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조속 추진 촉구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조속 추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세종보 재가동 백지화 및 금강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을 원상회복하고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조속 추진 촉구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조속 추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세종보 재가동 백지화 및 금강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을 원상회복하고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인류는 물가에서 문명을 이뤘고, 물을 관리하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물가뿐만이 아니라 물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도 도시가 만들어졌습니다. 도시가 발달하고, 정치·종교·경제·문화·과학 등의 체계가 복합적으로 형성됨에 따라 고차원적인 사회 구조를 가진 사회가 만들어졌는데, 이를 문명사회(civilized society)라고 합니다.

고대 문명사회는 최초의 도시 국가와 쐐기문자, 함무라비 법전이 만들어졌던 메소포타미아 문명, 피라미드를 만들고, 태양신을 숭배하며, 상형문자를 만들었던 이집트 문명, 계획도시를 만들고 배수 시스템을 갖추었던 인더스 문명, 은나라의 갑골문자를 만들고, 봉건제도를 발전시켰던 중국 황허문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 고대문명은 찬란한 발전을 이뤘지만 대부분 완전히 사라지거나 쇠퇴했습니다. 고대문명의 멸망에는 공통적인 원인도 있고, 각 문명마다의 특수한 배경도 있습니다. 공통적으로는 홍수·가뭄·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기반의 상실, 기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식량 부족, 외부로부터의 침입과 전쟁, 내부 부패와 정치 불안정, 경제적 붕괴, 문화적 정체 또는 쇠퇴, 즉 사회의 지속가능성 상실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AD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외침과 환경 파괴로 인해, 이집트는 외세(로마) 침입과 정치 부패로 인해, 인더스 문명은 기후 변화와 인더스강의 유로(물길) 변경으로, 마야 문명은 가뭄, 내전, 자원의 고갈로, 로마 제국은 내부 부패, 이민족 침입, 경제 붕괴로 인해 멸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중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고대 사회에서도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가 문명사회 소멸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고대 중국의 하우(夏禹)의 치수 신화는 단순한 물 관리 이야기를 넘어 지도자의 이상적인 자질, 국가의 기원, 인간과 자연의 관계까지 담고 있습니다.

하우(夏禹)의 아버지 곤(鯀)은 제왕의 명을 받아 홍수를 막으려 했고, 곤은 막는 방식(築堤法), 즉 제방을 쌓아 물을 가두는 방법을 선택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물은 더 크게 범람했고, 결국 곤은 하늘의 명령을 어겼다며 사형을 당합니다.

이후 아들 우(禹)가 그 임무를 물려받게 되었는데, 하우는 '통수(通水)' 방식을 선택해 아버지처럼 강을 막지 않고, 오히려 물길을 터서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였고 홍수를 막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을 잇고, 구역별로 물길을 정비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중국 최초의 세습왕조인 하(夏) 왕조를 세우게 됩니다. 통수 방식의 하천 관리 원칙을 채택한 고대의 하우가 주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됩니다.

문명하천의 이점과 한계

 대전 3대 하천에 대규모 녹조류가 창궐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대전시가 진행한 대규모 준설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 3대 하천에 대규모 녹조류가 창궐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대전시가 진행한 대규모 준설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문명하천(civilized river)이라는 말은 학술적인 명칭은 아니지만 자연하천(natural river)에 상대되는 말로 사용됩니다. 자연하천에 각종 수리시설, 홍수 통제 시설, 수변 이용 시설 등을 설치하여 하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하천을 가리킵니다. 즉, 문명하천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자연하천을 정비·개량해 치수(治水), 이수(利水), 도시 기능 등에 맞게 구조화한 인공적으로 정비된 하천을 가리킵니다.

문명하천은 도시 기능의 면에서는 이점이 있지만, 생태적으로는 여러 한계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생물 다양성이 감소합니다. 하천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면 생물의 다양한 서식처가 사라지고, 생물 종의 수가 줄어듭니다. 두 번째로는 수질 자정 능력이 저하합니다. 자연하천은 식물과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기능이 있는데, 문명하천에서는 이런 자정 작용이 어렵고, 오염원이 그대로 하류로 흘러가면서 수질이 갈수록 악화합니다.

