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컬럼비아대 한인 학생 추방 중단 명령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가자 전쟁 반전 시위에 참석한 한인 학생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서 추방하려는 시도를 미 법원이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뉴욕 남부연방법원 나오미 부크월드 판사는 25일(현지 시각) 자신을 추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를 일시 중단해달라는 컬럼비아대 한인 학생 정아무개(21)씨의 요청을 인용한다고 결정했다.
부크월드 판사는 법원의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정씨를 구금하거나 뉴욕 남부연방법원 관할지역 밖으로 이송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그는 "기록상 어떤 것도 정씨가 지역 사회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외교 정책에 위협을 가하거나 테러 조직과 소통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정씨가 하마스 지원? 증거 못 내놓는 당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정씨는 7세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합법적 영주권자로 고교를 수석 졸업해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대에 입학했다.
정씨는 반전 시위에서 두드러지게 활동하지 않았으나, 지난 5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컬럼비아대 자매학교인 바너드 칼리지에서 연좌 농성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정씨 변호인에게 정씨의 영주권 신분이 취소됐다고 통보했으며, 연방요원들이 정씨를 찾기 위해 부모의 집을 방문하고 컬럼비아대 기숙사를 수색하기도 했다.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통해 "정씨의 행동이 우려스럽다(concerning)"라며 "외국 테러 조직인 하마스를 지원하는 활동에 연루된 개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씨가 하마스를 지원했다는 증거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에 정씨는 자신에 대한 추방 절차를 중단해 달라며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는 소장에서 "비시민권자의 정치적 견해 표현이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민 당국의 구금 및 추방 위협이 처벌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위자들이 외교 정책 목표 방해"
부크월드 판사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다른 사유로 정씨를 구금하려고 할 경우 정씨가 의견 진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정씨와 변호인에게 충분한 기간을 두고 사전 통지를 하도록 명시했다.
정씨는 성명을 내고 "지난 몇 주간 마음 한구석에 공포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날아갈 것 같다"라며 "저에게 힘을 준 변호인과 컬럼비아대 교수진 및 학생,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ICE는 지난 8일에도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를 주도하며 대학 당국과의 협상 및 언론 브리핑을 맡았던 마흐무드 칼릴을 체포한 것을 시작으로 시위에 관여한 학생들을 체포하거나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연방법원은 칼릴의 추방 절차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위 참가자들이 미국 내 반유대주의 확산을 막으려는 외교 정책 목표를 방해한다며 이들의 추방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