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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곡산 도로공사 현장. 죽곡산의 머리 부분을 잘라서 도로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지표조사도 없이 공사를 하다 적발, 문화재 정밀조사까지 벌여 유구와 유물 대거 발굴됐다.
죽곡산 도로공사 현장. 죽곡산의 머리 부분을 잘라서 도로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지표조사도 없이 공사를 하다 적발, 문화재 정밀조사까지 벌여 유구와 유물 대거 발굴됐다. ⓒ 정수근

대구 달성군이 낙동강과 금호강 두물머리 죽곡산에 도로건설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구시민사회와 환경단체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경실련 등은 도로건설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두물머리 죽곡산 선사유적공원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강력히 대응하고 나섰다.

이들은 16일 도로공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곳에 도로공사가 재개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이들은 이곳은 "도로가 아닌 선사유적공원 등으로 조성해서 후대에 고스란히 물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물 옮기고 공사재개하겠다는 달성군

2023년 11월 착공된 이 사업은 문화재 지표조사를 생략한 채 공사를 하다 인근 주민에 의해 적발된 바 있다. 달성군은 2023년 12월 공사를 중단하고 긴급히 지표조사를 벌였다. 지표조사에서 바위구멍(성혈)이 새겨진 암각 2기가 발견되자 대구 달성군은 지난해 1월 공사를 중단하고 문화재 시굴조사와 정밀조사를 벌였다. 달성군은 용역기관을 선정해 지난해 2월 문화재 시굴조사, 그해 4월 정밀조사를 각각 벌였다.

 대구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 사람들이 문화재 조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구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 사람들이 문화재 조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정수근

 도로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중요 유물인 성혈. 선사인들이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위해서 사용했다 추정된다.
도로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중요 유물인 성혈. 선사인들이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위해서 사용했다 추정된다. ⓒ 정수근

그 결과 실제 이곳에서는 문화유산이 대거 확인됐다. 약 6개월간 이어진 문화재 정밀조사 결과(요약보고서) '유구'가 11기, '유물'이 12점(9건)이 발견됐다. 유구는 고분이나 집터 등 지표를 변경해 만든 옛 시설물로 유물과 달리 옮길 수 없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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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된 유구로는 통일신라시대 석실묘 1기, 고려시대 석곽묘 1기, 조선시대 토광묘 2기, 암각석 2기 등이 있다. 집터나 배수로 등 주거 흔적도 나왔다. 또한 유구가 발견된 곳 인근에서 유개고배, 유개대부완, 청자발 등 다양한 유물도 함께 출토됐다.

이어 달성군은 이 일대 지질조사까지 벌였다. 그 지질조사 결과까지 나오자 정밀 발굴조사 결과와 함께 국가유산청에 보고했다. 지난해 9월 30일 국가유산청은 "유구는 기록 보존하고 유물은 보존 존치해 박물관으로 옮기는 조건으로 공사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회신을 하게 된다.

이 결과를 근거로 대구 달성군은 공사가 중단된 지 1년여 만에 다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달성군은 당장 이달 중하순인 21일부터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 "토론하자"... 달성군의 반응은

 대구시민사회와 환경단체는 도로건설 현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로공사를 재개하겠다는 대구 달성군을 규탄했다.
대구시민사회와 환경단체는 도로건설 현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로공사를 재개하겠다는 대구 달성군을 규탄했다. ⓒ 정수근

그러나 대구시민사회와 환경단체로 구성된 '두물머리 죽곡산 선사유적공원 추진위원회'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문화재 시발굴조사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관련 출토 유물에 대한 평가는 과연 제대로 했는지, 그리고 이 일대 입지에 대한 제대로 된 합리적 평가가 됐는지 등등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해서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문화재 정밀조사와 지질조사 결과를 놓고 토론회를 열어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을 제안했지만 대구 달성군은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민과 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번 조사결과를 분석하고 평가한 이후에 공사재개 유무를 결정하자는 시민사회의 합리적 요구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사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로부터 문화재 및 지질유적 정밀조사까지 이행됐다면 그 결과를 놓고 문제제기를 한 시민사회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해도 모자랄 달성군이 시민사회의 토론회 요구를 묵살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불통의 행정인가"라며 대구 달성군을 강하게 질타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박호석 대표와 금호강 공대위 공동대표인 장수연 목사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박호석 대표와 금호강 공대위 공동대표인 장수연 목사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정수근

