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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큰 물줄기에서 대중, 시민의 의견과 결집은 분명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 가깝게는 전두환 군부 독재를 끝낸 6·10 민주화운동에서부터 국채보상운동, 동학농민운동 등 무수히 많다. 작지만 내 주변의 환경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며 행동에 나서는 시민사회단체 활동은 그 시작점이다.
청주 검찰의 <충청리뷰> 보복 수사에 맞서 언론 본연의 가치를 지켜내며 지역 검찰의 무도한 권력 남용을 규탄할 수 있었던 데는 시민사회단체의 역할과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 이로써 지역 언론의 환경 및 권력 감시 기능의 중요성과 시민사회단체 활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인 검찰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확인시켰다.
성역으로 여겨지던 지방 검찰의 그릇된 위세 직시 '성과'
무엇보다 큰 성과는 지방 검찰의 권위에 짓눌려온 굴욕적인 지역 사회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역 언론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성역처럼 여겨지던 지방 검찰의 그릇된 위세를 직시하고 제자리로 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충북시민사회단체가 <충청리뷰> 사태에 처음 나선 것은 청주지검이 윤석위 대표를 전격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광고주들을 소환 조사하기 시작한 10월 14일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를 포함한 14개 단체가 '비판 언론 충청리뷰에 대한 전면적인 표적수사로 언론탄압에 나서는 청주지검에 대한 지역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시민들의 격려문구로 채워진 의견광고와 검찰청 앞 김승환교수 1인시위 등=충청리뷰 ⓒ 충청리뷰
다음날 윤석위 대표의 구속과 검찰의 보복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김승환 교수(충북대 국어국문학과)와 이홍원 화가가 청주지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하며 뜻 있는 지식인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항의와 시위의 포문을 열었다.
곧이어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의 <충청리뷰>에 대한 수사는 명백한 언론탄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청주 성안길 일원에서 <충청리뷰> 직원과 함께 '거리 캠페인'을 벌임으로써 대중을 대상으로 검찰의 언론 탄압 실태 알리기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충청리뷰>는 언론탄압 투쟁속보를 긴급 발간, 함께 배포했다.
10월 25일 14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대책위는 도내 39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언론탄압 진상규명과 충청리뷰지키키 범시민 공동대책위'로 확대 발족하고, 첫 활동으로 서울 상경 시위를 전개했다.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고, 서초역 앞에서 40여 명이 투쟁 속보를 나눠주며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공동대책위는 발족선언문을 통해 행동에 나선 이유를 분명히 했다.
"청주지검은 <충청리뷰>를 사이비 언론으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엄청난 탄압을 가하고 있습니다. 청주지검의 잘못된 수사관행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가 나가고 나서부터 치밀하고 조직적인 언론탄압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들의 일치된 생각입니다.
검찰 스스로 이번 수사의 성격을 잘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광고주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로 <충청리뷰>를 고사시키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임을 말입니다. 이에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청주지검의 명분없는 보복 수사의 전면적인 중단을 촉구합니다. 더 이상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검찰의 수사권을 남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불어 우리는 <충청리뷰>에 대한 검찰의 탄압이 <충청리뷰>만의 문제가 아닌 상식 있는 지역사회 전체에 대한 명예회복의 문제란 시각에서 <충청리뷰>와 함께 공동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 언론탄압저지 충청리뷰지키기 충북도민대책위원회(39개단체)
검찰의 <충청리뷰>에 대한 전방위적 보복 수사는 시민 사회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전국 언론들은 <충청리뷰>에 시민들의 성원이 쏟아진다는 내용의 보도를 잇따라 냈다. <오마이뉴스> 역시 당시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관련기사:
백지광고 <충청리뷰>에 성원 봇물, 검찰 보복수사 '제2 동아사태' 불러 http://bit.ly/XvQmn9).
<신동아>는 "청주는 지금 '충청리뷰' 전쟁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할 만큼 청주검찰의 <충청리뷰> 보복 수사 논란은 전국적으로 뜨거운 관심거리였다.
검찰의 <충청리뷰>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잠잠해지는 듯 했다. <충청리뷰>는 17일간 계속된 전 직원 철야 농성도 풀었다. 검찰의 수사가 중단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지역의 혼란을 우려해 더 이상 확전은 피해야 한다는 주변 여론도 작용했다.
