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 조정훈
대구시가 동대구역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는 등 기념사업과 관련해 유공자 포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월 올해 상반기 중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유공 민간인 포상'을 진행하기로 계획하고 최근에는 포상자 선정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포상 근거로 "박정희 대통령 산업화 정신 계승을 위한 기념사업 추진에 공로가 있다고 인정되는 유공자를 발굴해 포상"하고 "포상을 통해 박 대통령 기념사업의 성공적 추진과 활성화를 유도하고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한다고 밝혀놨다. 또 "기념사업의 원활하고 성공적인 사업추진에 기여한 자와 기념사업 추진에 적극 협조한 자" 등으로 선정기준을 정하고 포상 대상은 대구경찰청 소속 경찰과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관계자 등으로 특정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단체는 "박정희 동상 감시활동에 동원된 관계자들을 포상하려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경실련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시 포상운영 조례에 따르면 포상의 대상자는 '지방행정 또는 지역발전, 복지증진에 기여한 공적이 현저한 공무원·시민·기업·기관·단체 또는 작품모집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발휘한 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의 계획에 따르면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고 동상 훼손 방지 명복의 감시활동을 한 것이 대구시가 시행한 기념사업의 전부"라며 "박정희 동상 주변감시 활동에 동원된 관계자들을 포상하려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대구경실련은 동상 훼손을 막기 위해 공무원들을 동원해 야간 불침번 근무를 서게 하거나 CCTV와 감시초소를 설치한 것 등을 들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일방적으로 설치한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은 실패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정희 동상이라고 하지만 홍 전 시장을 닮은 동상의 생김새로 인해 오히려 동상을 희화화하고 동대구역 광장의 경관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도 했다.
대구경실련은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가 정한 여론수렴,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며 "박정희 기념사업 유공 포상은 동상으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떠맡은 경찰과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관계자들에 대한 보상용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포상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포상을 꼭 해야 한다면 대구시장의 포상을 원하는 시민 모두에 대한 포상과 함께 시행하라"고 규탄했다.
대구경실련 "보상용 유공 포상 가능성 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박정희 기념사업 유공 포상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내용만 가지고 포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찰 같은 경우 지난해 선거뿐만 아니라 축제, 청사 방호 등 많은 부분에 기여한 것을 감안해 포상하기로 한 것이다. 포상자는 시정 전반에 걸쳐 공을 세운 분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상반기에 계획하고 있지만 포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포상 시점은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가철도공단이 동대구역 광장에 세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라며 대구시를 상대로 낸 '박정희 동상 철거 본안 소송(구조물 인도 청구)' 첫 공판이 오는 7월 3일 대구지법에서 열린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1월 대구시를 상대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준공 승인도 받지 않은 동대구역 광장에 사용권 위탁을 받은 대구시가 소유주인 철도공단과 사전에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설물을 설치한 것은 법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사법부가 철도공단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박 전 대통령 동상은 동대구역 광장에서 철거해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