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찬조연설로 화제가 된 금희정씨가 지난 5월 2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며 활짝 웃고 있다. ⓒ 조정훈
"저는 매일 아침 보수 일간지를 보는 국민의힘 당원인 아버지와 '정치인은 그 놈이 그 놈이지 결국 다 똑같다'고 하는 어머니의 장녀입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을 유튜브를 통해 보면서 "계엄 세대가 아니어서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국회에 계엄군이 들어오고 창문을 깨는 것에 심장이 떨렸다"는 금희정(35)씨. 그는 최근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찬조연설을 해 화제가 됐다. 그는 방송에서 "내란은 종식되지 않았고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재명"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스스로 'TK의 딸'이라고 밝힌 금씨는 외과의사다. 방송 직후 아버지가 국민의힘 당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댓글창엔 여러 우려가 올라왔지만 정작 아버지는 "자랑스럽다"면서 그의 선택을 응원했다고 한다.
지난 5월 29일 대구 북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금씨는 지난 '12.3 내란 사태' 이후 매주 동성로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대구에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나왔을 때부터 민주당에 가입했다.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으나 내란 정국을 맞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한다.
금씨는 외과의사의 관점에서 TK를 수술한다면 "국민의힘을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윤석열을 옹호하거나 내란에 동조한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쳐쓸 수 없다면 새 것으로 바꿔야 한다.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민들에게는 "내란당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면서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는데도 대선후보를 내고 당당하게 유세하는 모습을 보면 비빌 언덕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게 바로 TK"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정치에 대해서는 채찍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찬조연설 후 아버지께서 자랑스러워하셨다"

▲윤석열 파면 촉구 집회에 참가 중인 금희정씨. ⓒ 금희정 제공
- 대구에서 태어난 TK의 딸이라고 했는데 자신을 소개한다면?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졸업하고 현재는 외과의사다.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이 있고 화목한 가정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도 엄하게 하거나 제약을 많이 두지 않는 편이다. 방송에서 아버지가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말한 후 걱정했는데 미리 말씀드렸더니 자랑스러워 하시더라.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하신다."
- 어떻게 찬조연설 방송에 출연하게 됐나?
"지난 5월 13일 동성로에서 한 유세를 보고 민주당 중앙당의 작가팀에서 찬조연설을 부탁하는 연락이 왔다. 대구시당도 강력히 추천했다. 당시 동성로에서 한 발언은 방송 내용과 비슷하다. 윤석열의 내란에 무력감도 느끼고 분노하는 시민들이 나와서 '빛의 혁명'을 하고 탄핵도 했지만 내란은 종식되지 않았고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이었다."
- '12.3 비상계엄' 당시 어떻게 상황을 알게 됐나?
"'집순이'라서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가 속보가 뜬 것을 보고 알았다. 친구들이 SNS를 통해 알려주기도 했고 커뮤니티에도 올라왔다. 나는 계엄세대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게 잘못된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군인들이 국회로 들어가고 창문을 깨는 걸 보면서 심장이 떨렸다."
- 이후 많은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빛을 밝히며 탄핵을 요구했다. 탄핵 집회에도 참석했나?
"매주 참석해 시민들에게 잘못된 것을 알렸다. 윤석열이 구속되기 전까지는 대구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데 구속되고 날씨가 추워지니까 점점 사람들이 줄었다. 그래서 계속 나갔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느 추운 금요일 저녁이었는데 당시 30~5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었다. 그런데 사람이 적으니까 지나가던 사람들이 시비를 걸기도 하고 막말을 하거나 위협하기도 해 공포를 느꼈다."
- 매주 집회에 나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집에서도 걱정을 했을 것 같은데.
"부모님께는 집회 나간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약속이 있거나 저녁 먹고 온다고 핑계를 댔다.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면 불편해하고 잔소리할 것을 알기 때문에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아마 부모님은 눈치를 챘어도 모른 척 하지 않았을까 싶다."
"도려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찬조연설로 화제가 되고 있는 대구 장녀 금희정씨. ⓒ 유튜브 갈무리
- 방송 출연 후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연락도 해왔을 것 같다.
"가족들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정치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부딪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을 보고 친구들이 SNS를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보내줬다. 친구가 찬조연설을 하니까 자기 부모들에게 보라고 권하고, 마음을 돌리게 했다고 한 친구도 있다. 유튜브 댓글을 보니 초등학교 때 방문교사 하셨던 선생님이 알아보고 댓글을 달았더라. 25년 만에 연락이 닿았다. 방송 출연에 용기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 직업이 외과의사인데 외과의사의 관점에서 TK를 수술한다면?
"국민의힘을 도려내야 한다고 본다. 고쳐 쓰기엔 이미 너무 먼 길을 와버린 것 같다. 지금까지도 윤석열을 옹호하거나 지지하거나 내란에 동조한 자들이 있다. 그럼에도 반성도 없고 대구를 잘되게 하겠다는 비전을 보이는 정치인도 안 보인다. 고쳐 쓸 수 없다면 새 것으로 바꿔야 한다."
- 대선에서 TK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나?
"내란세력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해야 하는데도 대선후보를 내고 당당하게 유세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그들이 여전히 비빌 언덕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게 바로 TK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지를 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정치에 대해서는 채찍이 필요하다. '우리가 남이가' 해서 특정 세력만 찍는다면 대구의 발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