그러나 한 번 보복의 칼을 빼든 검찰이 쉽게 물러설 리 없었다. 별건 수사로 범위를 넓혔다. 윤석위 대표가 서원대 도서관 신축 공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고리로 서원대 김정기 총장을 수사하게 될 것이란 소문은 이미 있었다. 결국 김 총장을 입찰 담합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구속하기에 이른다. 검찰이 보복 수사를 시작한 지 45일 만이다.
커질 대로 커진 보복 수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비판을 피하기 위한 명분 찾기 수사로 나아간 결과였다.
이에 맞서 시민사회단체의 대응과 규탄도 단계를 높여 갔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충청리뷰 지키기 도민대책위'를 '청주지검 공권력 횡포 규탄 도민대책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전면적인 집회 투쟁을 선언했다. 대학입시 업무와 새 재단영입 등 현안이 산적한 서원대에서 금품수수 혐의도 드러나지 않은 대학총장을 구속한 것에 대해 여론 동향도 곱지 않았다. 청주지검은 도민대책위의 검찰청 앞 기자회견조차 허용하지 않은 채 경찰력을 동원, 정문을 봉쇄하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검찰의 잘못된 행태 바로잡겠다", 공권력 횡포 규탄으로 확대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거의 망라된 45개 단체가 대책위에 참여함으로써 그 위상과 함께 검찰 공권력 횡포를 규탄하는 역사적 투쟁의 여정을 보여줬다.
대책위의 역할도 <충청리뷰>를 지키는 차원에서 벗어나 날로 횡포를 휘두르는 공권력을 규탄하는 것으로 전환, 시민사회 단체의 사회적 평가와 의미를 더 했다. 도민대책위의 목표와 지향점은 분명했다. 또한 결연했다.
대책위 발족 선언문은 "정당하지 못한 검찰권의 행사를 방관하는 것은 지역 사회의 주인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청주지검의 무자비한 칼날에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검찰이 지역 사회 위에 군림하려는 잘못된 행태를 바로 잡겠다" 고 선언했다.
특히 이번 사건을 어느 한 단체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역 사회 전체의 일로 인식하고, 도민들에게 검찰의 권위에 짓눌려온 굴욕적인 역사를 개선해 나가자고 호소한 것은 압권이다. 지역 사회에 검찰의 고압적인 권위는 불편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당시 청주에서 3년간 청주 CBS 보도국장과 본부장으로 있었던 전 CBS 이정식 해설위원장은 청주시민들이 느끼는 검찰에 대한 감정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주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늘 검찰에 대한 크고 작은 불만과 불안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대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왜 그럴까? 작은 도시에서는 권력기관의 몸집이 대도시에서 보다 훨씬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기관이 더 가깝게 보이는데, 그게 친밀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불안심리를 자극한다.
그런데 이번에 검찰의 보복 수사를 부른 충청리뷰의 기사들도 일별해 보건대 내가 과거에 청주에서 들었던 시민들의 일반적인 불만 사항을 적시한 것에 불과했다." (2002. 10. 30. 충청리뷰 <특별기고>)
이렇듯 지역 시민들이 느끼는 검찰에 대한 불안과 불만에도 그 권위에 눌려 누구도 못하던 소리를 <충청리뷰>가 던진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검찰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고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 수사를 넘어 지역 사회에 군림하려는 행태에 시민들의 저항이 폭발한 것이다.
그래서 "검찰 권위에 짓눌려온 굴욕적인 역사를 개선해 나가자"는 시민사회 단체의 호소는 설득력을 가졌다. 시민들은 검찰의 <충청리뷰> 광고 수사로 인해 광고가 끊겨 탄생한 백지 광고에 쪽지 격려 광고를 보내 <충청리뷰>를 응원하는 한편 검찰을 규탄했다. 유신 정권의 폭압에 맞서 벌인 <동아일보> 백지광고·격려광고가 30년 만에 검찰권의 폭력에 맞선 형태로 새롭게 재현된 것이다.
그만큼 <충청리뷰> 사태를 두고 벌인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은 지역 시민사회 운동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충북시민단체 연대회의 대표를 역임한 강태재 전 회장은 "청주검찰의 <충청리뷰> 보복 수사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규탄 활동은 2000년 34개 단체로 구성되어 활동한 '부패 무능정치인 낙천·낙선 운동'과 함께 충북 시민사회 활동 역사에서 최고의 활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회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산학연 코리아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