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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수 동해 바닷가에서 바라본 경포호, 멀리 대관령과 강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2025/3)
경포호수동해 바닷가에서 바라본 경포호, 멀리 대관령과 강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2025/3) ⓒ 진재중

경포호, 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진 우리의 소중한 유산

동해안을 따라 펼쳐진 자연의 품속, 그 안에 조용히 숨 쉬고 있는 한 호수가 있다. 강원도 강릉의 경포호. 바다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사주의 퇴적으로 인해 분리된 이 석호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 이루는 독특한 생태 환경을 간직한 공간이다.

그러나 경포호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물길의 흐름이나 새들의 날갯짓 같은 자연 풍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문인들의 시심을 자극했던 경관, 관동팔경에 이름을 올린 문화적 자산,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자연과 인간이 소통하는 살아 있는 생태계. 경포호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유산이며 세대를 넘어 이어져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지금, 이 고요한 호수의 가치를 다시 바라볼 때다.

경포호수위의 겨울철새 경포호는 습지보호지역이자 동해안 대표 석호, 철새도래지다.(2025/2)
경포호수위의 겨울철새경포호는 습지보호지역이자 동해안 대표 석호, 철새도래지다.(2025/2) ⓒ 진재중

경포호의 생태학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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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는 동해안에서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대표적인 호수로, 해수와 담수가 혼합되는 이질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다. 바닷물과 내륙수의 유입으로 염분 농도가 공간별로 상이하며, 이러한 변화는 해양성과 내륙성 생물종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적 틈새를 형성하여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기반이 된다.

호수 주변에는 갈대, 부들, 연 등 다양한 습지 식생이 분포하여 수질 정화와 영양염 흡수 등의 생태 기능을 수행하며, 어류와 조류의 산란 및 서식에 필수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경포호는 철새의 도래지이자 번식지로서도 생태학적 중요성이 크다.

이 호수는 인접한 동해 해양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어, 육상과 해양을 잇는 생태 네트워크의 핵심축으로 기능한다.

결국 경포호는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해양과 담수 생태계가 만나는 복합 생태계의 중심지로서, 동해안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핵심적 거점이며, 체계적인 보호와 지속 가능한 관리가 시급히 요구되는 소중한 자연유산이라 할 수 있다.

가시연 가시연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희귀종으로 경포호수 둘레길 가시연습지에서 만날 수 있다(2024/7)
가시연가시연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희귀종으로 경포호수 둘레길 가시연습지에서 만날 수 있다(2024/7) ⓒ 진재중

문화유산으로서의 경포호

경포호는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를 품고있어,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조선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준 강릉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조선의 시인들은 경포호의 고요한 풍경에서 자연과 인생의 덧없음을 읊었고, 현대의 시인들은 '다섯 개의 달'이라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통해 인간 내면의 고독과 희망을 그려냈다.

화가들은 사계절의 경포호를 수묵화에 담아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그려냈고, 사진작가와 영상 예술가들도 경포호의 상징성을 다양한 매체로 확산시켜 왔다.

특히 밤하늘의 달, 호수에 비친 달, 바다에 뜬 달, 술잔 속의 달, 연인의 눈동자에 비친 달로 구성된 '다섯 개의 달'은 경포호를 대표하는 환상적 이미지로, 강릉 시민과 방문객의 감성을 깊이 울리고 있다.

이처럼 경포호는 문학과 예술의 원천이자 지역 정체성과 문화관광 자원의 근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적 유산으로서 미래에도 그 가치를 이어갈 소중한 문화적 보고다.

하늘에 뜨는 달 호수에 비친 달빛은 한때 은은하고 고요한 풍경을 자아냈지만, 이제는 주변에 들어선 건축물들의 인공조명과 구조물에 가려 그 고유의 빛을 잃어가고 있다.(2025/2)
하늘에 뜨는 달호수에 비친 달빛은 한때 은은하고 고요한 풍경을 자아냈지만, 이제는 주변에 들어선 건축물들의 인공조명과 구조물에 가려 그 고유의 빛을 잃어가고 있다.(2025/2) ⓒ 진재중
바다에 뜨는 달 임의 눈동자에 비친 달과 술잔 위의 달은 이미 퇴색해 사라졌고, 이제는 하늘에 뜬 달과 바다 위에 뜬달만이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2025/2)
바다에 뜨는 달임의 눈동자에 비친 달과 술잔 위의 달은 이미 퇴색해 사라졌고, 이제는 하늘에 뜬 달과 바다 위에 뜬달만이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2025/2) ⓒ 진재중

최근 수질 개선 사업과 분수대 설치 계획

강릉시가 추진 중인 경포호 분수대 설치는 수질 개선과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려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 수류 시설은 경포호가 지닌 섬세한 생태적 특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우려가 크다.

경포호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독특한 석호로, 수계의 정적인 흐름과 염분층 구조가 유지되어야 생물다양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인공 분수대는 물의 순환을 인위적으로 유도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정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석호 고유의 정수 기능을 방해하고, 서식지의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

시민들과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질 개선을 명분으로 도입되는 인공 구조물이 오히려 생태계에 새로운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포호 분수대 설치 계획을 둘러싸고 일부 시민단체와 강릉시, 찬성 단체 간에 주장이 엇갈리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호수 주변에 각 단체의 주장을 담은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2024/11/2)
경포호 분수대 설치 계획을 둘러싸고 일부 시민단체와 강릉시, 찬성 단체 간에 주장이 엇갈리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호수 주변에 각 단체의 주장을 담은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2024/11/2) ⓒ 진재중

생태 환경 보존을 위한 제언

경포호는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다섯 개의 달이 뜨는 호수로 알려진 신비로운 공간이자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강릉의 소중한 자연자원이다.

이러한 문화적 정체성과 생태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인공 구조물 설치보다는 자연 환경의 보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수질 개선, 생태계 모니터링 강화, 수생식물 군락과 자연 여과 시스템 보호 등 생태 기반 관리가 중요하다.

또한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경포호의 역사적·문학적 의미를 존중하면서도 관광 활성화와 조화를 이루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섯 개의 달'이 변함없이 떠오를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협력이 경포호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경포호와 습지 경포호의 옛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조성된 습지와 호수. 인공적인 시설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보존의 길이다.(2023/9)
경포호와 습지경포호의 옛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조성된 습지와 호수. 인공적인 시설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보존의 길이다.(2023/9) ⓒ 진재중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산바다연구회 여름호에도 실립니다.


#경포호수#다섯개의#달#철새#경포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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