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6차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장동혁 신임 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 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는 찬탄파(윤석열 탄핵 찬성파)의 호소는 아무런 반향을 얻지 못했다. 국민의힘의 당심은 친길(친전한길) 세력을 등에 업은 장동혁에게 향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는 장 대표 본인조차 "기적"이라 칭할 정도의 '이변'이었다. 실제, 그는 지난 22일 열린 전당대회 본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와의 결선 투표를 확정 지은 뒤 "제가 결선 무대에 서게 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결국 지난 26일 결선 투표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꺾고 당기를 잡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됐던 장동혁 의원(재선, 충남 보령·서천)이 신임 당 대표 자리에 올라가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친 장면들은 하나같이 국민의힘의 극우로의 퇴행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윤 어게인(Yoon Again, 윤석열 정신 계승) 대표 주자인 전한길씨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윤석열 면회'를 약속하면서 강성 당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진 방송 토론회에서는 전씨에게 "공천을 줄 수 있다"라고 공언했고, 합동연설회에서는 찬탄파 안철수·조경태 후보에게 삿대질까지 하며 당내 '반탄' 정서에 편승했다.
극우 유튜버들과 적극 호흡을 맞춘 장 대표는 자신의 승리에 대해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 낸 승리"라고 "보수 유튜버들이 당원들에게 왜 장동혁이어야 하는지 예외 없이, 한목소리로 지지를 보내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장 대표의 신승을 있게 한 주요 장면들을 정리해 봤다.

▲미소 머금은 장동혁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를 머금고 있다.
ⓒ 남소연
[장면 ①] 인적 쇄신 대상 지목 그리고 출마
약 한 달 전만 해도 장동혁 대표는 당 대표는커녕 '인적 쇄신 대상'으로 거론됐다. 지난 7월 16일, 윤희숙 당시 당 혁신위원장은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차 인적 쇄신 대상으로 장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윤상현 의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지목하고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윤희숙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스스로 거취 밝혀라" https://omn.kr/2ekr9).
닷새 뒤 장 대표는 '거취'를 밝혔다. '당 대표 출마'였다. 장 대표는 지난 7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일 내부 총질 자들에 의해 당이 온통 극우 프레임에 빠지고 있다"라며 "반드시 당 대표가 되어 당과 당원을 모독한 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틀 뒤인 7월 23일에는 다음과 같은 출마 선언문을 발표했다.
계엄은 수단이 잘못되기는 했지만,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의회 폭거를 저지른 민주당에 계엄 유발의 커다란 책임이 있습니다. (중략) 내부 총질과 탄핵 찬성으로 윤석열 정부와 당을 위기로 몰아넣고 민주당이 만든 '극우'라는 못된 프레임을 들고 와서 극우 몰이를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관련기사] 당 대표 출마 장동혁 "계엄 민주당 책임, 탄핵 찬성 의원 당 떠나라" (https://omn.kr/2enz2)
[장면 ②] '윤석열 면회' 약속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장 대표는 7월 31일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 등이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참석했다. 당시 전씨는 '뜨거운 감자'였다. 아스팔트가 아닌 국회를 찾아 국민의힘 당원 가입 사실을 알리고 당 소속 의원들 앞에서 ▲ 윤석열 옹호 ▲ 친한(친한동훈)계 질타 ▲ 부정선거 주장 등을 폈다.
그럼에도 장 대표가 토론회 참석을 결정하자 '전한길에게 면접하러 가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장 대표는 당시 "(면접이 아니라) 유튜버 버전의 관훈토론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라며 "나는 (이 토론회에) 굳이 안 나갈 이유가 없고, 오히려 감사하다"라고 꿈쩍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토론회에서 전한길씨가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전당대회 기간이든 이후든 간에 면회할 생각이 있냐'라고 묻자 "당 대표가 된다면, 적절한 시점에 면회가 허용된다면 저는 면회를 가겠다"라고 공언했다.
[장면 ③] 전한길의 지원사격
앞선 토론회에서 장 의원의 의지를 확인한 전씨는 8월 8일 대구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언론인 비표를 받고 행사장에 입장했던 전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로 연설회를 생중계하며 "장동혁은 아스팔트에서 전한길과 같이 싸운 사람", "나랑 동지"라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의 연설 때는 "배신자"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전당대회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행사를 마친 장 대표를 만나 '전한길의 당원 선동에 대한 생각'을 물었으나 그는 "그 상황은 잘 모르겠다"며 뚜렷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는 또 '윤 어게인' 세력에도 선을 긋지 않았다. 지난 8월 10일 채널A 주최로 열린 당 대표 후보 첫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장 후보는 윤 어게인이냐'고 묻는 말에 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고하게 지키고, 반국가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하는 윤 어게인의 주장은 제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답했다
(관련기사 : 김문수 "이재명 역적" 조경태 "문해력이..." '극우' 논쟁 난무 https://omn.kr/2evqs).
