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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통해 '지브리 풍'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요즘 꽤 유행이다.

최근 추가된 이미지 기능인 '챗GPT-4o 이미지 제너레이션(챗GPT 이미지)'은 여기서 지브리와 미국 디즈니의 화풍 이미지를 생성가능토록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디즈니 보다도 지브리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프사를 만들어 봤다.

카톡 프사 목록 보니... 다들 지브리풍 이미지

 기자의 사진으로 챗 GPT로 생성된 '지브리 풍' 이미지
기자의 사진으로 챗 GPT로 생성된 '지브리 풍' 이미지 ⓒ 전사랑

카톡 지인 목록을 보니, 요즘 너도나도 '지브리' 풍 이미지로 바뀐 프사들이 자주 보인다(최근 새롭게 프로필 사진으로 바꾼 9명의 지인 중 5명이 지브리 풍이다). 지브리 풍으로 바뀐 자기 이미지에 다들 흡족해했다는 설명이겠다.

보도에 따르면, '지브리 풍 이미지 만들기'에 힘입어 인공지능 챗 GPT는 3개월 만에 1억 5000만 명이 늘어, 가입자가 5억 명을 돌파했단다. 지난달 25일 새롭게 선보인 챗 GPT 4o 이미지 생성 모델을 홍보의 일환이었던 '지브리 이미지 만들기'가 대성공이었던 셈이다.

만드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챗 GPT 앱에서 사진을 업로드한 후, 명령어를 입력하면 된다. "지브리 풍으로 바꿔줘." 수 분 후에 지브리 풍으로 바뀐 이미지가 뜬다.

업로드는 하루에 3개까지 가능하며, 더 사진을 정교하게 바꾸고 싶거나 더 많은 사진을 업로드하고 싶다면 유료로 가입해야 한다.

2시간 애니에 17만 장 수작업... "AI, 역겹다" 지브리 창시자는 말했다

지브리(Ghibli, スタジオジブリ, Studio Ghibli)란 사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이름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두 거장이 설립한 회사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하울이 움직이는 성>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지브리 풍' 열풍 뒤에 감춰진 '지브리 풍' 이미지 창시자,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2019년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과거 AI(인공지능) 기술이 그려낸 애니메이션이 '삶에 대한 모독'이며 '역겹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해당 영상에서 디자이너와 애니메이터들이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에게 자신들의 '창작물'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AI가 괴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와 같은 기술을 자신의 작업에 연관시킬 생각이 없으며, 삶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한다.

평생을 걸쳐 수많은 수작업으로 이뤄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를 이해한다면, 그의 반응이 이해가 된다.

2023년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의 작업 방식에 대해 밝힌 바 있다. 그의 작업방식은 철저하게 전통적 수작업 방식이며, 2시간짜리 에니매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17만 장 이상의 그림이 필요하다.

지브리의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는 미야자키가 젊었을 때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애니메이터를 고용했으나, 이마저도 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야오는 주저 없이 해당 장면을 지우고 다시 작업한다.

이렇게 지브리 스튜디오는 픽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결이 다른 감성적이고 따뜻한 이미지에 자연스러운 색감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의 묘사가 더해져 지브리만의 독창적이고 고유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특히 디지털 작업보다 콘티부터 종이에 연필로 그리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예술적 섬세함을 그대로 녹여내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매 장면의 디테일을 살려내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3년 12월 <가디언>과 인터뷰한 미야자키 하야오 기사(가디언 화면 갈무리)
2023년 12월 <가디언>과 인터뷰한 미야자키 하야오 기사(가디언 화면 갈무리) ⓒ 가디언

주제적 측면에 있어서도 일본의 신화와 역사가 일상적인 소재와 작가의 고유한 상상력과 버무려져, 관객들을 '일상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마치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듯이, 대본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대폭 수정되기도 한다.

캐릭터는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하지 않고, 인물들은 다채롭고 개성이 뚜렷하고 복합적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열린 결말을 만들어 내면서 관객들을 작품 안으로 끌어당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악의 구도가 명확한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도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AI, 모사는 할 수 있어도 창작은 어렵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배경, 그곳에서 일어나는 다채롭고도 흥미진진한 스토리. 누구나 한 번쯤은 아마,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따뜻하고 서정적이고, 가장 일상적이고, 아날로그 적이면서 상상력이 결합된, 그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다.

AI 기술이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그림뿐만 아니라, 여전히 핸드 드로잉을 고집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을 '모사'하기에 이르기까지 발전은 했지만, 노장이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삶의 방식은 잃어버린 셈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지브리 풍'으로 자신의 사진을 변환시키면서, 그 따뜻하고 서정적이고, 다채로운 삶의 방식으로 충만한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같은 세상에 자신을 가져다 놓는지도 모르겠다.

지브리 풍으로 바뀐 나의 사진을 잠시 들여다본다. 어딘가 모르게 더 따뜻해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Chat GPT 로고(자료사진).
Chat GPT 로고(자료사진). ⓒ boliviainteligente on Unsplash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또 두려워 한다. AI가 이제는 아예 예술을,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을까?하고 말이다. 이걸 대놓고 챗 GPT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챗 GPT는 "데이터를 통해 반복적인 스타일을 학습하고 특정 패턴을 따라갈 수 있다"라고 말해 주었다. 작가의 수많은 그림들을 학습한다면, 그림풍을 '모사'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예술적 창의성과 감성은, 이야기 창작은 AI로는 대체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예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통한 감정과 철학을 담는 행위이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그의 경험을 다룬 작품이 많은데, 이게 바로 그의 작품 속에 묘사된 전쟁, 일본 신화, 가족, 자연 등의 표현이 보다 섬세하게 표현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오랜만에 '지브리 풍' 말고, 수작업으로 나온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예술 작품들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게 만든 배경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지브리풍#챗GPT#미야자키하야오#지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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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을 공부하러 영국에 갔다 미술에 빠져서 돌아왔다. 이후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술에 관련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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