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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인 종묘(宗廟). 사진은 제례를 지낼 때 임금이 잠시 머물며 앞선 임금들의 공덕을 기리던 '망묘루'.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인 종묘(宗廟). 사진은 제례를 지낼 때 임금이 잠시 머물며 앞선 임금들의 공덕을 기리던 '망묘루'. ⓒ 권우성

고종황제 장증손 이준 의친왕기념사업회 회장은 분노했다.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김건희씨가 영부인 시절이던 2024년 9월 3일 지인들을 불러 세계유산 종묘 망묘루에서 사적 차담회를 한 사건 때문이었다. 그는 "대통령 영부인은 왕조시절 왕후나 대비마마가 아니라 위대한 국민들이 뽑은 선출직 공무원 대통령의 부인"이라면서 "세계문화유산 종묘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스스로 대한민국 국격을 떨어뜨린 것에 규탄하며 정식 사과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망묘루는 '임금의 정자'다.

'김건희 망묘루 사적 차담회' 사건은 지난해 12월 중순께 JTBC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의친왕기념사업회는 김건희씨를 규탄하는 입장을 냈었다. 대통령 탄핵과 파면, 대선이 지나면서 잊히는 듯했지만 다시 사건은 재점화했다. 지난 26일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고양갑)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국가유산청장에게 질의하면서다.

김 의원의 발언 내용을 종합하면, 김건희씨는 2024년 9월 3일 지인 등 6명과 종묘 안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열었는데, 이를 위해 전날(9월 2일) 냉장고 등 창덕궁에 있던 가구를 옮겨 설치했다. 종묘관리소 직원들은 김건희씨의 차담회를 위해 거미줄을 제거하는 등 청소를 단행했다. 뿐만 아니라 차담회가 열렸던 날은 종묘의 휴관일이었는데 소방차 등이 드나드는 소방문을 통해 차량으로 경내에 진입했고, 경내 CCTV를 껐다고 한다. 권력을 가진 자가 국가유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다.

고종 장증손의 일침 "김건희에게 누가 사적이용 권한을 줬나"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인 종묘(宗廟). 사진은 제례를 지낼 때 임금이 잠시 머물며 앞선 임금들의 공덕을 기리던 '망묘루'.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인 종묘(宗廟). 사진은 제례를 지낼 때 임금이 잠시 머물며 앞선 임금들의 공덕을 기리던 '망묘루'. ⓒ 권우성

이준 의친왕기념사업회장은 27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김건희씨가 너무나도 생각이 짧았다"면서 "영부인이라는 권력을 이용한 월권행위"라고 규정했다. 특히 "종묘는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유산 문화재이고, 저희 황실 후손 입장에서는 조상들을 모시는 신성한 곳"이라면서 "선조들도 종묘에 갈 때는 예를 갖췄는데, 영부인이 아는 사람을 불러 차담회를 장소로 썼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무시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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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황실의 후손들도 성묘 시기에 입장료를 내고 종묘에 입장한다. 휴관일에도 못 들어간다"면서 "당연히 정부의 법과 규정을 따른다. 심지어 세계유산이기 때문에 향 한 자루 사르거나 술 한잔 올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황실 관계자 역시 공화정에서는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시민과 똑같다고, 하물며 영부인도 시민일 뿐'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준 회장은 "종묘관리소 공무원들에게 들은 내용에 따르면 당시 외국인 2명과 신부, 스님 등이 종묘 망묘루를 사용했다"면서 "영부인이 과거 코바나콘텐츠 운영 시절 주관한 마크 로스코 전(展) 때 인연을 맺었던 마크 로소코 작가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소코씨 등이 현장에 왔었다고 한다"고 했다. 2024년 9월 초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마크 로소코 작가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소코씨와 딸 케이트 로소코씨가 한국에 방문했었다.

그는 "종묘관리소장이 다른 공무원들에게 대통령실로부터 받은 지시를 전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가끔 궁능유적관리본부나 종묘관리소에서 행사가 있을 때 황손들에게 의견을 묻곤 하는데 우리는 아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종묘가 남편이 뽑은 공무원한테 명령해 궁궐 가구 가져다 차 마셔도 되는 곳인가"

‘종묘가 김건희 개인 카페냐’ 어처구니 없는 그 현장 다녀왔습니다. 권우성

의친왕기념사업회는 이날 오후 공식 입장문을 냈다. 이준 회장 명의의 입장문에서 의친왕기념사업회는 "종묘를 신성시하고 경건한 자세로 여기는 종묘의 직계 후손들은 국가원수 부인의 행동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라고 분개했다.

"저희 직계 조상님 모신 사당이자 국가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종묘에서 지인들과 깔깔거리며 담소를 나누는 장소로 함부로 사용한다는 말입니까? 후손들에게 허락 받았습니까? 국민들에게 허락 받았습니까? 남편이 뽑아준 국가유산청장한테 명령하고 언제든 궁궐의 가구를 가져다가 세팅하고 지인들과 차 마셔도 되는 곳입니까? (중략) 권한을 누가 줬습니까? 김건희 여사의 세계문화유산 종묘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린 것에 규탄하며 정식 사과를 요청합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2024년 9월 3일 김건희씨의 망묘루 사적 사용 당시 참석자와 행사 목적에 대해 국가유산청에 질의했지만 27일 오후 3시 현재까지 답변을 듣진 못했다. 다만 전날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아주 부적절한 사례"라며 "잘못된 행위를 했으면 반드시 감사 청구하고 고발 조치해 엄중히 문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건희#망묘루#이준#고종#의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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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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