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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어린이집은 놀러 오는 곳이다. 할머니가 하원길 아이에게 '공부 잘 하고 왔어?' 라고 물었더니 '아니요 어린이집은 노는 데예요' 라고 했다는 이야기처럼 놀러 오는 곳이다. 잘 노는 아이들, 놀며 배우는 움사랑의 아이들을 소개한다.

우리 어린이집의 반 이름은 상주남부초등학교의 이야기를 기록한 '행복한 작은 학교 365일간의 기록'(이길로)에서 1학년부터 6힉년 학년 이름으로 쓰이던 이름을 뜻이 좋아 허락도 없이 빌려왔다.

해가 떠오르면 터를 일구고 싹을 틔우면 물이 오르고 꽃이 피고 씨가 영근다는 의미로 우리 어린이집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막내 해오름, 무서운 게 없는 안하무인 한 살 터일굼, 세상천지 잘난 두 살 싹틔움, 힘은 세졌는데 여전히 귀는 닫힌 대략 난감 세 살 물오름, 아는 듯 모르는 듯 오리무중 네 살 꽃피움, 잘 커서 힘도 세지고 지혜도 자라고 용기도 자라 열매 맺은 용감무쌍 다섯 살 씨영금. 이렇게 부른다.

반을 나누는 기준은 1월 1일로 시작해서 12월 31일까지이다. 한 반에 아이들이 1월생부터 12월생까지 모여 있다 보니 길면 1년이 차이나는 경우도 있어 아이들마다 다 다른 속도일 거라는 걸 고려하고 읽으면 좋겠다.

[해오름] 누가 뭐라든 제일 예쁜 막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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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름 반은 12개월 미만의 기저귀 차고 처음 어린이집을 오는 막내들이다. 누가 뭐라든 제일 예쁜 막내라 작은 행동 하나에도 격려 받고 환호 받는 때이다. 발자국만 떼기 시작해도 교사들 모두에게 소문이 나고 눈 맞춤 하고 손만 흔들어도 최고로 친절한 아기가 된다. 비록 옹알이지만 친구들과 대화도 나누고 교사와 까꿍 놀이를 하며 발달의 중요한 과업을 이루는 중이다. 처음 만나는 교사와 몇달 만에 애착을 형성하고 등원 길에 돌아보지도 않고 안겨 가 버려 엄마 아빠를 섭섭하게 한다.

처음 어린이집에 올 때는 보통 엄마나 아빠가(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등) 함께 등원해서 잠깐 같이 놀다 간다. 그렇게 이삼일을 보내면 부모는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시간을 늘려가며 적응한다.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나면 해오름반도 하루를 온전히 어린이집에서 보내기 시작한다. 오전에 간식으로 죽 한 그릇 먹고 나면 교사와 함께 엉덩이를 들썩이며 춤추고 노래하고 오감 놀이를 하며 세상의 많은 감각을 경험한다.

아직 걸음마가 안 되는 아이는 등에 업고, 뒤뚱거리는 아이들은 손을 잡고 산책도 나간다. 놀이터에 흙놀이 하는 형님들 사이에 끼어들기도 하고, 옥상놀이터에 올라가 놀기도 한다. 바깥과 친해지면 조금 동네 멀리로 산책 나간다. 돌아오면 손 씻고 기저귀 갈고 온 옷에 묻혀가며 밥을 먹고 낮잠을 잔다.

2학기쯤 다음 달 나들이 계획을 준비할 때, 해오름반 교사들은 터일굼반의 일정을 넘겨보기 시작한다. 나들이 가는 버스에 같이 얹혀가려는 시도이다. 많이 자라서 같이 갈 수 있다고 자꾸 넘보는데 어느 새 노란 버스에 같이 타는 걸 보면 성공한 모양이다. 그러고 나면 노란 버스만 보면 올라 타려고 든다.

