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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2025 그림책이 참 좋아> 전시가 열리고 있다(전시정보 바로보기). 출판사 '책 읽는 곰'에서 인기가 많았던 그림책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했다.

시드니 스미스나 구도 노리코 같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그림책 작가들의 원화작품뿐 아니라, 국내 그림책 작가들의 다채로운 색감,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무엇보다 동심을 자극하는 그림들에 푹 빠질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그림책 전시다(관람료는 성인 2만 원, 어린이와 청소년은 1만 5천 원).

 <그림책이참좋아> 전시 포토존
<그림책이참좋아> 전시 포토존 ⓒ 전사랑

그림책은 아이가 태어나 처음 접하는 예술 작품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사물을 그림책이라는 2차원 화면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고, 읽어주는 가족의 목소리로 자기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를 벗어나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현실에서 마주치는 일상적 한계를 벗어나기도 하고, 일상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다양한 색감을 인식한다.

부모 또한 어린 시절의 빈 공간을 어루만지는 경험

 많은 성인 독자층을 보유한 작가 시드니 스미스의 원화
많은 성인 독자층을 보유한 작가 시드니 스미스의 원화 ⓒ 전사랑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부모 또한 바쁘게 살아오느라 잊고 있었던 동심과 상상력의 세계로 이끌려 들어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통로가 형성된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다 보면서 나도 모르게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가 생기게 되는 경험은,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것 같다.

비록 그 작가가 아이의 '최애' 작가는 아닐지라도, 나의 가장 여린 부분을 쓰다듬는 작가를 만나면서 어느새 엄마아빠도 자기 어린 시절의 빈 공간을 어루만지게 된다.

 배현주 작가의 <숲에서 만난 이야기>
배현주 작가의 <숲에서 만난 이야기> ⓒ 전사랑

무엇보다도 그림책 속 한없이 귀엽고 생동감 넘치는 아이들, 동물들을 통해 아이와 교감하면서 잠시나마 육아와 집안일로부터 잠시나마 환기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최근 다녀온 이번 전시에서는 밝고 다채로운 그림을 원화로 감상하면서, 그림책을 통한 육아의 즐거움을 풍요롭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책으로만 보던 그림들을 원화로 감상하면서 작가들의 연필로 그린 밑그림, 그 위에 연하고 섬세하게 덧입힌 수채물감 자국은 마치 어린아이의 마음을 대하는 작가들의 섬세한 손길을 보는 것 같았다.

 최숙희 작가의 <열두 달 나무 아이>가 몰입형 전시로 재구성되어 감동을 더했다.
최숙희 작가의 <열두 달 나무 아이>가 몰입형 전시로 재구성되어 감동을 더했다. ⓒ 전사랑

이번 전시는 20여 명의 작가들이 그린 작품을 아이들에게 오감으로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특히 유설화 작가의 <슈퍼 거북>은 1인 공연으로 각색된 공연으로, 김영진 작가의 <엄마를 구출하라!>는 3면 스크린 애니메이션으로, 최숙희 작가의 <열두 달 나무 아이>는 몰입형 전시로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전시에 소개된 책을 직접 읽을 수 있도록 마련한 작은 도서관,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참여형 공간 등 아이들이 다각적으로 그림책과 관계 맺기를 유도하는 체험들도 준비되어 있다.

전시를 보고 나서 아이들 셋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문득,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책을 보다 6-7세에 한글을 뗀 아이들은 재미 위주의 학습만화로 재빨리 넘어갔고, 이후에는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의 책, 읽어주기에는 부담스러운 글밥 있는 책을 보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책을 통해 '교감하며' 읽을 수 있는 시기도 귀여운 아기시절이 지나가듯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아이와 그림책을 읽는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누워서 함께, 혹은 엄마 품에 쏙 들어와 앉아 책을 읽었던 순간들은 그림책의 다채로운 색들로 덧입혀져 엄마와 아이 모두의 마음속에 반짝인다. 육아에서 그림책이 있는 순간들, 참 좋다.

전시는 3월 2일까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그림책이참좋아#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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