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지난달 17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앞마당에 폭우가 내리고 있다. ⓒ 이정민
올해는 장마가 너무 빨리 끝나는 것 같다며 걱정하고 있던 7월 중순에, 벼락처럼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우리나라 중남부 지역에 선상(線狀)의 강수대가 만들어지며 집중 호우를 뿌렸습니다. 선상 강수대란 수백km의 적란운(積亂雲)이 띠 모양으로 형성된 경우를 말하며, 단기간에 몇십mm 이상의 강우가 내립니다.
이번에 내린 비는 7월 16일부터 20일 사이에 집중되었는데, 누적강수량(7월 16일 0시~7월 20일 18시)은 경남 산청 793.5mm, 경남 합천 699.0mm, 경남 하동 621.5mm, 전남 광양617.5mm, 경남 창녕 600.0mm, 경남 함안 584.5mm, 충남 서산 578.3mm, 전남 담양 552.5mm로 대처하기 어려운 수준의 호우가 내렸습니다.
이 비로 7월 20일 오후 6시 기준 27명의 인명피해(사망 또는 실종)가 발생하였고, 공공시설은 1999건, 사유 시설은 2238건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홍수 피해는 전체 강우량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지만, 1시간 강우량(강우강도)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데, 서산 114.9mm/hr, 경기 포천 104.0mm/hr, 경남 산청 101.0mm/hr의 강우강도를 보였습니다. 대체로 이들 지역의 200년 빈도의 확률강우강도가 80mm/hr 전후임을 감안하면, 이번 호우는 200년 빈도를 넘는 규모임을 알 수 있습니다.
피해 상황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보도 등을 통해 살펴보면 산사태와 하천 범람이 주된 피해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산사태는 경남 산청 등의 지역에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범람 피해는 7월 17일 오전 8시경 아산시 곡교천의 지류인 음봉천의 제방이 붕괴되어 곡교리, 석정리에 침수 피해가 발생(16일~17일 오전 349.5mm의 강우)하였고, 7월 17일 8시 44분 곡교천 수위가 6.65m에 달한 후 계측불능상태가 됐으며, 7월 17일 예산군 삽교천과 삽교천 지류인 성리천의 제방이 붕괴하여 삽교읍 용동리 창정리 일대에 침수피해가 발생(16일~17일 358.9mm의 강우)했고, 7월 19일 영광군 군남천 제방이 붕괴하여 군남면 일부지역에 침수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산청군에서도 몇 군데 하천제방이 붕괴하여 범람이 일어난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근래에는 이러한 극한 강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극한 강우는 1시간 강우량이 80mm를 넘거나 하루 강우량이 300mm를 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기후변화가 원인인 것으로 봅니다. 우리에게 남겨지는 과제는 앞으로도 이런 하천 범람이나 산사태가 계속 일어날지 모르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입니다. 글의 제목을 '폭우를 피하는 법'이라고 했지만, 폭우를 피하는 법은 없습니다. 대신 폭우에 대처하는 법은 과거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대처방안의 첫째는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한 일인데, 기후변화를 늦추고(탄소중립, carbon neutrality), 나아가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는 일(탄소 네거티브, carbon negative)입니다. 물론 이 일은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제입니다.
둘째는 대비 수준을 높이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1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하던 하천을 200년 빈도의 홍수에 견딜 수 있도록 하천의 치수 능력을 보강하는 일을 말합니다. 근래의 하천범람피해 사례를 보면 대하천에서 제방이 붕괴되거나 범람이 일어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재난은 대부분 중소규모의 하천에서 일어납니다. 오래전부터 국가하천보다 지방하천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주장은 묵살됐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지방하천의 정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특히 제방의 안전점검과 보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천시설기준>과 <소하천설계기준>에 따르면 국가하천의 중요구간은 200년 빈도, 일반적인 국가하천은 100년~200년 빈도, 지방하천은 50년~200년 빈도, 소하천은 50년~2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하여 정비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100년~200년 빈도 중에서 100년 빈도, 150년 빈도, 200년 빈도를 정하는 것은 기술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합니다. 특히 지방하천이나 소하천의 경우 50년 빈도와 200년 빈도의 격차는 매우 큽니다. 이 빈도를 결정하기 위한 객관적인 기준(적정한 빈도의 산출 방식)이 필요합니다.
