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https://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5/0728/IE003501684_STD.jpg)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산업재해(산재) 사망 감축을 국정의 주요과제로 공언하고 있다. 말뿐이 아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연일 사망사고 현장과 위험 작업장을 찾아다니고 있다. 산재사망 사고가 잦은 SPC 사업장에는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여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토론하기도 했다. 주야간 맞교대 근무 형태로 운영했던 SPC는 야간 근무를 8시간으로 제한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새로운 정부가 공언한 산재 감축 의지에 기대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은폐하기 어려운 산재 사고에는 특히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온 활동가로서 우려도 생긴다. 질병 산재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질병으로 죽는 노동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통계상 질병 산재가 더 늘어나야 한다. 대부분의 질병 산재가 드러나지 않은 채 감추어져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죽고 병드는 사람이 드러나지 않으니, 죽고 병들게 하는 작업 환경이 개선될 리 없다.
한국 산재사망자 통계를 보면 질병사망자가 사고 사망자를 넘어선 지 10년이 되어가고, 질병사망자 비율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산재 감소를 위한 노력으로 사고 산재가 일부 줄어든 한편, 직업성 암, 희귀질환 등 직업과의 연관성 입증이 어려웠던 질병들이 산재로 인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산재사망자 2,016명 중 사고사망자는 812명이었고, 질병사망자가 1,204명으로 산재사망자 중 60%를 차지하였다.

▲최근 산재사망 통계. 사고 사망의 감소, 질병사망의 추세적 증가 ⓒ 반올림
그럼에도 질병 산재는 사고 산재보다 상당히 과소 보고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2014)는 '세계적 규모에서 직업성 암 사망을 산재 사고 사망의 두 배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2016)는 암질환자 중 평균 4~8%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다. 직업성 암 발병 위험이 높은 도장 및 도금산업, 철강·주물 산업, 석유화학, 타이어, 반도체 전자산업이 강한 한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직업성 암 비율이 낮지는 않을 것이다.
적게 잡아 직업성 암 비율을 4%로 추정해도 한국의 신규 직업성 암 발병자는 2023년 기준 12,540명이다. 같은 해 직업성 암 산재 인정자가 585명이니 직업성 암 추정치의 4%에 불과하다. 100명의 직업성 암 피해자 중 최대 4명만 산재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조차 최근 5년간 직업성 암 인정률이 급증한 덕분이다.

▲최근 5년간 직업성 암 인정률(신규 암질환자 중 직업성 암 인정자) ⓒ 반올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경험은 직업병이 드러나지 않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반도체 산업에서 최초로 직업병 문제를 제기한 고 황유미님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서 목숨을 잃었다. 오랜 투쟁 과정에서 많이 알려진 덕분에 '삼성', '반도체', '백혈병'의 경우 산재가 인정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삼성 외의 기업, 반도체 외 배터리, 전자부품, 휴대폰 등 전자산업, 백혈병 외 직업성 암, 희귀질환, 유산·불임 같은 생식질환 등의 질병은 산재가 인정된 비율이 매우 낮다. 정부의 '반도체 직업성 암 역학조사'에서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발병률은 다른 반도체 회사들보다 1.3배, 사망률은 1.5배 정도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백혈병 직업병 인정 사례는 11건인데 반해 다른 5개 반도체 회사에서의 직업병 인정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삼성반도체와 5개 반도체회사의 백혈병 발병자, 사망자, 산재 인정자 비교 ⓒ 반올림
산재 인정 사례가 없는 이유는 산재 신청 자체가 없어서다. 산재 신청이 없는 건 자신의 질병이 직업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건 상당 부분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직업병을 의심할 수 있게 할 안전보건교육도 부실하고, 관련된 국가기관의 연구도 부족하다. 질병에 걸렸을 때 직업 이력을 검토하는 제도도 없고, 산재 제도 자체가 불친절하여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사례가 아니면 산재로 의심하기도, 산재를 신청하기도 어려운 게 당연하다.
정부의 목표대로 산재를 줄여야 한다. 사고 산재뿐만 아니라 질병산재 역시 줄여야 한다. 하지만, 산재 통계상의 숫자가 아니라 현실에서 고통 받는 피해자를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오히려 산재 통계에서 질병 산재의 숫자는 늘어야 한다. 감추어진 질병 산재를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질병 산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드러나고, 문제 해결의 필요성 또한 주목하게 될 것이다. 그래야 노동자들을 병들게 하는 작업 환경을 바꿀 수 있다.
공무원들이 정부의 목표를 산재 통계에서 숫자를 줄이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아야 한다. 실제 윤석열 정부에서는 '산재 카르텔'을 거론하며 산재부정수급을 강조한 결과 그나마 증가하던 직업병 인정 추세가 역행하여 줄어들기도 했다. 사람의 목숨과 건강을 지키려면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통계가 아니라 현실에서의 질병 산재를 줄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상수는 반올림의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