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송을 거부하며 몸부림치는 탈북어민2022년 7월 12일 통일부가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2022.7.12 ⓒ 통일부 제공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어떤 일이든 시작 전에 먼저 관련 규정을 뒤적인다. 법·규정의 사각지대가 있는 현실에서 규정 유무에 따라 일하다가 종종 '그것은 관련 규정이 없다'며 소극적 태도를 취해 비난받기도 한다. 그러나 법과 원칙에 따라 수립된 규정에 근거해 업무를 하는 것은 지극히 합당하다.
지난 2019년, 같은 배에 있던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한 뒤 우리나라에 들어온 북한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혐의로 기소되었던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분야의 고위급 인사들이 19일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관련기사:
"정권 바뀌자 수사" 법원, 검찰 질타... 정의용·서훈 등 '선고유예' https://omn.kr/2ca69).
법에 근거해 결정한 행위인데
이들이 북한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것은 기본적으로 관련 법에 근거해 이뤄진 행위였다. 국정원, 통일부 등 당시 그들이 몸담고 있던 부처의 담당자들도 그러한 결정을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 북한 어민 2명을 우리나라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처럼 각종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은 근거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정착지원법 제 9조는 다음과 같다.
제9조(보호 결정의 기준 등) ① 제8조제1항 본문에 따라 보호 여부를 결정할 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개정 2019. 1. 15., 2020. 12. 8.>
1.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2.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3. 위장탈출 혐의자
4. 삭제 <2020. 12. 8.>
5. 국내 입국 후 3년이 지나서 보호신청한 사람
6. 그 밖에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에 대한 중대한 위해 발생 우려, 보호신청자의 경제적 능력 및 해외체류 여건 등을 고려하여 보호대상자로 정하는 것이 부적당하거나 보호 필요성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② 제1항제5호의 경우 북한이탈주민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4. 5. 28., 2020. 12. 8.>
③ 통일부장관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제1항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을 관할 수사기관에 수사의뢰하거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신설 2024. 1. 9.>
④ 통일부장관은 북한이탈주민으로서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보호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에게는 필요한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보호 및 지원을 할 수 있다. <개정 2014. 5. 28., 2017. 3. 21., 2019. 1. 15., 2020. 12. 8., 2024. 1. 9.>
즉, 북한 어민 2명은 16명을 살인한 중대 범죄자이기 때문에 정착지원법에 근거한 보호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고 북송되었다.
판단 어려운 문제, 그렇다 해도 처벌이 타당한가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가운데)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당시 벌어진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유예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원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을 선고 유예했다. ⓒ 연합뉴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호 결정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에 근거해 그들을 보호하고 각종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보호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북한이탈주민의 경우에도 반드시 북송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국내에 거주할 수 있다. 위에 제시한 제9조의 6의 ④에서 '보호대상자로 결정되지 않아도 보호 및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이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6의 ③에서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에 의뢰해 수사를 하거나 그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있어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수록되어 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16명을 살해한 후 남한의 영토 범위에 들어 왔기 때문에 정착지원법에 근거한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는 보호대상자가 되지 못한 북한이탈주민을 남한에 정착하게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또한 이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활용해, 이들을 국내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적합한 것인가? 판단이 쉽지 않다.
북한주민이 저지른 범죄 행위를 남한에서 처벌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했던 김현희 사건이 있다. 그렇지만 김현희 사건의 경우는 수백명의 남한 국민이 목숨을 잃는 피해를 입었고, 김현희는 단순한 북한이탈주민이 아닌 북한의 공작원(테러범)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직접 법적 처벌 절차를 밟는 것이 합당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사례는 북한주민이 북한 해상에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후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것이기 때문에 대한항공 여객기 테러사건과는 동일 선상에서 놓고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당시 사안을 다뤘던 고위 관료들이 북한 어민 2명을 국내에 수용하지 않고 북송을 결정한 것은 정착지원법에 근거해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고유예이기는 하지만, 법에 근거한 정책적 판단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
이번 결정은 현행 관련법의 한계, 현 정부의 북한에 대한 태도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정치철학자 드워킨은 "법은 정의로움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증명하는 기획"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이 어떤 정의를 추구한 것인지, 이상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를 충분히 고려한 정의인지 묻고 싶다.
| 기사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바로 잡습니다 |
기사 작성 후 해당 사안을 직접 담당했던 관계자 분과 기사 내용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해당 사안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국내법을 적용하지 않았고, 따라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에 근거해 보호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위의 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셨습니다.
실제로, 기사에서, '보호 결정이 되지 않은 북한주민에 대해 필요에 따라 수사 의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근거로 제시된 제9조 제3항과 '보호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에게 보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근거로 제시된 제9조 제4항은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 향후 유사 사건 발생 시 적용하기 위해 추가되었습니다.
따라서 제9조 제3항과 제9조 4항은 2019년 해당 사건 처리 과정에서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건은 국제법이나 국내법 등 적용할 어떤 법률, 지침이 부재한 가운데 처리되면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재판 결과에서도 언급되었습니다.
기사 내용에 잘못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위의 기사는 향후 유사 사건이 발생해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을 적용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5년 2월 24일 기사 작성자 강구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