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3월 22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NCAA 레슬링 선수권 대회 결승전에 참석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권위주의 정권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권위주의로 전락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위협하고, 정권 친화적인 언론을 앞에 내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불법 체류자들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추방하고 있으며, 이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명령도 무시하면서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 과거 홍보 담당자를 지냈던 타라 셋마이어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미국 민주주의에) 적신호가 켜졌다"라며 "우린 민주주의의 데프콘 1단계로 근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데프콘 1'은 전면전 또는 국지전이 임박한 최고 등급의 방어준비태세로, 미국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전시 태세에 돌입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셋마이어는 그럼에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면서 "언론과 야당 인사들이 미국인들에게 이런 점을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상황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 지금 가장 위험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행보를 비판하는 영국 <가디언> ⓒ 가디언
<가디언>은 트럼프가 취임 후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는 행정명령을 잇따라 발동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인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흔들고 미국을 이끌어온 법적·제도적 규범들에 도전하면서 "독재자의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트럼프는 오랫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중국의 시진핑, 북한의 김정은 등 독재자에 대한 호감을 보여왔다"라며 "그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사법부를 개편하고 선거를 조작하며, 언론과 시민을 탄압하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대통령과 비견된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추방 명령을 받은 자국 내 불법 이민자들을 쿠바 관타나모의 미국 해군기지 구금시설로 압송하거나, 판사의 중단 명령을 무시하고 베네수엘라로 추방한 것을 지적했다.
이밖에도 휴대전화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문자가 있다는 이유로 프랑스 과학자의 미국 입국을 거부하고,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한 외국 유학생을 추방하려는 것도 사례로 들었다.
<뉴욕타임스> "헌정 질서 수호 위해 나서는 사람 더 많아져야"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데이비드 프럼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의 모든 행동이 의도적인 불법"이라며 "그는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이 자신을 가로막기에는 너무 망가졌다는 것을 알고 도박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이날 편집위원회 명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판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들이 행정 명령, 소셜미디어, 탄핵 조항을 통해 법률 시스템을 협박하고 있다"라며 "판사들을 불안과 두려움에 빠뜨려 헌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분명한 목표"라고 전했다.
또한 "과거 대통령도 법원 판결을 비판한 적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규모가 다르다"라며 "그는 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 결정할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주장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허세를 부리지만, 때로는 정치적·법적 압력에 반응해 물러서기도 한다"라며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