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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듣는 질문이 있다.

"원의 철학과 방향은 정말 좋아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잘 지켜가고 있나요?"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다.

줄 세우지 않는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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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철학과 프로그램이 있어도, 결국 아이들과 매일 부대끼며 생활하는 사람은 교사다. 처음 만나는 어린이집 부모를 생태유아교육철학에 맞춰 설득해야 하는 것처럼 교사도 철학을 이해하고, 낯설고 새로운 가치에 공감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 원은 오랫동안 함께 해 왔던 교사들이 많은 편이다. 그들이 마중물이 되어 서로 가르치며 배우고 아이의 때와 결을 존중하는 교육철학을 지켜 나가고 있다.

생태유아교육을 처음 시작하며 먼저 공부부터 했다. 곽은득 목사님의 생명사상,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글, 김희동 선생님의 통전교육, 임재택 교수님의 생태유아교육, 그리고 발도로프 교육 등 참 많은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연구하며 우리의 생각과 실천을 다듬어갔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쉬지도 않고 매주 평일 저녁이나 주말마다 빠짐없이 연수를 받았다.

배운 것을 토대로 제일 먼저 실천 했던 일 중 하나는 끊임 없이 줄을 세우는 것을 멈추는 것이었다. 줄을 세운다는 것은 마치 군인들처럼 아이들을 틀 안에 가둬서 시키는대로 하게 하는 교사 위주의 교육 방식이다. 아이들은 교사와 눈을 맞추어야 한다. 산책을 할 때는 친구의 뒤통수가 아니라 하늘, 땅, 나무, 지나가는 개미를 보아야 한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다치면 부모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줄 안에 가두면 결국 아이의 생각도 가두어진다. 놀아 본 아이가 몸을 조절하고 위험을 만날 때 멈출 수 있다. 아이의 힘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매달 발간되던 유아교육지의 틀에 맞춰 짜여진 계획안과 일지들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양식을 만들고 생태교육에 맞춰 연간 월간 일일계획안을 새롭게 작성하고 실천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우리 원 아이들의 놀이를 기록하는 일지가 정해진 양식과 맞지 않아 평가인증 때는 따로 만들기도 했다.

우리 교사들은 아이의 일상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기록하려고 애쓰고 있다. 일과 중 늘 펜과 노트를 들고 다니며 아이들 하나하나의 하루 생활 중 특이사항이나 재미있는 일화들을 짧게 기록하고 있다. 그 기록들을 모아 일지와 알림장을 쓰고 놀이기록을 만든다. 생태어린이집의 장점 중 하나가 생동감 있는 일상으로 순간순간이 배움과 놀이가 공존하기에 이야기 거리가 넘친다.

협력 저 위에 올라가려면 힘을 합쳐야.
협력저 위에 올라가려면 힘을 합쳐야.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침묵, 관찰, 그리고 기다림

물론, 모든 교사가 잘 적응하는 것은 아니다. 생태유아교육은 아이들도 즐거워야 하지만 먼저 교사 자신이 즐거워야 한다. 우리가 몸담았던 기존의 유아교육기관은 교사 개인의 신념보다는 정해진 교육계획과 결과 중심의 평가가 중심이었다. '잘 가르쳤다'는 평가는 아이가 얼마나 빨리 글을 읽고, 얼마나 많은 지식을 외웠는가로 매겨졌다. 그런 환경에 익숙한 교사들은 단순한 '생태 프로그램'을 하는 원으로 알고 입사했다가 힘들어한다. 매일 반복되는 바깥놀이에 체력적으로 지치고, 다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에 끊임없이 아이 이름을 부르다 결국 "저는 이 원과 맞지 않아요" 하고 떠난다.

반면, 생태유아교육은 아이가 가진 고유한 리듬과 발달의 '때'를 기다리고, 그 아이만의 '결'을 존중하는 교육이다. 말보다 침묵이, 가르침보다 관찰이, 조급함보다 기다림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된다. 당연하게 여겨지던 관행을 내려놓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을 믿는 것은 교사들에게도 낯설고 두려운 일이다.

새 길을 간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잘 자라준 아이들이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였다. 눈앞의 결과보다,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교사들에게 진짜 기쁨이 되어 준다.

우리 교사들은 입사할 때는 곱고 예뻤는데 몇 년 지나면 고쟁이 같은 나들이복에 머리는 질끈 묶고 운동화를 신고 있다. 나들이도 많고 농사도 지어야 하고 놀이터 땅도 파야 한다. 봄에는 텃밭을 매야 하고 여름이 되면 매일 같이 물놀이를 하고 가을이 되면 벼를 베고 장판 썰매를 타고 겨울에도 바람을 맞아가며 비닐봉지연, 방패연을 날려야 한다. 근무한 지 3년정도가 지나면 다들 비슷해져 있다. 생태유아교육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교사들이다. 하얀 식빵 같던 아이들이 건강한 통밀빵으로 자라는 것처럼 교사도 단단해 진다.

굴러라! 언덕은 굴러야 제 맛! 움사랑생태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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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사랑생태어린이집#대구생태어린이집#숲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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