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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산사에서 출가해 현재 서울 보화선원에서 선명상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화를 참아야 한다"는 말을 우리는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입니다. 나를 억울하게 만든 사람, 나를 괴롭히는 사람, 아무 이유 없이 미워하는 사람 앞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생을 살다 보면, 선하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에게 오히려 더 많은 시련이 닥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착하게 살고 싶어서 선 명상을 시작했는데, 더 많은 시련과 장애가 닥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절에 와서 토로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들 입을 모아 말합니다. "억울해요!"
정말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선한 마음을 내는 그 순간부터, 마치 그 마음을 시험하듯 예상치 못한 소란이 일어나고, 내 마음을 건드리고, 감정을 자극하며, 결국 붙잡고 있던 '선함'을 놓아버리게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참아야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옳고, 내가 틀려서가 아닙니다.
화를 내면, 그 화는 먼저 내 마음을 태우고, 결국 나 자신을 해치게 됩니다. 반면, 참고 견딘 사람에게는 복덕의 기운이 남고, 그 사람이 지은 악업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갑니다.
사실, 참을 만한 것을 참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참을 수 없는 상황과 사람 앞에서 화가 치밀어 오를 때입니다. 그래서 선명상에서는 이 '인욕수행(忍辱修行)'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인욕(忍辱)이란 단순한 인내가 아닙니다. 말도 안 되는 모욕, 억울함, 수치, 굴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입니다.
'인(忍)'은 마음(心) 위에 칼(刃)을 이고 있는 모습이고, '욕(辱)'은 창피함과 모욕, 치욕을 뜻합니다. 결국 인욕이란,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연습, 그 자체입니다. 그래야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 속에서 화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앉는 것으로 시작하는 선명상은 우리에게 고요함과 진정한 마음의 휴식을 주기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결가부좌로 앉아 다리가 아프고 마음이 뒤틀리는 그 순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며 '참을 수 있는 힘'을 기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화를 다스리는 법을 연습하게 됩니다.
생각이 억울함을 만들고, 그 억울함이 분노로 바뀌려 할 때, 분노를 표출하거나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대신, 다시 조용히 앉아 마음을 다스릴 힘을 기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 '화의 불길'이 조금씩 사그라지는 걸 체험하게 됩니다.
참는다는 것은 결코 약함이나 무기력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나를 다스릴 줄 아는 힘, 화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수행입니다. 나아가, 인생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선을 지키며 살아갈 때 반드시 마주치는 이 '시험'들은, 더 나아지기 위한 연습 문제일 뿐입니다.

▲인욕수행사실, 참을 만한 것을 참는 건 수행이 아닙니다. 그런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참을 수 없는 상황과 사람 앞에서 다시 화가 올라올 때입니다. ⓒ 현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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