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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십니다. 시골 들녘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 민들레가 한창입니다. 누구나 아는 꽃이지만,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문 꽃이 바로 민들레입니다. 사실 저도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직간접적으로 체험하여 아는 만큼만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서양노란민들레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피는 서양노란민들레가 대전 선화동 한 공원에 피어 있다.
서양노란민들레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피는 서양노란민들레가 대전 선화동 한 공원에 피어 있다. ⓒ 신정섭

민들레는 정말이지, 밖에 나가면 어디서나 눈에 뜨일 만큼 흔합니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므로 한 번 피었던 자리에 이듬해에 다시 가보면 어김없이 또 피어 있습니다. 부여군 세도면 시골 장모님 댁 근처에 핀 흰민들레의 자태에 취한 적이 있는 저는 올해로 삼 년째 같은 자리에서 흰민들레를 여럿 보았습니다.

흰민들레 우리나라 자생식물인 흰민들레가 부여 세도면 화수리 들녘에 피어 있다.
흰민들레우리나라 자생식물인 흰민들레가 부여 세도면 화수리 들녘에 피어 있다. ⓒ 신정섭

우리나라 자생식물인 흰민들레(white-flowering Korean dandelion)는 귀화식물인 서양노란민들레와는 달리 봄에만 꽃을 피웁니다. 서양민들레는 가을까지 피고 지며 산지나 들녘, 공터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맹렬하게 번식하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생존경쟁에서 밀린 흰민들레가 귀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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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민들레는 국가표준식물목록 사이트(www.nature.go.kr/kpni/)에 '자생식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그런데 안타깝게도, 토종민들레는 2020년 자생식물 목록에서 사라졌습니다. 위 사이트에 '토종민들레'를 검색하면 나오지 않습니다.

토종 노란민들레 자체가 일본 고유종일 뿐, 자생식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아무튼, 토종 노란민들레는 거의 자취를 감추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흰노랑민들레 본 적 있나요?

한편, 흰민들레의 변종이라고 볼 수 있는 흰노랑민들레도 있습니다. 야생화 도감을 찾아보면, 잎의 가장자리가 깊게 갈라지고 양쪽 면에 털과 톱니가 나 있다고 나오는데, 자세히 관찰하면 정말 그렇습니다. 흰 물감과 노란 물감을 섞어 놓은 듯한 연노란색의 꽃을 피웁니다. 어찌 이리도 빛깔이 고울까요.

흰노랑민들레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흰노랑민들레가 부여군 세도면 화수리의 어느 밭 가장자리에 피어 있다.
흰노랑민들레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흰노랑민들레가 부여군 세도면 화수리의 어느 밭 가장자리에 피어 있다. ⓒ 신정섭
지난 20일 시골 장모님 댁 인근 밭 언저리에서 흰노랑민들레 세 송이가 피어 있는 걸 발견하고는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알현하지 못할 정도로 개체수가 적은 '희귀템'이기 때문입니다. 흰노랑민들레 꽃 사진을 찍으며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민들레의 꽃말이 '행복'입니다.

민들레는 꽃이 진 자리에 씨앗들이 동그란 공처럼 뭉쳐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하얀 갓털(冠毛)이 우산처럼, 혹은 낙하산처럼 달려 있는데 이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풍경은 신비로울 지경입니다. 어릴 적에, 아니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도 꽃대를 꺾어 들고 재미 삼아 후후 불어 씨앗을 공중에 날려 보낸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민들레 홀씨'는 틀린 말

그런데 적잖은 사람들이 이 갓털을 '꽃씨'라고 말하지 않고 '홀씨'라 부릅니다. 아마도 가수 박미경이 1985년 제6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부른 '민들레 홀씨 되어' 노래 가사가 귀에 익은 탓일 겁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이 노래 다들 아시죠?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하지만, '민들레 홀씨'는 틀린 표현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홀씨는 포자(胞子, spore)의 다른 이름으로 균류나 이끼류, 고사리류 등의 일부 비종자식물이 무성 생식을 하기 위하여 형성하는 생식 세포를 이릅니다. 민들레는 꽃이 피는 속씨식물이므로 홀씨가 없고, 꽃씨(flower seed)만 있습니다. 앞으로는 '민들레 꽃씨'라고 불러 주세요.

며칠 전 장모님 댁 근처 부여군 세도면 화수리 들녘에서 민들레 꽃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너무 신기하여 그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래 영상에서 비행하는 갓털의 위용을 감상하실 수 있는데요. 찰나에 벌어지는 일이라 집중하지 않으면 놓쳐버리기 쉽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합니다.

민들레 꽃씨의 비행 지난 20일 바람 부는 오후, 부여군 세도면 화수리의 한 들녘에서 민들레 갓털이 비행하는 순간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신정섭

정말 신기하죠? 민들레는 아무 데서나 잘 자라고 밟혀도 죽지 않는 질긴 생명력으로 흔히 '민초(民草)'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민들레만큼 친근한 야생초가 또 어디 있을까요. 질경이만큼이나 흔하고, 꽃다지만큼이나 예쁘니까요.

비가 그치고 나면, 척박한 환경에서도 예쁜 꽃을 피워내는 민들레의 강인한 생명력을 한 번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산책길 어디에나 있을 것입니다. 만약 흰민들레 또는 흰노랑민들레를 발견하신다면 행운은 당신 편입니다.

#흰민들레#흰노랑민들레#민들레꽃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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