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회에 선 자립준비청년들이 싸늘한 죽음을 맞이하고, 그 마지막 길마저 쓸쓸히 '무연고'라는 이름으로 기록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 은평구의 한 보호시설을 퇴소했던 진이(가명)씨는 스물여섯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그의 죽음은 남겨진 이들에게 깊은 슬픔과 함께 우리 사회의 뼈아픈 질문을 던졌다.
한국 사회의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8년 2447명에서 2022년 4842명으로 5년 새 약 98% 증가했다. 2012년 1025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2021년에는 3488명으로 10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무연고 사망자는 자립준비청년 등 다양한 연령층으로 확대되는 양상이지만, 진이씨와 같은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정확한 무연고 사망 통계는 집계조차 어렵다. 이는 고독사나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보호 종료 아동'이라는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직계가족' 없어서, 캐비닛에 안치된 친구

▲진이씨의 유골함 ⓒ 은평시민신문
진이씨의 사망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것은 그와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은 진이씨의 상주가 돼 장례식장을 지켰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진이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가끔 그리움이 밀려올 때는 친구 진이를 만나러 오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졌다.
하지만 친구들의 작은 바람은 곧 벽에 부딪혔다. 현행법상 부모·자녀·배우자·형제자매 등 직계 가족만을 연고자로 규정하고 있어, 이들은 진이씨의 유골함을 인계받을 수 없었다. 결국 진이씨는 무연고자로 처리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봉안시설에 안치됐다.
비용 부담은 없었지만, 친구들은 캐비닛 같은 납골당에 안치된 진이씨를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봉안시설에 도착해서야 이곳이 일반 추모시설과 달리 방문이 제한되며, 5년이 지나면 유골이 산골 처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연고자라서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진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것 같았아요. 같은 시설에서 함께 자랐고,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희끼리는 가족이었는데, 서류상의 가족 관계가 아니다 보니까 '이거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데 보육원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무연고 처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혈연 관계나 직계가족이 아니어도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2020년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 즉, 진이씨가 무연고 처리가 된 것은 현행법의 연고자 규정 문제뿐만 아니라, 개정된 보건복지부 지침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행정당국의 미흡함 때문이기도 했다.
뒤늦게 친구나 이웃도 연고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 지침을 알게 됐지만, 이미 무연고자로 행정 처리가 된 상황이었다. 이처럼 장례 절차·지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부족해 친구들이 충분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사인을 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은평구의회 이미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생활시설 기관장을 연고자로 볼 수 있으나 7년이 지난 자립준비청년들의 연고자가 될 수 있는지 판단 기준이 지자체별로 다르다는 게 문제"라며 "일시 거주했을지라도 시설장을 연고자로 볼 수 있도록 연고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아가 된 건 우리 선택이 아닌데..."
다행히 언론 보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관할 지자체가 보호시설장도 연고자로 볼 수 있다는 장사법 규정을 적용해 보육원 원장을 연고자로 인정하면서, 친구들이 진이씨의 유골을 인계받아 양산 하늘공원에 안치할 수 있게 됐다.
친구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이들은 남은 장례비 400만 원을 자신들이 자란 보육원에 기부하며,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이씨의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친구들이 있다면, 우리도 한 번 수소문해 보자. 그리고 걱정되는 친구들도 다시 리스트를 작성해서 안부를 확인하고, 생사라도 확인해보자"며 서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의 무연고 사망은 우리 사회가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책임에서 벗어나 국가의 보호를 받았던 이들을, 죽음의 순간까지도 홀로 내버려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취재하며 만난 한 자립준비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고아가 된 건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어요. 국가는 그 피해를 당한 우리를 충분히 책임을 져야 하는데 우리는 늘 피해만 받고 있죠. 그러니까 이게 불공평한 거죠. 정치적으로 이익 볼 때만 활용했다가 아니면 말고, 이건 아니죠."

▲진이씨의 장례를 치르는 친구들 ⓒ 은평시민신문
무연고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장례 절차상의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홀로 서는 과정에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정서적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자립준비청년의 무연고 사망은 단순히 장례의 과정만의 문제라고 보기에 아쉬움이 많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를 기억하는 한 관계자는 이번에 사망한 진이씨가 평택의 한 공장에서 일하며 "힘들어도 돈을 벌 수 있어어 좋다"라고 말한 기특한 아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진이씨가 떠나고 나서야 그에게 약 1년 정도 깊은 우울증 증세가 있었고, 병원 입원이나 약 복용 사실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 관계자는 "'나 살고 싶어요. 이렇게 약을 먹어야만 하고 병원에도 입원하고 그러니 나를 조금 구해주세요'라고 SOS를 보냈는데 주변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맨날 밥 사달라고 하는 아이가 '밥 먹자 밥 사줄게' 하면 바쁘다고 피할 때, 돈이 없을 게 뻔한데 '괜찮아'라고 할 때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징후였다"며 아이가 보내는 이러한 신호를 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되묻게 된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이 깊은 아이한테 전화를 거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직접 가서 만나고, 얘기를 들어주고, 우울해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그 고비만 넘기면 또 살아갈 수 있잖아요"라는 이 관계자의 말처럼, 우리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