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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봄, 산티아고 길을 걸었습니다. 산티아고 길은 열풍을 넘어 '산티아고 현상'이 되었음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길 위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산티아고 여행은 특별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걷기 길, 종교적 순례길로 태어난 곳, 중세 역사와 현대 스페인의 문화가 살아 숨 쉰다는 점, 산과 구릉과 들판을 통과하는 대자연의 길을 걷는다는 점이 특별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보다 산티아고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둘

 산티아고를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뭘까?
산티아고를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뭘까? ⓒ 김상희

산 마르틴(San Martin)의 알베르게 뜰에서 혼자 있는 청년을 봤다. 한국 사람인가 싶었다.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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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폰세바돈 가는 바(Bar)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비야프랑카에서 숙소 체크인 후 점심을 먹으려고 나갔다가 식당가 야외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그를 봤다. 뜻밖에도 그 친구가 먼저 우리 테이블에 합석해도 되겠냐고 말을 걸어왔다. 와이낫? 왜 안 되겠나. 우린 60대 4명. 젊은 사람 무조건 대환영이다.

상하이에서 왔다는 그 친구는 놀랍게도 17세, 올해 고교 졸업반. 학기가 끝나자마자 이곳으로 혼자 날아왔다고 한다. 빼곡한 엑셀 여행 계획표를 내게 보여줬다. 이 길이 끝나면 스위스 몽블랑 코스를 10일 더 걸을 예정이며, 미국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그의 도전이 막 넓은 세계로 나가려는 그에게 무엇을 던져줄까 궁금하다.

팔라스 델 레이(Palas de Rei)에서 처음 만났던 조세피나도 기억에 남는다. 인도네시아 여성과 동행 중이었다. 둘은 인도네시아 말을 썼다. 뜻밖에도 조세피나는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군인이었던 인도네시아인 아버지가 2차 대전 후 네덜란드에 정착했고 본인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놀랍게도 한 사람에게 세계사가 다 들어 있었다.

"카미노를 걷는 사람과 교감하라"

산티아고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길 위에선 모든 사람이 한 방향으로 여행한다. 하루에 걷는 길이는 대략 20~25km. 길 위의 수백 명이 비슷한 속도로 걸으며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한다.

길에서 만나면 길동무다. 향하는 곳이 같으니 동지다. 동지는 길에서 같은 종류의 고난과 기쁨을 느낀다. 길 위의 고단함도, 최소한의 편의만 제공하는 잠자리의 불편도 공유한다. 한편 땀 흘린 뒤의 샤워, 소박한 식사와 침대 하나가 주는 행복감을 공유한다.

 피레네의 비바람을 함께 뚫는 순례자들
피레네의 비바람을 함께 뚫는 순례자들 ⓒ 김상희
 물놀이 카미노. 순례길에 탁족의 기쁨도 함께 즐긴다.
물놀이 카미노. 순례길에 탁족의 기쁨도 함께 즐긴다. ⓒ 김상희

브라질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순례길을 가려는 이에게 세 가지를 주문했다고 한다. 목표를 정하라. 주저하지 말고 떠나라. 같이 카미노를 걷는 사람과 교감하라.

나 또한 코엘료의 주문 사항에 격하게 동의하며 '카미노를 걷는 사람과 교감'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팁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인실 알베르게는 순례자 친구를 만들어준다.
다인실 알베르게는 순례자 친구를 만들어준다. ⓒ 김상희

첫째,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라. 산티아고 길에서 외국인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세 가지를 미리 알려드리겠다.

"너는 산티아고가 몇 번째야? 너는 이 길을 왜 걸어? 한국인들이 왜 이렇게 많아?"

둘째, 이름을 적을 수첩을 준비하라. 캐나다에서 왔다는 캐서린은 산 마르틴 숙소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그녀는 내 이름을 자신의 수첩에 적었다. 사리아 길에서 또 만났고 며칠 후 아르수아 길에서 다시 만났는데 이번에는 내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닌가! 사리아에서 만난 후 내 이름을 수첩에서 찾아본 게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하루 동안 최대한 사람을 많이 만나는 나만의 비법도 있다. 나는 숙소 출발은 처음이요 숙소 도착은 거의 꼴찌였다. 그날 길 위의 사람은 다 나를 스쳐 지나갔다. 최대한 일찍 출발하고 최대한 천천히 걸으라. 길은 외길, 그날 그 길 위의 모든 사람을 만나게 되리니.

 최대한 새벽에 출발하고 최대한 천천히 걸어라. 최다 순례자를 만나게 되리니.
최대한 새벽에 출발하고 최대한 천천히 걸어라. 최다 순례자를 만나게 되리니. ⓒ 김상희

#산티아고#산티아고순례#산티아고길#산티아고프랑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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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산티아고

김상희 (wetrip) 내방

생활여행자입니다. 여행이 일상이고 생활이 여행인 날들을 살아갑니다. 흘러가는 시간과 기억을 '쌓기 위해'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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