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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진료실
병원 진료실 ⓒ 이혁진

"어르신, 어떻게 오셨어요?"

"아? 제가 아니고 저분입니다."

"저 분은 누구세요."

"제 아버님입니다."

"정말요?

"......."

엊그제 동네 안과에 갔을 때 간호사와 나눈 대화 중 일부이다. 간호사는 아버지를 모시고 내원한 나를 신기하다는 식으로 물었다.

간호사는 부자지간인데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가 보호자가 맞는지 재차 물었다.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자주 다녔지만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사실 처음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렇게 늙게 보였나 아니면 내가 자식으로 보이지 않아 그럴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의사는 "아버지가 눈에 결막염이 의심되는데 연로하고 면역이 약해 걸린 것 같다. 연고를 바르면 조만간 나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처방전을 받으러 접수대에 가자 간호사가 조금 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요새는 부모를 모시고 오는 자녀들이 드문데 보호자가 누구인지 업무상 물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실제 병원에는 노인환자들이 가사도우미와 요양보호사 등 타인이 도움을 받아 내원한다고 했다.

또한 노인일자리 '노노케어사업'을 통해 독거노인을 방문해 말벗하며 안부를 확인하거나 외출활동을 돕는 어르신도 많다는 것이다.

이를 보니 노인 돌봄은 이제 가족이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지원하는 영역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듯하다.

서로가 돌보는 게 당연한 세상

올해 96세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자주 다니는 나에게 주변에서 돌봄의 부담을 가끔 이야기하지만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라 생각한다.

또 내가 병원에 함께 가는 것은 아버지가 거동하시기 불편한 것도 있지만 의료진과 아버지와의 소통이 원할치 않기 때문이다.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아버지는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타인의 소리를 전혀 분간하지 못한다. 들리는 소리는 잡음뿐이라고 호소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버지는 진료실에서 의사 얼굴만 바라보는 장면을 연출한다. 하여 내가 나중에 의사의 말을 아버지에게 다시 설명해 드리고 있다.

 우리 집은 서로를 돌보는 노노케어 가족이다(자료사진).
우리 집은 서로를 돌보는 노노케어 가족이다(자료사진). ⓒ matheusferrero on Unsplash

아버지의 애로사항은 의료진이 들어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아버지가 내 손에 이끌려 병원을 잘 오가시는 것만 해도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아버지를 돌보지만, 암환자인 나도 사실 대학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은 내가 암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내원할 때마다 보호자를 꼭 대동하라고 한다.

내가 혼자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데도 아내는 나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병원 가는 날마다 나를 따라나서는 아내에게 나는 늘 미안하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로 고생하는 독거노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들의 돌봄 서비스는 시급한 과제이다.

누구든 나이 들어 외롭고 병들면 남에게 의탁해야 하는 세상이다. 이쯤되면 가족처럼 친근한 노노케어 참여자를 만나는 것은 행운에 가깝겠다.

그런 면에서 아버지는 내게, 나는 아내에게 서로 보살핌을 주고받는 타고난 '노노케어 가족'이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노노케어#노인일자리#결막염#가사도우미#초고령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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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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