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팩트체크넷 서비스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내린 제재부가금과 보조금 환수 처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빠띠는 해당 조치가 방통위가 정한 기준에 따라 성실히 사업을 수행한 단체에 대한 부당한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지난달 20일 빠띠에 1억8898만 원의 보조금 환수 결정을 통보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빠띠에 5억6694만 원의 제재부가금을 부과했다. 보조금 환수액의 3배 규모다. 빠띠는 7억5592만 원이 넘는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가 된 팩트체크 오픈플랫폼 '팩트체크넷'은 문재인정부 당시 방통위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주도하고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 단체가 모여 2023년 2월까지 운영했다. 인터넷상 허위정보에 대응하고 디지털 공론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추진된 공공 민관 협력 프로젝트인 셈이다. 빠띠는 이 중 2021년 플랫폼 고도화 사업에 참여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민과 전문가의 협업 팩트체크 모델을 설계·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동관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는 팩트체크넷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고, 지난해 1월 "빠띠가 팩트체크넷 운영 과정에서 불법·부당행위를 저질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사업의 인건비 산정 기준이 부적절했고 일부 지출이 사업 목적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에는 이진숙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가 제재부가금 부과 결정을 내리는 데 이르렀다. 방통위의 요청으로 빠띠를 향한 수사당국의 조사가 시작되기도 했다.

▲팩트체크넷 플랫폼 사업수행계획서 11쪽의 인건비 지급 기준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빠띠 측은 방통위의 감사 결과 반박에 나섰다. 권오현 빠띠 이사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전체 사업 예산이 약 27억 원이었던 2021년에 빠띠가 집행한 보조금은 4억 원에 불과하다"며 "모든 집행 내역은 인건비 중심으로, 방통위가 제시한 '소프트웨어(SW) 기술자 평균임금(공임 단가 기준)'에 따라 투입률을 조정해 집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 도중과 종료 직후에 결과보고 및 평가, 수차례 감사를 거쳤지만 문제 지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개발자 급여를 둘러싼 왜곡 보도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왔다. 권 이사장은 "일부 언론에서 '개발자가 월 92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지만, 이는 방통위가 제시한 공임단가 기준일 뿐 실제로는 투입률에 따라 530만 원 수준으로 지급됐다"며 "마치 과도한 금액을 부정 수령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참여 언론사가 진보 매체에 편향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진보·보수 매체를 가리지 않고 협력을 제안했으나, 일부 보수 매체가 참여를 거부해 결과적으로 참여 매체가 편향돼 보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권 이사장은 "방통위가 '우리 일 잘했다'고 자랑하던 사업이었다"며 "현재의 태도 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2022년 1월 발행된 방통위의 2021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를 보면 ▲ 팩트체크넷 상 팩트체크 결과물 169건 업로드, 계획대비 163% 달성 ▲ 팩트체크넷 활성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년대비 약 350% 상향된 도전적인 목표치 설정 ▲ 팩트체크넷 상 검증 콘텐츠 기사화, 팩트체크 교육 수강인원 1400명 달성 등 민간 자율 팩트체크 활성화에 기여 등의 평가결과가 기술돼 있다.
권 이사장은 "그럼에도 방통위는 사업을 '성과 부족'으로 평가하고,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전면 중단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통위의 감사는 문재인정부의 언론·시민 협력 기반의 팩트체크 사업에 대한 표적성, 정치적 감사"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에 송부한 디지털유해정보대응과 작성 공문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취재진은 감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방통위에 질의했지만 "감사의 실시 및 처리는 관련법령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입장만을 들을 수 있었다.
부담금의 납부 기한은 7월1일까지다. 비영리성을 띄는 사회적협동조합인 빠띠 특성상 부담금 납부는 불가능하다. 만약 기한 내 납부를 하지 못하면 개인에 대한 형사 고발도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소송을 진행한다면, 결과에 따라 처분의 내용과 효력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권 이사장은 이달 중 법원에 제재부가금·환수금 부과 집행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한 시민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정권 교체 후 기준을 바꿔, 이미 종료된 사업에 대해 과도한 처벌을 가하는 것은 정부-민간 협력 사업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 처분은 단순히 빠띠 하나를 무너뜨리는 일이 아니라, 향후 모든 민간협력 공공사업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