그러면서 "두물머리 죽곡산은 그 입지만으로도 이 일대에 선사인들의 집단 거주지로서 기능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발굴된 유구과 유적만으로 충분히 그 가치가 입증된다 할 수 있다"며 "이곳은 도로건설을 할 것이 아니라 이 일대를 선사유적공원 등으로 잘 관리하고 보전해서 후대에 고스란히 물려줘야 할 우리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곳에 도로건설은 절대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들은 또 "우리의 이러한 합리적 요구를 또다시 묵살하고 공사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대구 달성군의 불통의 행정에 상응하는 강력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공사재개시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물리적 충돌이 충분히 예상되는 지점이다.

중요 유물은 '살아있는 역사책'으로 제자리에 보존해야

기자회견에서는 다양한 주장이 펼쳐졌다. 우선 이 동네 주민으로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하고 합리적 방안을 찾아줄 것을 주장하고 있는 생태학자 김종원 박사(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유물을 옮기는 조건으로 공사를 재개해도 좋다고 한 국가유산청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동네 주민이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인 김종원 박사가 죽곡산과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의 가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동네 주민이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인 김종원 박사가 죽곡산과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의 가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정수근

"성혈 바위, 고인돌과 같은 선사유적을 제자리에 보존해야 한다는 건, 고대사 연구의 핵심 원칙이다. 마치 '살아있는 역사책'과 같은 유적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현재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으로 옮기려는 의견이 있다니, 정말 말이 안 된다. 현재 기술로는 밝혀낼 수 없는 선사인들의 삶과 문화, 그들의 공간과 자연환경 속에서 이야기가 고스란히 그 자리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퇴적된 그들의 흔적은, 미래의 더 발전된 연구 방법을 통해 비로소 그 비밀을 드러낸다. 그런 중요한 유물을 옯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처장은 이 사업은 "우리 지역사회는 여전히 토건의 지배에 있다. 그래서 예산만 낭비하는 작은 공사를 계속 만든다. 왜냐하면 토건족의 생존을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예산 낭비나 유착 비리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동강네트워크 강호열 대표가 강운동과 강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 강호열 대표가 강운동과 강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 정수근

오랫동안 낙동강을 지키고 되살리기 위한 강 운동을 해오고 있는 조직인 낙동강네트워크 강호열 대표는 강과 강문화의 의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며 죽곡산 두물머리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단순히 흐르는 물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강 유역의 문화와 역사와 삶의 인문학적 가치를 함께 살리는 것이 강 운동이라 생각한다. 강은 4대 문명의 발상지이고 특히 우리가 있는 이곳 낙동강과 금호강 유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이 죽곡산 선사시대의 유적의 그 가치와 의미를 낙동강과 금호강 유역에서 함께 보전하고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로 생각한다."

 미발굴 유물에 대해서 현장에서 고발하고 김종원 전 교수
미발굴 유물에 대해서 현장에서 고발하고 김종원 전 교수 ⓒ 정수근

이어진 현장조사에서 안내를 맡은 김종원 전 교수는 공사 현장에서 미발굴 유물을 직접 찾아 보여주면서 "이것은 음식물 같은 것을 갈 때 사용했던 밑돌"이라며 "이 같은 유물도 놓치는 엉터리 조사"라면서 이번 문화재 정밀조사 결과에 대해 불신을 나타냈다.

그리고 성혈 바위 앞으로 가서는 이 같은 유물을 옮겨서 보관한다는 것은 "죽은 역사를 가르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혈 바위와 같은 중요한 유물은 제자리에 그대로 보전해 귀중한 학술자료로, 멋진 교육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종원 전 교수가 현장에서 나온 중요 유물인 성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김종원 전 교수가 현장에서 나온 중요 유물인 성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6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


#죽곡산#달성군#두물머리#낙동강#성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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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의 우리 강 이야기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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