세 번째로는 하천 생태계가 단절됩니다. 하천의 직선화, 보(weir), 제방 등으로 인해 상·하류 간의 생태적 연결이 끊어져서 물고기들이 산란지로 이동하지 못하는 등 생태적 연속성이 파괴됩니다. 네 번째로는 심지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하천 바닥의 경우 하천수와 지하수가 단절됩니다. 콘크리트 바닥은 물의 침투를 막기 때문에 지하수 보충이 어려워지고, 주변 습지 및 식생이 사라집니다. 다섯째로는 도시열섬 효과가 가중됩니다. 식생이 적고 인공 구조물이 많은 문명하천은 열을 머금고, 도심의 온도를 높여서 도시열섬 현상을 악화시킵니다.

문명하천은 시설로서의 하천 관리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생태계 파괴, 생물 다양성 감소, 수질 악화와 같은 문제를 동반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최근에는 '자연형 하천 복원'이나 '생태하천 조성'과 같은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고, 2021년에 수립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는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이 하천관리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최근의 세계 하천관리 정책은 대규모 통합복원 투자를 통해 공공 주도로 수자원과 녹지와 사회기능의 통합 복원을 추진하고 있고, 자연기반 해법(NbS)을 법제화 및 정책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주민, NGO, 지자체, 전문가 간 협업을 기반으로 추진하는 협력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있고, 기후 회복력과 도시 탄력성을 강화하여 폭염·홍수 대응, 물 순환 회복을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하며, 도시 기능과 경제 활성화를 연계하여 관광, 문화 공간화를 통한 지역의 가치 상승 등으로 경제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복원 사례인 독일 루르(Ruhr) 지역의 엠셔(Emscher)강 복원 사업(엠셔 시스템 개조 프로젝트)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되어 2022년에 핵심 단계가 완료된, 유럽 최대 규모의 생태·인프라 재생 프로젝트입니다.

독일 엠셔 강 복원 사업은 30년(1992~2022)간 약 5.5조 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로서, 지하 하수관 423km 구축, 콘크리트 채널 제거, 자연형 하천 및 교량·보행로 재조성이 추진됐습니다(https://www.urban-waters.org). 이 사업으로 엠셔 강은 수질과 생태가 복원됐고, 홍수와 가뭄의 대응능력을 높였으며, 일자리·지역 경제의 개선 효과를 얻었습니다. 이 사례는 성공적인 시민·공공·환경단체 협업 거버넌스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https://climate-adapt.eea.europa.eu).

우리나라의 청계천 복원도 여전히 미완성 상태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사례입니다. 2003년~2005년에 복개도로를 철거하고, 이 일대를 문화공간으로 조성했습니다. 이 사업으로 도심 온도가 평균 3.6℃ 내려갔고, 어류는 3종에서 14종으로, 곤충은 7종에서 41종으로, 조류(새)는 18종이 조사됐습니다. 수질은 BOD 100~250ppm에서 1~2ppm으로 개선되었고, 이산화질소(NO2) 농도는 34% 감소하였으며, 미세먼지(PM10)는 19% 개선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https://www.seoulsolution.kr).

어떻게 할 것인가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조속 추진 촉구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조속 추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세종보 재가동 백지화 및 금강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을 원상회복하고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조속 추진 촉구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조속 추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세종보 재가동 백지화 및 금강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을 원상회복하고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문명의 정의는 시대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문명은 기술과 디지털 변화의 영향으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인공지능, 네트워크 사회가 문명 발전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지속가능성, 생태계 보존, 인권, 평등 같은 요소들도 문명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자연을 정복하고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문명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자연과의 공존이 문명적인 태도로 간주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문명하천은 이용을 위해 하천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기반해법 등의 방식을 통해 지속 가능하며 생태가 보존된 자연하천으로의 복원을 도모하는 하천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댐이나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좋아진다거나, 기후 위기는 허구라는 설명은 현실을 외면하는 주장입니다. 한편, 'cultural river'는 (문명이 아니라) 문화적인 강을 가리키는 말로서, 하천을 문화적 요소로 받아들일 때 쓰는 말입니다.

새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4대강 재자연화를 주요 선거공약의 하나로 제시하며 당선됐습니다. 이 공약은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취소를 원상태로 회복하고, 낙동강 등 4대강 보를 전면 개방하며 취·양수장 위치 개선 사업을 신속 추진하고, 신규댐 설치 추진을 폐기하며, 하구둑 개방을 통해 하구 생태를 복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약속을 이행해야 합니다. 생태 복원은 환경 분야의 사업이기도 하지만,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경제 분야이기도 합니다. 새 정부는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자연성이 회복된 문명하천을 지향하는 하천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허재영씨는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입니다.


#4대강#하천#물관리
댓글

허재영 (gmfuture) 내방

'굿모닝 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한 온라인 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우리 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