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손양면 와리 마을 농장의 바나나 나무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정경식씨. ⓒ 설악신문
북위 38도,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에서 열대작물인 바나나가 자라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농장은 양양군 손양면 와리 마을에 자리한 '토담골 농장'으로,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란 5m 높이의 나무에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려 입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양양서 바나나가... "처음엔 20cm였죠"
지난 14일, 와리 마을에서도 산세 깊은 골짜기 안쪽, 소나무 숲을 등지고 비닐하우스 몇 동이 옹기종기 늘어선 농장을 찾았다.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서자 믿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졌다. 사람 키를 훌쩍 넘은 바나나 나무들이 비닐하우스 천장을 향해 곧게 뻗어 있고, 이파리 사이로 바나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농장을 일군 이는 '토담골 농장' 대표 정경식(66)씨. 지난해 4월부터 바나나 농사를 짓고 있다.
"처음엔 20cm도 안 됐어요. 근데 지금은 5m를 훌쩍 넘죠."
정씨가 묘목으로 들여온 바나나는 1년 새 5m 이상 자라 하우스 천장에 닿았다. 주변에선 2m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정 대표는 바나나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하우스를 5m로 설계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표고버섯 키우고 남은 배지를 비료로 줬더니 밑둥이 두 팔로도 안 잡힐 만큼 자랐어요."
바나나 재배, 귀농 12년 만의 성과
전 세계적인 기온 상승으로 열대 지역이 확장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열대작물인 바나나가 재배되고 있다. 특히,지난 2018년 북위 35도인 경남 산청에서 재배되던 바나나가 북위 38도 부근인 양양에서 재배되고 있어 주목된다.
양양군에서 바나나가 재배되기까지 귀농 12년 차 정경식 씨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 그는 지난 2013년 건설업 실패 후 양양으로 귀농했다. 처음 도전한 작물은 표고버섯. 저온저장고를 짓고, 행사장과 온라인 판매, 학교급식 납품을 뚫어낸 결과 연매출 1억 원을 넘기며 기반을 다졌다. 이어진 샤인머스켓 재배는 농약 알러지로 시작한 저농약 재배였는데 '친환경' 브랜드 출시와 학교급식에 납품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2018년, 경기도 화성의 체험농장을 찾은 정씨는 새로운 작물과 마주하게 된다.
"파파야 나무가 몇 그루 있었는데, 이상하게 눈에 딱 들어오더라고요. 먹어보니 식감도 좋고, 태국 요리 쏨땀에도 들어간다기에 '이거다!' 싶었죠."
파파야 묘목을 알아보고 곧장 들여온 그는 양양에서 처음 파파야를 재배한 농부가 됐다. 애써 기른 파파야는 양양 송이축제에 처음 출품됐고,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서울에서 태국 음식 하시는 분도 오고, 호기심에 사간 분도 많았어요. 그날만 50개 넘게 팔았죠."
물론 겨울철 난방 문제와 낮은 생산량 탓에 아직은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파파야 덕분에 정 씨는 같은 열대작물인 바나나로 관심을 넓히게 됐다.

▲바나나 암꽃 아래 주렁주렁 달린 어린 바나나 열매들. 현재는 ‘몽키바나나’ 크기이지만 더 자라날 예정으로, 올해 10월 첫 수확에 들어간다. ⓒ 설악신문
바나나 다발 수확을 향한 실험
현재 정경식씨의 농장 하우스 안에는 암꽃 아래로 바나나 열매들이 다발로 매달려 있다.
"지금은 몽키바나나 정도인데 가을쯤 되면 얼마나 클지, 저도 궁금해요. 10월쯤이면 첫 수확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정씨는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암꽃 밑 바나나 몇 개를 잘라보면 나머지가 얼마나 커질지 가늠해볼 수 있어요. 일부러 줄기를 안 자르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도 알아보려 하고, 시행착오지만 다 해봐야죠."
그는 전국의 열대작물 농부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단톡방에도 참여하며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다른 농가에서 바나나를 다발로 수확한 사진을 보면 자극도 되고,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요즘 지나가던 사람들이 농장 현수막을 보고 놀라 들어오는 일이 잦다고 한다.
"직접 보고, 만져보고, 맛도 볼 수 있는 그런 농장이 되는 게 제 꿈이에요."
올해 10월, 양양 땅에서 자란 바나나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설악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