빈도 기준의 하천관리는 예를 들어 어떤 빈도 수준의 하천정비에 드는 비용(cost)과 하천정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benefit) 즉 재해경감의 비(편익/비용)이 1보다 크면 그 빈도를 택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검토 방식이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셋째는 빈도를 기준으로 하천을 정비하면, 100년 빈도 또는 200년 빈도의 홍수에 대응하도록 하천이 정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의 폭우가 내리는 경우에는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피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연재해를 더 줄이려면 도시계획(국토관리계획)을 재정비하여 재해에 대비해야 합니다.
즉, 도시계획을 통하여 재해에 취약한 지역을 재해에 강한 지역으로 재정비해야 합니다. 국토의 많은 부분이 하천의 범람원(flood plain)을 인공제방으로 막아서 도시나 농경지 또는 산업단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범람원은 원래 하천구역이었는데, 도시가 하천 주변에서 형성되고 확대되어서 하천의 범람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해 왔습니다. 큰비가 내리면 인공제방(artificial levee)이 홍수를 차단하도록 하천을 관리합니다. 이 때문에 도시와 하천의 연결은 단절되고, 홍수가 나면 내수배제에 어려움을 겪거나 침수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심지어 하천의 통수능(通水能, 물을 흘려보내는 용량)이 부족하면 물이 제방을 넘쳐 도시지역으로 범람하기도 합니다.
도시의 배수능력이 부족하면 침수는 장기간 지속됩니다. 서울 강남역 부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배수로는 하천설계기준에 따라 대체로 30년~50년 빈도의 강우량에 대응하도록 정비되고 있습니다. 2010년 서울 광화문 침수 피해가 일어나고 나서 10년 빈도에서 30년~50년 빈도의 배수로를 확보하도록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광화문과 같은 도심의 경우 50년 빈도의 호우에 대비하도록 정비되었지만, 도시의 밀집 정도를 감안하면 이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최종 배출구인 한강이 200년 빈도의 홍수에 대응한다면, 한강으로 유입되는 지류나 배수로도 그에 맞추는 것이 타당합니다.
지역에 호우가 내리더라도 침수가 되지 않도록, 또 침수되더라도 피해가 적도록, 재해에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 관리의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산사태는 대부분 산의 개발에 따라 일어납니다. 평지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산을 가파르게 깎으면 산의 비탈면은 불안정하게 되는데, 비가 많이 와서 비탈면의 흙이 무거워지면 토사의 유실이나 산사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조사 및 연구를 통해 산사태 위험지구를 파악하고, 산사태의 위험이 있는 지역에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도록 하고, 산사태의 원인을 제거하여 산사태의 위험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산지가 급경사이므로, 산사태가 일어날 위험은 늘 있습니다. 과도하게 벌목한 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넷째는 재해가 발생한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 및 재해보험을 확대하는 일입니다. 정부의 지원은 재정적인 지원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임시 생활시설을 체계적으로 공급하고, 교육 및 건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특히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일부 언론에서 4대강 사업 덕분에 4대강 주변에서는 피해가 생기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4대강은 4대강 사업 이전에 이미 하천정비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정비되어 있어서 홍수 피해의 염려가 적었습니다. 4대강은 4대강사업 이전에 이미 상당히 정비가 되어 있었고, 폭우가 대하천으로 흘러들어오기 전에 지류 하천에서 이미 범람하여(해당 지역에는 큰 피해를 일으켰지만) 지류 유역이 범람원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대하천(4대강)에 주는 홍수의 부담이 완화되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4대강에는 홍수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환경부의 의뢰로 대한토목학회가 작성한 연구보고서 <4대강 보의 홍수조절능력 실증평가>(2021)에서는 4대강 보는 홍수조절능력이 없음을 적시한 다음,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20.8월 홍수 시 실측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4대강 보 홍수조절능력은 없으며 오히려 통수단면을 축소시켜 홍수위 일부 상승을 초래"(보고서 121쪽)
4대강 사업의 주요 내용이 준설과 16개 보 건설인데, 보는 준설의 효과마저도 없애버리고, 오히려 홍수위를 일부 높여 치수에 불리한 결과를 만들고 만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효과를 말하는 것은 혹세무민에 지나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굿모낭 충청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