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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림-빛 (Echo-Light), 112.1 x 162.2cm, oil on canvas, 2022
울림-빛 (Echo-Light), 112.1 x 162.2cm, oil on canvas, 2022 ⓒ 전성호
시인의 소명은 존재의 소리를 듣고, 그 파동을 언어로 내보내는 일이다. 그것은 자기 안과 밖에서 울고 있는 무음의 목소리를 언어의 집으로 끌어안으려는 태도이다. '비(Rain, 雨)'라는 미디어를 거쳐 인간 내면의 울림을 표현하는 서양화가 전성호의 작업도 시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비와 존재의 울림'을 기록해 온 전성호 작가의 열다섯 번째 개인전이 세종뮤지엄갤러리에서 열린다. 오는 2일(수)부터 15일(화)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비-내면의 소리' 시리즈와 '울림-빛' 등 4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비와 첫 만남
 Rain-Echo of inner sound, 112.1 x 162.2cm, oil on canvas, 2020
Rain-Echo of inner sound, 112.1 x 162.2cm, oil on canvas, 2020 ⓒ 전성호
전성호의 목소리는 늘 경쾌하다. 표정은 순수하고, 언어는 솔직하다. 태도는 유연하고 소통은 거침없다. 내면을 감추기보다 드러내고, 감정도 숨김 없다. 일상의 감정은 일상의 것으로, 비범한 것은 작품으로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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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내면 풍경은 정반대다. 요동치는 본능이 심장을 두드리고, 원시적인 감성은 날 것의 소리로 울려댄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감성에 포위되었을 때 안정의 순간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바로 '비(Rain:雨)'이다.

"비와 나의 첫 만남은 감성의 소리로부터 시작되었다. 서럽도록 슬플 때, 시리도록 외로울 때, 미치도록 그리울 때, 타 들어 가도록 갈증이 날 때, 비는 나의 심장을 두드리고,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더럽혀진 물을 정화하듯 답답한 마음에 평안함을 가져다주었다. 말하자면, 마음의 안식을 주는 치유의 비였다." (전성호 작가노트, <비-그 소중함에 대하여>에서)

'찰나의 순간'에서 작가가 발견한 것
 Rain-echo, 91.0 x 116.8cm, oil on canvas, 2025
Rain-echo, 91.0 x 116.8cm, oil on canvas, 2025 ⓒ 전성호
전성호 작가의 '비의 모티브'는 자연으로의 회귀나 사실주의로의 귀환은 아니다. 그가 포착한 비 내리는 순간은 '자연적'이지만 오로지 작가의 감성을 대변하고 있고, '사실적'이나 사실주의적 신념으로 대체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존재의 일상적 감정과 유동하는 감성이며, 요동치는 내면의 파동을 비의 풍경, 즉 '비와 땅이 만나는 순간과 형상'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특히 비가 생성하는 '찰나의 순간'을 목격한 작가가 주목한 것은 자연이 순간의 찰나로 생성되는 것처럼 인간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찰나의 존재'라는 점이다.

"우리는 찰나를 살아간다. 비가 땅에 맞닿아 튀어 오르는 순간 나타나는 왕관의 형상 같은 다양한 모습과 소리는 찰나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반추하며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웠다." (전성호 작가노트, <비-그 소중함에 대하여>에서)

어디로 귀향할 것인가

전성호가 만들어가는 '비의 미학'이 '찬란한 빛과 울림'이라는 특별하고 예외적 시공간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한다. 예술이 향하는 귀향지는 언제나 더 넓은 세계, 더 이질적인 존재들과의 만남이며, 더 깊은 아픔들을 껴안는 장소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계속해서 비는 대지를 적셔야 하고, 계속해서 넓은 바다를 향해 흘러가야 할 것이다.
 Rain-Echo of inner sound, 112.1x162.2cm, oil on canvas, 2017
Rain-Echo of inner sound, 112.1x162.2cm, oil on canvas, 2017 ⓒ 전성호

#전성호#세종뮤지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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