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AI가 두렵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개발의 뉴스를 접할 때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레이싱카의 모습이 그려진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그런 나의 마음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AI로 인한 인류 멸망 시나리오' 등 자극적인 영상을 띄운다. 윤리적 기준이나 제재 등이 부재한 상태에서 국가별로 경쟁하듯 개발에만 힘을 쏟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세상이 곧 다가올 것만 같은 불안이 엄습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거대한 흐름안에 살아가고 있는 교사이자 엄마인 나는, 미래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걱정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오래 품어 왔다.
과연, 혼란은 내게 새로운 길을 찾게 했다. 기존의 사고방식과의 충돌과 외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어지러운 날들을 보내다, 문득, '날씨가 추워지면 코트를 입어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세상의 큰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처를 하라는 뜻을 담은 비유였다. '그렇다면 그 코트는 무엇인가? 그 코트는 추위와 위험으로부터 아이들과 나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충분히 따뜻하고 안전한 코트를 찾기 위해 AI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도 공유되는 정보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고, 전공자도 아닌 내가 개발자나 프로그래머 등의 전문가는 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WiET 모임 포스터에듀플러스위크 교육박람회 ⓒ WiET
그런 내게 윗(WiET : Women in Edtech)라는 모임을 소개한 이가 있었다. IT 기업에서 일을 하고 K-Devon 행사를 통해 네트워킹을 하고 있는 백지혜 운영 디렉터였다. 에듀테크 분야에서 일을 하거나 관심 있는 여성들이 서로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는 모임이라고 했다. 교육과 기술이라는 단어의 결합어인 '에듀테크'와 '여성'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동안 언론이나 여러 매체에서 이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연구를 하고 계시는 교사분들도 많아 더 호기심이 생겼다. 링크를 통해 가입을 하고 오픈 카톡방에 들어갔는데,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올해 2월 발족된 모임이라고 들었는데,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 15일 열린 행사는 'WiET이 바라보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1부 컨퍼런스와 2부 네트워킹 밋업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에듀플러스위크 미래교육박람회에서 개최되는 행사였다. 연사로 나오신 분들은 총 6분. WiET을 만든 윤성혜(러닝스파크 이사) 대표의 행사 취지와 소개에 이어, 박영민(한국과학영재고 교사), 장은경(둔촌고 수석교사), 신승희(돈암초 교사), 이주리(대치초 교사), 유지은(딱따구리 대표)이 각 교육 현장에서 에듀테크를 적용해온 사례와 그를 통해 느낀 점 등을 나누었다. 각기 다른 교육 현장에서의 다양한 사례들이었지만 듣다 보니 서로를 연결하는 단단한 중심과 연결지점이 있었다.

▲WiET 컨퍼런스이주리(대치초) 교사가 VR을 쓰고 수업을 시연하고 있다 ⓒ 달리아
그것은 컨퍼런스 주제의 수식어이기도 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었다. 그 세 단어 앞에서 내 안에서 묶여있던 매듭이 탁 풀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홀로 품고 있었던 혼란과 고민의 지점이 풀리며 불안했던 마음에 기쁨이 차올랐다. 방향성 없이 질주하는 차에 빠져있던 중요한 부품과 이정표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말 그대로 '유레카'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떤 실마리를 찾은 것만 같은 반가움은 질의응답과 패널 토크를 통해 깊고 큰 감동으로 이어졌다.
행사장에서 눈을 빛내며 강의를 듣던 한 고등학생은 'AI 시대에 Chat GPT를 활용하여 과제를 하는 학생으로 이를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지, 교사로 어떤 철학으로 이를 사용하고 가르치시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청주에서 온 한 선생님은 '여성의 성장을 막는 자기 검열로부터의 벗어나는 법'에 대한 질문으로 패널 분들 뿐 아니라 청중들에게도 울컥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마지막 질문은 내가 던졌다. '각자의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는 본질적인 동기, 목적의식,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모든 패널 분들의 답변 중, '차별에 대한 분노로 시작하여 보이지 않는 강에 돌을 던지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그 돌이 뒤따라오는 누군가에게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고 대답한 내용은 이미지로도 그려졌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던지는 돌은 결국 견고한 바위를 깨고,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희망이 느껴졌다.

▲WiET 컨퍼런스행사 후 함께 찍은 사진 ⓒ 박미지
컨퍼런스 이후 근처 한 멕시칸 식당에서 이루어진 네트워킹은 어느 행사장이나 공연장보다 다채롭고, 뜨거웠다. '여성'과 '에듀테크'라는 키워드에 마음이 움직여 부산, 강원도, 대구 등 전국에서 모인 이들의 마음이 이어지는 자리마다 배움과 영감이 솟아났다. 분명 맥주도 안 마셨는데, 갈증이 해갈되는 시원한 기분이라니! 각자 자리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었을 이들이 '연결'되고 '연대'하는 순간마다 섬세하고도 단단한 무언가가 짜여 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오랜 시간 찾아 헤매던 '코트'였다.

▲WiET 컨퍼런스서로를 안아주고 품어주는 태도와 마음이 눈에도 보인다 ⓒ 달리아
이처럼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이라는 코트를 함께 만들어가는 이들은 눈빛이 반짝였고, 귀와 마음은 열려있었으며, 언제든 서로를 안을 수 있는 넉넉하고 따스한 품이 있었다. 자신의 삶과 직업 속에서 이미 이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몸소 보여주는 태도와 자세에서 그는 저절로 발현되었다. 그리고 그는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경주마처럼 '효율성'과 '수익성'만을 보게 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문제점을 예민하게 자각(Awarenss)하게 만들며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옆과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행사 준비와 진행과 마무리까지의 모든 과정이 운영진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연사분들께도 따로 강의비가 지급되지도 않았음에도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나누게 하는 힘. 먼 곳에서도 교통비를 들여 오가게 하는 강력한 그 힘. 그 힘이 인공지능과 차별화되는,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존엄성(Dignity)을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진정으로 나, 그리고 우리가
이 마을을 사랑해야 함을 알고 있다면
정말로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갈라놓는 비열한 힘으로부터
이 마을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이케다 가요코 구성, C. 더글러스 루미즈 영역. <세계가 말일 100명의 마을이라면(국일미디어, 2002)
차별과 경계를 넘어, 서로를 잇고 안는 그 사랑이야말로, 절망으로 치닫는 이 세상을 품어 변화시킬 것임으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세 번째 실은 단체 사진을 메인 사진으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