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현 신부가 팽팽문화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김병기
"제주와 군산, 하루 두 편씩 민항기가 뜹니다. 미군은 우리에게 이 활주로의 사용료를 내라, 유지보수비를 내라고 그러는 데, 여긴 우리 땅입니다. 미군은 이 땅을 기한도 없이 무상으로 빌려 쓰면서 우리에게 사용료를 내라합니다. 그것도 매년 5배씩 올리고 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거리의 신부'로 불리는 문정현 신부(군산평화박물관 관장)는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27일 군산 옥서면 하제마을, 600년 동안 이 마을을 지켜온 팽나무 아래에서다. 주한미군은 일제강점기 시절 가미카제 비행장으로 쓰던 이곳을 이어받아 운영하면서 300만평으로 확장시켰는데, 2001년 탄약고 안전지역권 확보 강제토지수용으로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고, 지금은 팽나무만 우두커니 남아있다.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 김병기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 김병기
2020년 10월부터 이곳에서 매달 열리고 있는 '팽팽문화제'의 52번째 행사는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이 주관했다. 국방부가 하제마을 일원의 탄약고 안전지역권을 미군에 공여하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이에 반기를 든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모임과 하제 팽나무지키기 모임과 연대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시낭송과 소리·춤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신학철 백기완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곳에 와보니 문정현 신부님과 주민들이 팽나무처럼 단단한 뿌리로 터를 딱 잡고 활동을 하고 있기에 팽나무와 우리 땅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백기완 재단은 여러분들과 같이 끝까지 연대해서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문정현 신부는 "이곳에 있던 집이 다 허물어지고 나서야 팽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지난해 10월 31일 이 나무가 국가지정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면서 "주한미군은 국방부에 이 땅을 공유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아마도 이 팽나무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 팽나무를 꼭 지키겠다"고 피력했다.
문 신부는 이어 새만금 신공항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새만금신공항은 실제로는 국제공항이 아니라 주한미군 공항의 확장판입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 편에 서서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여기 오신 김에 새만금 방조제에 가보세요. 서해바다 물과 방조제에 갇힌 곳의 빛깔이 다릅니다. 썩어가고 있는데 해수 유통을 안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난 3월 31일부터 전북지방환경청 앞에 텐트를 치고 서각(농성)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매판세력이 권력과 자본, 언론계 중심인 기막힌 현실... “이런 자들을 처단해야”
김병기
이어 명진 스님은 "사실은 미국의 문제라기보다는 이 땅에 외세가 들어올 때마다 거기에 붙어서 개인의 영달을 누리고자 했던 매판 세력들, 친일·친미, 매국 세력들이 지금도 현존하면서 권력의 중심에 있고, 자본의 중심에 서 있고, 교육의 중심에 서 있고, 언론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민족을 배신하고 외국과 붙어서 영달을 누렸던 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여기에 서 계신 팽나무 할아버지를 모시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소리꾼 임진택의 판소리, 춤꿈 장순향의 공연이 이어졌다.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손을 맞잡고 팽나무를 에워싼 채 흥겨운 춤판을 벌였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래를 불렀고, 이덕우 변호사는 시낭송을 했다.
한편, 백기완재단은 회원 등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오전부터 동학혁명모의탑, 원평집강소, 교룡산성 등을 돌며 1박2일 동안 동학농민혁명유적지를 답사했다.

▲백기완노나메기재단 회원 등이 팽팽문화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병기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하제마을 팽나무 앞에 기념 팻말을 세웠다 ⓒ 김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