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V장애인정을위한 전국연대는 17일 오후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IV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한 것을 규탄하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 조정훈
[사례] 지난 1월 HIV 감염인인 A씨는 골절상을 당해 대구의 한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 당일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담당 의사는 '면역 계통의 내과적 문제'라는 추상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며 수술을 거부했다.
병원은 대체 치료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A씨는 결국 인근 동네 병원에서 임시방편으로 깁스를 해야 했다. 이후 A씨를 지원하는 단체에서 해당 병원에 이의를 제기하고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에도 민원을 제기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HIV는 면역결핍증후군으로 감염인은 병원을 자주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많이, 자주 겪게 되는 차별과 낙인의 장소 역시 병원이다. A씨 역시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차별을 경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HIV 장애인정을위한전국연대는 17일 오후 대구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수술을 거부한 병원에 대해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규탄하고, HIV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진료·입원·수술 거부는 명백한 감염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들"이라며 "의료법상 진료 거부 금지에 반하는 불법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A씨가 받은 수술 거부는 단순히 '의학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한 명백한 차별 행위"라며 "수술을 권고하던 의사가 단 하루만에 판단을 번복하고 대체 치료도 없이 환자를 돌려보낸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수술 권고하던 의사가 하루만에 판단 번복"
그러면서 "HIV에 감염됐다는 이유만으로 아플 때 진료조차 받기 어렵고 노동할 권리가 제한되며 사랑·결혼·출산의 기회도 박탈된다"면서 "신체적 결핍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의 편견과 낙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우리에게 가해지는 모든 차별과 불법 행위를 거부하며 HIV 감염인 수술거부 사건을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 차별로 진정한다"라며 "우리의 유예된 권리를 되찾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연대는 ▲ HIV 수술 거부를 한 병원에 대해 의료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 ▲국가와 대구시는 감염인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차별금지 정책을 마련할 것 ▲국가인권위는 감염인을 장애인차별법상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현실적 권리를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