으로, 그도 역시 미술 애호가였다. 특히 그는 영국의 풍경화가 존 컨스타블(John Constable)을 좋아했다고 한다.

재단활동은 자식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에 코톨드 미술학교에 부설될 '맨튼 아트 센터'에서는 미술사, 큐레이팅, 미술 비평 분야의 전문가와 예술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특별히 영국 미술을 연구하고, 가르칠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특화될 것이라 하니, 앞으로도 영국은 문화 예술에 있어서는 해가 저물지 않을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이건희컬렉션#런던#영국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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