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위를 피할 곳이 없는 대전오월드 유럽 불곰의 모습. ⓒ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이 대전오월드 동물원의 전시 목적 개체 번식과 비자연적인 사육 환경을 비판하며 생명 보호 시설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지난 20일 대전오월드 내 주랜드와 버드랜드 등 동물 전시 구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다수의 동물이 생태적 습성과 맞지 않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번 모니터링에서는 사막여우, 아무르표범, 훔볼트펭귄, 미어캣, 홍학, 반달가슴곰, 유럽불곰, 호랑이 등의 생활 환경을 관찰했는데, 그 결과 해당 개체의 생태와 맞지 않고, 지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여전히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
현장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반달가슴곰과 유럽불곰이 생활하는 방사장은 벽과 바닥이 시멘트로 이루어져 있고,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나 은신처가 전혀 없었다. 그나마 있는 나무 한 그루는 너무 작아 그늘을 만들지 못했고, 근처로 갈 수 없도록 줄로 둘러싸여 있었다.
유럽불곰 한 마리는 뜨거운 햇볕 아래서 지친 듯한 모습으로 방사장 한쪽을 빙글빙글 돌며 반복 행동을 보였고, 내실 문 쪽으로 가서 문을 손으로 밀며 안으로 들어가려는 행동을 계속했다. 이는 동물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행동으로, 사육 환경이 동물의 생태적 습성과 전혀 맞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반달가슴곰은 야생에서 주로 깊은 산 속, 그늘진 바위틈이나 동굴에서 지내며 더위를 피하는 습성이 있다. 유럽불곰 또한 비교적 서늘한 고위도 지역에서 서식한다. 대전오월드의 기후와 시멘트 위주의 전시장은 이들의 생태에 전혀 맞지 않는 공간이었다.
곰류 외에도 호랑이, 아무르표범 등 맹수류 또한 전시에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노출되고 있었다. 호랑이는 생태해설이라는 명목 아래 먹이를 던지는 방식으로 관람객의 흥미를 유도하고 있었고, 야행성이며 청각이 매우 민감한 아무르표범은 사방이 열린 방사장에서 한낮에도 쉬지 못한 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까지 감내해야 했다.
이 같은 환경은 동물의 생체 리듬과 기본적인 정서적 안정까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보여주기'에 초점을 맞춘 전시의 단면이라고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지적했다.
"번식을 이유로 한 동물 학대… 사막여우의 고통스러운 짝짓기"

▲더위를 피할 곳이 없는 대전오월드 유럽 불곰의 모습. ⓒ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은 특히 전시 목적의 개체 번식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모니터링 당시 사막여우 한 쌍이 짝짓기 행동을 하고 있었는데, 수컷이 암컷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암컷 개체는 이미 등과 배 쪽에 상처가 있는 상태였으며, 활동가의 요청에 따라 현장에서 즉시 개체 분리가 이루어졌다는 것.
해당 암컷 상태를 확인하고자 23일 대전오월드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한 결과 '해당 수컷 개체는 번식기에 유난히 사나워지는 편이며, 암컷 개체는 짝짓기 행위 때문이 아니라 기존에 다른 개체와의 싸움으로 상처가 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또 번식시키는 이유를 묻자 '번식을 하지 않으면 해당 종이 자연사하면서 보유종이 줄어든다'고 답했다. 이는 대전오월드 내 동물들을 시설 유지와 관람객 유치를 위한 대상으로밖에 취급하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이러한 설명은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전시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비판하며 "감금된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번식은 종 보전이 아니라 전시 재고 확보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명을 전시하는 동물원… 진정한 돌봄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대전오월드의 왈라루. ⓒ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이미 자유를 박탈당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곳임을 강조하며, 단순히 사육과 전시를 넘어선 '돌봄의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물원은 이미 자유가 박탈된 생명들의 장소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생활하는 동물들이 극히 제한된 인공적 공간에서 생활하는 자체가 학대임을 대전오월드는 왜 모르는가"라고 꾸짖고 "더구나 대전오월드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은 이곳이 원서식지가 아님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원서식 환경과 동떨어진 곳에 가둔 동물을 번식시키는 것은 종 보전이나 연구 등의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애초에 종 보전은 당장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서식지를 확보해야 가능한 일"이라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못하는 동물원 번식은 전시를 통한 이윤 추구 외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동물을 감금시켜 돈을 버는 행위는 구체적이고, 독립적이며 고유한 생명체로 존재하지 못하게 만들며, 비인간 생명을 한낱 사물과 같은 위치로, 인간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시킨다"고 강조하고 "동물원은 인간이 아닌 비인간동물을 돌보는 돌봄의 장소다.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대할 때 갈비뼈 사자 바람이와 같은 비극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이들은 "대전오월드를 찾는 관람객은 대부분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이다. 어린이들에게 갇힌 동물을 보여주는 것이 생명을 대하는 왜곡된 시선을 길러줌을 인식하고, 그곳에서 다시는 평생 갇혀서 살아야 하는 생명을 만들지 않는 것이 타 존재에 대한 올바른 관계를 맺는 첫걸음임을 대전오월드가 하루빨리 깨닫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