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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배우는 매곡리 자연학교'는 군위 매곡리에 있는 작은 교회 부설의 대안 교육기관이다. 가르침과 배움의 공동체로 닭과 토끼를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화려함보다는 삶을 살아내는 것을 실천하는 곳으로 종교 유무와 상관 없이, 생명의 살아있음과 평화로운 일상을 함께 나누는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공간이다.

매곡리 자연학교 군위군 효령면 매곡리 작은교회 부설 자연학교
매곡리 자연학교군위군 효령면 매곡리 작은교회 부설 자연학교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처음에는 매곡리 자연학교의 정신을 본 받아 생태놀이터로 삼아 나들이를 다녔었다. 매곡리에서 보내는 사계절은 아이들에게 시골 할머니 집처럼 정겹고 따뜻한 공간이 되었다. 그 마음에 공감한 몇몇 유아교육기관들이 동행하며, 서로 다른 기관들이 하나둘 모여, 아이들과 자연이 연결되는 생태공동체를 꿈꾸었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텃밭을 가꾸고 마을을 걷고, 논에서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법'을 함께 배우는 교육의 터전을 만들기로 했다.

2023년 11월 5일, 작은 교회 40주년을 맞아 원필선 목사님, 마을 어르신들, 유아교육기관 원장들과 각 기관의 학부모운영위원이 모여 정식으로 교육공동체를 발족하였다. 이날 협약식에는 곽은득 목사님과 작은 교회를 기억하는 많은 분들이 초대되었다. 먹고 마시며 노래하고, 논에 벼를 베고 손수건을 염색하며 매곡리의 가을 하루를 온몸으로 누렸다.

공동체의 목적은 아래 협약서에 자세히 명시되어 있다.

매곡리 자연학교 교육공동체 협약서

이 땅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하여, 지구 생태계를 함께 지키고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삶을 위하여 매곡리 자연학교와 유아교육 기관은 힘을 모아 생태적 삶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공동체에 참가합니다. 공동체의 구성원은 아래의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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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곡리 자연학교

1. 교육공동체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생태교육, 땅을 기반으로 하는 텃밭 농사, 생명이 담겨 있는 지역 먹을거리, 자연 놀이 등에 관한 교육하겠습니다.
2. 매곡리 마을과 어린이들을 잘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마을의 여러 자원을 소개하고, 교육공동체가 마을 안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 매곡리 자연학교는 작은 텃밭 농사에 있어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길러낼 수 있도록 땅을 잘 가꾸어 가겠습니다.

*매곡리 마을 대표(이장)

1. 매곡리 마을을 생태 마을로 잘 가꾸어 가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유아교육 기관(어린이집과 유치원 운영자, 운영위원회)

1. 우리는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매곡리 자연학교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일회적인 체험 학습이 아닌 순환하는 농사에 연간활동으로 참여하겠습니다.
2. 우리는 아이들을 살리는 친환경, 지역농산물, 제철 식품 등을 급식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며, 가능한 (초) 가공식품, 즉석 등은 배제하겠습니다.
3. 땅을 살리고,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며, 서로를 살리는 공동체를 위하여 매곡리 자연학교에 매월 정해진 공동체 활동비를 지급하겠습니다.
4. 매곡리 자연학교 교육공동체의 이해를 위한 부모교육, 교사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습니다.
5. 공동체 회의를 거쳐 정해진 함께 힘을 모아 실천해야 할 사항들을 교육기관의 운영 전반에 반영하겠습니다.

2023년 11월 5일 매곡리 자연학교 교육공동체
-매곡리 자연학교 대표 원필선
-매곡1리 주민대표(이장)
-유아교육 기관 기관대표
-유아교육 기관 학부모대표 운영위원장

매곡리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노래

공동체의 유아교육 기관들은 매곡리 안에서의 활동 외에도 여러 가지 활동을 같이하고 있다. 모든 기관의 교사들이 모여 자연학교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연중 몇 회에 걸쳐 교사교육이 있다. 아이들은 매곡리에서 다른 원의 친구들과 만나고 8월에는 모두 모여 서로 노래 부르고 관람객이 되는 고운 노래동요제가 열린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힐링캠프와 부모교육도 연 2회 정도 가진다. 또 논농사를 짓는 어르신들과 회원기관들은 쌀계약재배로 아이들의 밥을 매곡리의 쌀로 지어 먹고 있다.

고운노래 동요제

그 중 동요제에선 아이들의 말로 노래를 만들어 무대에 올리고, 잔치를 연다. 이때는 참관하는 부모도 초청손님도 상도 없다. 겨룰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굳이 정해진 자리에 서서 한 목소리로 부르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 튀는 목소리를 내도 괜찮고, 무대를 뱅뱅 돌거나 뛰는 아이가 있어도 괜찮다. 그래도 다들 예쁘게 부르려고 연습도 하고 애도 쓴다. 그 안에서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봐온 대부분의 유아 대상 합창대회나 동요제는 어른의 감성에서 비롯된 노래가 중심이었다. 노랫말은 아이의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어른이 만든 메시지를 아이의 입을 빌려 말하는 식이고, 곡조도 지나치게 높거나 감정 표현이 과해 아이들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았다.

대회는 '누가 더 잘하느냐'를 겨루는 구조 속에서 준비되며, 아이들은 반복적인 연습을 강요 받고, 반짝이는 무대의상과 율동으로 꾸며진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어른이 만든 무대에 끼워 맞춰진 존재가 되기 쉽다. 무대 위에 서 있지만, 진짜 주인공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풍경이다.

우리 무대는 서로 노래 부르고 박수 치고, 마지막에는 함께 합창하며 마무리한다. 보여주기 위한 교육이 아닌 몸과 마음과 영혼이 건강한 아이들이 되기를 원하는 매곡리자연학교 교육공동체 원장들의 의지가 담긴 귀한 시간이다.

이 작은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들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세계관이 피어나는 시작점이다. 아이들이 자기 삶의 언어로, 자기 마음의 리듬으로 세상과 만나는 이 시간이야말로 진짜 교육이다. 아이가 아이다운 세상이 그 무대 안에 있다.

마무리하며

교육공동체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매곡리라는 환경을 부러워 하는 이들,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인 것을 부러워 하는 이들처럼 긍정적인 시선이 있다면, '굳이 저 먼 곳에 왜 아이들을 끌고 다니는 걸까'라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도 많다. 나들이 날이면 꼭 결석을 하는 아이도 있다.

차에 태워 가까운 공원이나 숲을 찾아 "뛰지 마라. 오르지 마라. 만지지 마라" 하고, 돋보기로 나뭇잎을 관찰하고 청진기로 나무 속 물소리를 들어보는 체험을 숲교육이라 말한다. 플라스틱 모를 꽂으며 진행되는 '모내기 체험', 강당에 설치된 에어바운스 놀이터. 이 체험들은 안전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자유를 제약하며 진짜 자연과의 만남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속에서 우리 공동체 회원기관들은 어쩌면 더 쉽고, 더 안전하고, 더 보기 좋은 길을 두고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길을 택했다. 흙을 밟고 바람을 맞고 햇볕을 받으며 자란 아이가 행복하고 건강한 어른이 될 거라는 걸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 길을 함께 가는 동료가 있어 우리는 지치지 않을 것이다.

모내기 움사랑생태어린이집 아이들의 모내기
모내기움사랑생태어린이집 아이들의 모내기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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