[장면 ④] "소리 없는 계엄" 주장과 삿대질
장 대표는 8월 12일 부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탄핵", "망나니 칼춤", "정당 해산", "소리 없는 계엄" 등 이전보다 강도 높은 힐난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은 이참에 보수를 궤멸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정치 특검은 망나니 칼춤을 추고 있고, 정청래는 내란 세력 척결을 운운하며 정당 해산을 입에 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해산되어야 할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입니다. 입법에 의해 헌법기관인 사법부를 장악하고 검찰을 해체하는 것은, '법의 지배'를 가장한 '계엄'입니다. 국민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사법부를 겁박해서 5개의 재판을 멈춰 세운 것이야말로 '소리 없는 계엄'입니다."
[관련기사] "배신자" 외치는 국민의힘...전한길 쫓아내고 당원끼리 갈등 (https://omn.kr/2ewxp)
이어 8월 13일 대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파 안철수·조경태 후보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당원들을 삿대질을 하면서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패대기치고 인권을 유린하는 걸 보고도 내란 동조 세력으로 보일까 봐 한마디 하지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 "특검이 국민의힘의 심장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는데 과거를 털자며 특검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지금도 당당한 게 부끄러운 것", "윤 어게인과 지금 여러분이 손가락질하는 전한길 선생님 등 우리 당을 지키자고 했던 사람들에게 '(당을) 나가라' 외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면 ⑤] 전한길 공천 가능성 언급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방해해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결국 장 대표는 전당대회 본 경선을 약 일주일 앞둔 8월 14일, 전한길씨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한다. 당시 전씨는 유튜브 등을 통해 당 대표 후보로 장동혁을 공개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당대회 방해 혐의'로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던 중에는 김문수 후보의 면전에서 "제가 운영하는 <전한길뉴스>에 (설문을 올려) 물으니 90% 가까이 장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지지가 있었다. 저 역시 시청자, 당원 의사 무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국힘 당사 찾은 전한길, 김문수 면전에서 '장동혁 지지' 표명 https://omn.kr/2exrp).
8월 19일 TV조선 주최로 열린 당 대표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는 사회자가 장 대표에게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공천한다면 누구를 공천할 것인가'라며 한동훈과 전한길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전씨를 선택한 장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전한길씨는 탄핵 때부터 우리 당을 위해서 우리 당과 함께 열심히 싸워온 분이다. 지금도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과 열심 싸우고 있는 분이다. 열심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체제 전쟁"과 "전한길 공천" 사이 "케데헌"까지... 국힘 토론회에 참담 (https://omn.kr/2ezty)
[장면 ⑥] 실패한 한동훈의 호소
장 대표의 추세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결국 한동훈 전 대표가 나서서 메시지를 냈다. 한 전 대표는 본 경선을 앞둔 8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식의 힘을 보여달라"는 글을 올렸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지아 의원도 조경태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상식의 힘"이라고 적어 찬탄파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8월 22일 열린 본경선에서 당심은 반탄(탄핵 반대)파의 손을 들어줬다. 본 경선에서 득표 1·2위를 기록한 장 대표와 김문수 후보는 나란히 결선 투표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같은 날 전한길씨는 본 경선 현장을 지켜보는 유튜브 생중계를 진행하면서 '지명직 최고위원'을 언급했다.
8월 23일 한 전 대표는 결선 투표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다시 한번 메시지를 냈다. "적극 투표해서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장 대표는 자신을 '최악'에, 김 후보를 '차악'에 빗댄 것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김 후보를 2000여 표 차로 누르고 대표 자리에 올랐다
(관련기사: 국민의힘 새 당대표에 장동혁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든 승리" https://omn.kr/2f2pw).
장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면회'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전한길 최고위원 지명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한 바 없다"라며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았다
(관련기사: 취임 첫날부터 반발... 장동혁 "윤 접견 약속 지킨다" vs. 조경태 "대표 그만두고 가라" https://omn.kr/2f30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