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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저녁 8시부터 10분간 불을 꺼주세요."
쫑긋 귀를 세워 들어야 알아 들을 수 있는 천사들의 속삭임이 충북 단양거리를 밝혔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자는 목적으로 제정한 세계 기념일이다. 지구의 날을 계기로 환경 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운동이 197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세계자연보호기금, 그린피스 등 환경보호 비정부기구들이 설립됐다.

▲고사리손도 나눔할 수 있어요! ⓒ 박서진
지구의 날 전후로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갖가지 활동이 펼쳐진다. '지구촌 1시간 소등행사'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산가스 배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1시간 동안 불을 끄면서 시작된 행사다. 우리나라는 1990년 남산에서 처음으로 지구의 날 행사가 열렸고, 이후 '차 없는 거리' 행사와 같은 다양한 주제로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11시 '세살 버릇이 아름다운 강산 만든다'는 지구지키미 친구들과 전국 소등행사를 알리고 동참할 수 있도록 무료 미니초나눔을 했다. 출근길 쨍쨍했던 날씨가 행사준비를 하는 내내 거센 바람을 몰고 왔다. 지구의 날을 알리는 배너가 넘어지고, 테이블 위를 휩쓸었다.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되며 행사를 진행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이 바람이 잔잔해졌다. 지난주 변덕심한 날씨는 봄다운 봄을 느낄 사이 없이 눈과 우박이 오가며 꽃망울 터트린 꽃들을 한순간에 삼켜버렸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시금 확인하곤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기 어려워진 꼬맹이들을 위해서 더욱 부지런히 환경보호를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이 굳건해졌다. 나란히 손을 잡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어르신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쌍둥이야?"
"친구예요~ 어르신! 어린이집에서 나왔어요~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에요. 저녁 8시부터 10분간 불을 끄는 전국소등행사가 있어요, 동참해주세요!"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자, 고사리손에 꼭 쥐고있던 미니양초를 건넨다.
손발 척척 맞는 환상의 콤비다! "이게 뭐여?" "어르신 초예요! 다가오는 화요일 22일 저녁 8시에
이 초 켜주세요" "잠깐, 잠깐만 있어봐, 이거 애기들 맛있는 거 사줘~" 주머니에서 쌈짓돈을 꺼내 건네신다.
무료나눔이라고 괜찮다고 사양하자, 아기들이 하는 일인데 그냥 받을 수 있냐며 잊지않고 촛불켜겠다신다. "애기들이 이뻐서 맛있는거 사주고 싶어서 그러니 어여 받어~" 되돌려주는 선생님의 손을 뿌리치고 황급히 가셨다. "지구의 날이예요, 촛불 켜주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초를 받아가는 사람들의 환한 표정과 칭찬이 아이들을 춤추게 한다.

▲작은 손 민망하지 않게 웃으며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서진
"큰일이야! 날씨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거 보니 진짜 큰일이야. 이 어린 것들을 어째. 우리야 다 살아서 걱정없지만, 이 어린것들이 무슨 죄야!옛날이 좋아, 옛날이 좋았어~"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던 그 시절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어머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맞아요,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줘야 할 텐데... 큰 걱정이예요' 고개를 끄덕이며 속마음을 전했다.
"이거 내가 소주한병 사고 남은 잔돈인데 보태요. 소주는 애기들한테 보이면 안 돼서 여기 주머니에 숨겼어." 한 어르신의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아이들 맛있는거 사줄게요"라고 답했다.
주변을 한바퀴 돌고 온 형님반 친구들의 손이쌀뻥튀기, 음료수, 비타민 영양제, 과자로 가득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셨어요, 아이들이 나눔하니 무척 좋아하시네요." 환경보호 동참 캠페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년 7월3일 비닐봉투 안쓰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천가방 나눔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단양의 지역민들이 보내주시는 한결같은 마음이 아이들도 모르고 있던 참 좋은 나를 만나게 해준다.
나눔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양초를 나누며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느낌은아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해 줄것이다. 더불어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은 습관이 돼 세 살 버릇이 아픈 지구를 살려낼 것이라 믿는다.

▲소등행사에 함께해주세요! ⓒ 박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