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정규직, 1년 중 145일째부터 무급입니다” 2024년 기준, 여성 비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은 169만 원으로, 남성 정규직의 430만 원에 비해 39.4%에 불과합니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여성 비정규직은 1년 중 144일만 임금을 받고, 145일째부터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올해 5월 25일은 '임금차별타파의 날', 5월 25일부터 5월 31일의 한 주는 '임금차별타파주간'이었습니다. 성별임금격차와 여성노동현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새 정부에서 성평등 노동을 바라는 목소리, 2025 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기사로 만나봅니다.
[기사 수정 : 19일 오후 4시 26분]
지난 5월 27일, 2025 임금차별타파주간 대구지역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은 25년 동안 방송작가로 일해온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권 지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방송작가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있습니다. '방송작가는 대부분이 여성분이지요?'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꼭 이렇게 덧붙이죠. '하긴 여자분들이 감수성이 뛰어나고 글도 잘 쓰고 그렇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 권 지회장은 정면으로 반박한다. 남성들은 감수성이 부족해서 방송작가를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왜 기자는 남성이 더 많고, 논문 쓰는 교수도 남성이 더 많은가. 답은 간단합니다. 방송작가는 비정규직, 그 가운데서도 특수고용직 프리랜서이기 때문입니다."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이 2025 임금차별타파주간 기자회견에서 방송작가들의 노동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대구여성노동자회
정규직은 남성이, 비정규직은 여성이
방송 프로그램은 피디와 작가가 한 팀이 되어 만들어진다. 하지만 피디는 정규직이고, 작가는 프리랜서 비정규직이다.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작가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동료로서 대우도 받지 못한다. 권 지회장은 이것이 방송작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돌봄, 콜센터, 서비스노동 등 여성집중 직군 전체에서 노동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노동을 폄하하는 가부장적 구조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하루 1400원 임금 인상, 30년 경력도 월 200만 원 안 돼
권 지회장이 소속된 방송작가지부는 지난해부터 전국 MBC 지역사를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협상은 벽에 부딪히고 있다. 대구MBC는 하루 1400원 인상안을 내놓으며 "더는 협상 여지가 없다"고 통보했다. 권 지회장은 "하루 1400원이면 버스도 못 탄다"며 현실을 꼬집었다.
그동안 방송작가들은 회사 사정을 감안해 원고료를 수 년간 동결해왔다. 그럼에도 이런 '선의'는 무시됐다. 방송이 결방되면 그 적은 임금조차 온전히 받을 수 없다. 대구MBC 30년 경력 작가가 받는 월급은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권 지회장 자신도 25년 경력을 쌓았지만, 2시간 방송 분량에 해당하는 원고를 써도 한 달 수입은 165만 원 정도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성노동도 노동이다
"노동은 그 무엇으로도 구분되거나 차별될 수 없습니다. 남녀, 정규직 비정규직을 떠나 동일한 일을 했다면 동일하게 임금을 받는 것이 이치이고 원칙입니다."
방송작가 역시 엄연한 노동자다.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여성이 다수라는 이유로 노동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권 지회장은 "방송작가들은 주체적인 여성 노동자로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