아기반이다 보니 생태어린이집이라고 특별할 건 별로 없다. 안정적인 애착 형성을 최대 목표로 하여 안전하고 재미나게 보내려고 애쓴다

가끔 오후에 교실에 올라가면 정규 일과를 마친 형님반 교사가 놀러와 있다. 해오름 꼬맹이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하고 한 번이라도 더 안아보고 싶어 찾아온다. 하루에 한 번 안아보고 가면 그날의 피로가 풀린다고 한다. 어린이집 교사라 다행이다. 부모도 아닌데 어디 가서 이렇게 예쁜 아기를 매일 만나겠나.

토끼야, 같이 놀래? 매곡리 자연학교 토끼장 앞에서
토끼야, 같이 놀래?매곡리 자연학교 토끼장 앞에서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터일굼]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안하무인 한 살

터일굼반은 24개월 미만으로 보통 어린이집의 첫 등원을 이때쯤 제일 많이 한다. 예전에 비해 입학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발달의 속도가 빠른 스펙타클한 연령이다. 놀이도 의미가 생기기 시작하고 호기심도 신체적 발달도 폭발한다. 조만간 문장으로 된 의사소통도 가능해진다.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안하무인, 하룻강아지라 떼쓰기 고집부리기도 심해지지만 잘 지켜보면 다 이유가 있다.

해오름과 비슷한 적응 과정을 거치지만, 입학 시기가 분리불안의 시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아 3월의 교실은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통곡의 바다가 되는 경우가 많다. 출입문 틈으로 내다보며 엄마 아빠를 외쳐 부르기도 하고 문이 열리면 바로 교실 밖으로 나가기를 시도한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은 가고 아이들은 자라고 적응도 한다.

적응을 마치면 일과가 일정 해지기 시작한다. 아침 등원 전에 자유 놀이도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하고 친구들이 하나씩 등원할 때마다 누가 왔는지 서로 알려주고 친구 엄마에게 손도 흔들어 준다. 자기 가방에서 물통도 꺼내려 애쓰고 새로 바뀐 숟가락 젓가락 자랑도 한다.

이제 노는 맛도 알게 되었고 내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알게 된 아이들은 잠시를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일과를 시작하고 약속한 시각이 되면 교실 문을 두드리며 바깥 놀이하러 가자고 조른다. 놀이터에 나가면 모두 곳곳으로 흩어지는데 놀이터 저 꼭대기를 올라야 하는 용감한 아이, 낮은 그물 밑을 기어이 파고 들어가 구석진 곳에서 노는 아이, 집에서 안 쓰는 냄비랑 살림살이 모아 놓은 곳 앞에 가서 밥을 짓는 아이들도 있다.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재미나게 놀다가 교실로 돌아가려면 교사들은 갖은 노력을 해야 한다. 모아 놓으면 어느새 하나가 빠져나가 미끄럼틀 위에 있고, 쫓아가 데려오면 다시 다른 아이가 그물 밑으로 들어가 있다. 기어코 다 데려오면 이제는 안 들어가려고 큰 소리로 '안 가, 안 가' 라고 소리 지르며 화를 낸다. 결국 도와 주는 교사들이 쫓아 나와 한 아이 씩 안고 들어가면 정리가 된다.

점심을 먹고 나면 낮잠을 자야 하는 데 이 모습도 다 다르다. 밥 먹다 말고 귀퉁이에 누워 잠들어 버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버티고 놀다 먼저 잠든 아이가 일어날 때쯤 잠이 든다. 토닥여 줘야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귀찮아 밀어내고 혼자 잠드는 아이도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은 나 밖에 모르는 안하무인이라 달래도 소용없고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예쁘다.

조금 더 자라면 가까운 나들이도 시작하는데 한 번 다녀오면 다음 나들이에 대한 기대가 커져 노란 버스만 보면 신이 나기 시작한다. 가을쯤 되면 들로 산으로 쏘다니는 일도 능숙해지고 잘 논다. 이제 교실로 들어가는데 화를 내지 않기 시작한다.
내일 또 놀 수 있다는 걸 알기 시작했고 교실 안에도 재미난 일이 있다는 걸 알 만큼 자랐기 때문이다.

뭘까? 매곡리 자연학교에서 만난 곤충 친구
뭘까?매곡리 자연학교에서 만난 곤충 친구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 다음 연재 글에서는 [싹티움, 물오름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움사랑생태어린이집#생태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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