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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09 12:02최종 업데이트 25.02.09 12:04

기후 위기 시대 실존적 자구책은 '돌봄 연대'

[서평] 거친 파도를 다 같이 넘어가는 법, <기후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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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와 '돌봄'을 결합시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돌봄현장에서 가장 먼저 체감한다.
'기후'와 '돌봄'을 결합시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돌봄현장에서 가장 먼저 체감한다. ⓒ markusspiske on Unsplash

입춘 지나자 폭설과 한파가 닥쳤다. 독거 어르신들은 집에 고립됐다. 내린 눈이 얼어붙은 도로 위로 차들이 위태롭게 움직인다. 트랙터가 동원된 제설작업에도 불구하고 눈은 치우기 무섭게 다시 쌓였다. 예년과는 달리 '습설'인 탓에 밤에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마을 전체가 거대한 스케이트장 같았다. 두꺼운 얼음판 위로 다시 눈이 쌓였다.

사회복지사로서 나의 일상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고립된 어르신들의 안전과 건강을 살피기 위해 노인복지센터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센터에 출근해 어르신들께 안부 확인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차량 진입이 가능한 곳은 어르신들을 안전하게 주간보호센터로 모셨다. 제설이 전혀 되지 않아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곳의 어르신 댁은 방문으로 대신했다. 따뜻한 식사와 약을 챙겨드리고 집 안팎을 살펴 눈으로 인한 피해는 없는지 점검했다.

폭설 한파 사흘째, 기어코 사고가 터졌다. 마을 어르신 한 분이 집 앞 골목에서 미끄러져 낙상하신 것이다. 늘 다니던 익숙한 길, 밤새 얼음판으로 변한 그 길에서 넘어져 크게 다치셨다. 119 구급대로 병원에 이송했는데 워낙 부상이 심해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다. 마음이 아프고 하늘도 원망스러웠다.

기후위기 시대의 절실한 요청 '돌봄'

'기후'와 '돌봄'을 결합시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돌봄현장에서 가장 먼저 체감한다. 기후재난에 취약한 내 이웃을 보호하고, 삶이 파괴되지 않도록 예방과 회복을 위한 돌봄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생존 방식이어야 한다. 그래서다. '기후'와 '돌봄'을 연결하고 모두가 함께 돌봄으로써 기후 변화 시대를 헤쳐나가자는 이 책이 무척 반가웠다.

책 <기후 돌봄> 표지 .
책 <기후 돌봄> 표지. ⓒ 산현글방

책 <기후 돌봄>(신지혜 우석영 외, 2024년)은 '돌봄'을 통한 기후 위기 극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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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생애주기별로 누군가의 돌봄 없이는 한시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돌봄은 인간 존재의 필요충분조건이자 사회적 역량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이지만, 가정 내 여성의 의무로 강요되거나 사회적으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그림자 노동'에 머물러왔다.

<기후 돌봄>의 저자들은 기후 위기 시대의 도래가 '취약한 존재'라는 인간의 속성을 더 전면적으로 부각시켰다고 본다. 기후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광범위하고 파괴적이다. 무너진 삶터를 복구하고 회복하는 데도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본디 취약한 존재인 인간은 무소불위한 자연의 힘 앞에서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후와 돌봄을 연결하는 사고, 나아가 돌봄을 중심으로 한 인식의 전환과 행동의 변화가 절실하게 요청되는 이유다.

"기후재난은 그간 중요성이 은폐되어 왔던 커먼즈의 존재를, 아울러 개인/사회의 재생산에 항시적으로 요구되어 온 돌봄 활동을 돌연, 동시에 드러낸다. 지구의 안정된 기후라는 커먼즈가 훼손되는 사태가, 인간과 인체의 공통적 취약함이라는 사태를 시야에 드러내고 있고, 흔히 지역/로컬이라고 불리는 국소적 지리생태환경에 속한 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뭇 개인들의 새로운 돌봄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27쪽)

돌봄 세계관의 확장과 '공생하는' 인간

돌봄 세계관의 확립은 돌봄의 관점에서 세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의 수정과 성찰을 요구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환경의 안정기였던 '홀로세'가 지나고 지구역사상 전례없는 불안정기인 '인류세'가 도래했다고 경고한다. '인류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종 중에서 '인간'이라는 단일한 생물종으로부터 발생한 위기라는 특징을 가진다. 자본주의의 축적과 발달 과정은 자연 환경의 약탈과 훼손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피해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이 감당해야 한다.

인간을 위한 성장과 번영의 대가로 인간의 생존이 위협당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취약성과 의존성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만 설명될수는 없는 것이다. 이 책은 돌봄의 범위를 인간 돌봄을 넘어선 비인간 돌봄의 영역까지 확장함으로써 기후위기 시대 돌봄에 대한 사유의 지평을 넓힌다.

"개별 생물은 자기 밖의 다른 생물, 생물종,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생태계 조직들에 결정적으로 의존하면서만 존재한다. 이것은 곧 자기 아닌 다른 생물 요소, 생명 요소들의 돌봄 속에서만 개별 생물이 제 생존을 이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인간 역시 이러한 돌봄의 관계망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중략)... 요컨대, 인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할 때, 우리는 그 지구 구속적/융합적/의존적 정체성과 더불어 비인간 내착성, 비인간과의 공생성, 비인간 의존성을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150쪽)

비슷한 맥락에서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서는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공생하는 인간)'라는 개념을 역설하기도 했다. 호모 심비우스는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 공생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인간상을 의미한다. 인간-비인간 존재의 상호 돌봄 관점의 확립은 축적과 파괴의 방식을 폐기하고 탈성장, 탈소비 방식으로의 전환을 이루어가는 데 있어서도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돌봄연대의 장소인 '지역'에 거는 희망

기후 위기의 양상으로 볼 때, "지금은 전환의 방향을 두고 갑론을박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전환의 속도를 끌어올릴지를 고민할 시기"라며 "전환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현실적 공간이 바로 지역"(223쪽)이다.

<기후돌봄>의 저자들은 기후재난이 역설적으로 지역을 재건하는 기회,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 위기의 물리적인 장소인 '지역'으로부터 대안이 나온다면 국가 주도의 대규모 기후 위기 완화 정책에도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책은 "재생에너지 전환과 돌봄 중심의 지역사회 재구조화라는 정책의 경우, 아무리 중앙정부에서 계획을 세우더라도 결국 지역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며 "주민들의 지역 정치 참여, 거버넌스 참여, 그를 통한 자원의 공공적 이용과 관리라는 해법은 기후돌봄공동체의 발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101쪽)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네이버(https://blog.naver.com/xfile3408)와 사락(https://sarak.yes24.com/blog/xfile340)에도 실립니다..


기후 돌봄 - 거친 파도를 다 같이 넘어가는 법

신지혜, 한윤정, 우석영, 권범철, 이재경, 조미성 (지은이), 한신대 생태문명원 (기획), 산현글방(산현재)(2024)


#기후위기#기후돌봄#기후재난#기후정치#기후돌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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