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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첼로
악기첼로 ⓒ 정무훈

모든 만남은 시절인연

2년간 이어온 첼로 레슨이 끝났다. 정확히 말하면 그동안 가르쳐 주신 첼로 선생님에게 더 이상 배울 수 없게 되었다. 아침부터 첼로 선생님 이야기로 첼로 단톡방이 뜨겁다.

"우리 첼로 레슨 이제 못하는 거야?"
"그동안 레슨을 해 주신 선생님이 멀리 이사 가신다고 하네."
"안 돼! 올해 열심히 해보려고 첼로도 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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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가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레슨 받을 때 빠지지 말고 참석할 걸."
"솔직히 서로 바빠서 그동안 다 같이 레슨 받은 적은 몇 번 안 될 거야."
"그래도 가끔 하는 첼로 레슨 받는 시간이 일상이 낙이었는데 이제는 어쩌지?."
"방법을 찾아 봐야지 뭐."

갑자기 첼로 모임의 최대 위기가 왔다. 나는 급하게 첼로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선생님 저희 버리고 가시면 어떻게 해요!"
"미안해요. 저희 가족이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저희 레슨 계속해 주시면 안 돼요?

일단은 치맛자락을 붙잡고 매달려 보자는 심정이었다.

"제가 연습실까지 오면 왕복 3시간이 걸려요. 제가 큰 마음 먹고 연습실에 온다고 해도 앞에 레슨 일정이 있어서 시간에 맞춰 오기는 어려워요."

눈물을 머금고 첼로 선생님과 이별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선생님이 차근차근 잘 가르쳐 주셨는데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해요?"
"첼로 레슨을 해 줄 선생님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작년처럼 레슨에 자주 빠지면 흥미를 잃어서 첼로를 계속 배우기 힘들 수 있어요. 모든 악기는 시간과 노력을 쏟은 만큼 좋은 소리를 연주자에게 돌려줘요. 악기도 사람처럼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고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나는 작년에 바쁘다는 이유로 레슨을 자주 빠졌었다. 어느새 첼로는 방 한구석에 덩그러니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사실 첼로 레슨 뿐만 아니라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도 잘 챙기지 못하고 한 해를 보냈다.

일 년 동안 다음에 밥 한번 먹자는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하지만 영원한 만남은 없고 모든 만남이 시절인연이다. 만남은 때가 있고 시간이 흐르면 결국 헤어지게 된다. 선생님과 함께한 첼로 레슨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봤다.
악기 첼로
악기첼로 ⓒ 정무훈

첼로 레슨은 나의 소망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우연히 첼로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친구들과 첼로 레슨 모임을 만들고 꿈처럼 첼로 레슨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열정이 줄어들고 바쁜 일상에서 레슨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레슨에 빠질수록 실력은 정체되었고 첼로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었다.

첼로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연주를 동경하고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악기를 배우는 사람은 적어요. 악기를 배우는 사람 중에도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저도 첼로를 전공했지만 매일 연습을 해요. 악기는 아이를 돌보는 일처럼 꾸준히 애정을 쏟아야 좋은 소리가 나요. 아름다운 선율 뒤에는 연주자의 수없는 반복과 연습이 숨어 있어요. 저에게 레슨을 받지 못해도 첼로 연주를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연습하면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날이 꼭 올 거예요."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나에게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해 주셨다.

악기 바이올린
악기바이올린 ⓒ 정무훈
잘 못하는 것에도 얼마든지 푹 빠질 수 있다

정여울 작가는 첼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첼로 레슨을 통해 나는 '잘 못하는 것에도 얼마든지 푹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내가 뭔가를 배우면서 이렇게 쩔쩔매기는 처음이다. 자신 없는 곳에는 아예 근처도 안 가는 겁쟁이였기 때문이다. 난 정말 첼로에는 젬병이다.

하지만 첼로가 그저 좋기만 하다. 그것을 하는 동안은 세상의 시간을, 불안의 시간을, 고통의 시간을 잊는다. 그 이유만으로도 첼로는 나에게 구원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탐닉의 아름다움이다. 무언가에 홀딱 반해 빠져버린다는 것. 그것 이외에는 어떤 잡념에도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건 정말 축복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탐닉의 구원이다. - 정여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한순간 사랑에 빠진 것처럼 첼로와의 첫 만남은 나에게 설렘과 흥분을 선사했다. 나만의 첼로를 갖게 되었고 혼자 첼로를 연습하며 어쩌다 좋은 소리가 나면 기뻤다. 젊은 날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사랑은 기쁨보다 아픔의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었다. 아이를 보살피는 일에는 수많은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첼로 선생님의 말씀처럼 연주자는 음악을 사랑하지만, 음악 때문에 더 깊게 좌절하고 수많은 고통을 받는다.

"제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혼자 연습실에서 하루에 12시간씩 몇 달을 연습했어요. 연습실은 겨우 두 평 공간인데 그 안에서 저는 감옥처럼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처음에는 미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첼로를 하루 종일 연습하다 보니 첼로가 저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어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저와 첼로만이 함께 있었죠.

"개인 연습실을 하루 종일 첼로 소리로 가득 채우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요. 저와 첼로만 함께 그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요. 연주자에게 악기는 그래서 연인과 같아요. 어떻게 연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연인을 너무 사랑하면 고통스러워요.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음악에 대한 음악가의 사랑은 외사랑이에요."

사랑한다는 것은 길들이는 것이다. 길들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깊은 사랑은 긴 시간을 지나면서 조금씩 완성되는 것이다. 마치 나무가 오랜 세월 성장하면서 나이테를 한 칸씩 만들어가는 것과 같다.

문득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묻던 질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길들인다는 게 뭐야?"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어요.
드디어 여우가 대답했어요.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만드는 거야."
"관계를 만드는 게 뭔데?"
"너는 나에게 많은 아이 중 한 명에 불과해. 그러니까 나는 너를 필요로 하지 않아. 너에게 나도 많은 여우 가운데 하나일 테니까 너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날 길들인다면 너는 나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야. 그러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그게 관계를 만드는 거야." -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악기 다양한 현
악기다양한 현 ⓒ 정무훈

어쩌면 나는 앞으로도 첼로를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첼로에 대해 변하지 않는 애정을 가질 수는 있다. 다행히 첼로 선생님이 가까운 첼로 학원을 소개해 주셨다. 나는 첼로를 들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수업에 갔다. 새로운 첼로 선생님이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반겨 주셨다.

"첼로를 2년이나 배우셨다니 대단하네요. 보통은 3개월을 넘기기 어렵거든요. 그동안 배운 연습곡 중에서 한 곡 연주해 보시겠어요?"

나는 첼로를 케이스에서 꺼내고 악보를 펼쳤다. 마치 처음 레슨을 받는 것처럼 떨리는 순간이었다. 왠지 첼로를 앞으로도 사랑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카카오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첼로#정무훈#레슨#음악#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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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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