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점심 시간에 꽃피움 아이들(만4세)이 갑자기 숟가락을 내려놓고 우르르 몰려 나와 나를 에워싸고는 묻기 시작했다.

"이 어린이집 다 원장님 거예요?"
"노란차도 다 원장님 거예요?"
알고 보니 며칠 동안 아이들끼리 토론 중이었다고 한다.

"이 어린이집은 누가 지었지?"
"공사하는 아저씨가 짓고 원장님이 돈 냈겠지."
"이사장님 것 아니야?"
"아닐 걸. 원장님이 대장이니까 원장님꺼지."

AD
그러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인지 "원장님한테 물어보자!" 하고 몰려온 것이다.

아이들은 평소에도 누구 것인지를 자주 묻는다. 물놀이 가서 정말 신나게 놀다 돌아 올 때도 "여기 원장님 거예요?" 매곡리에서 불 피워 고구마 구어 먹고, 온 얼굴에 시꺼먼 칠을 하고는 "매곡리는 원장님 거지요?" 줄넘기를 천개 뛰고는 상으로 유기농 과자를 받고는 "착한 살림(유기농매장)은 원장님 거지요?" 당연히 모두 원장님 것인 줄 안다.

예전 어린이집에 모래 놀이터가 없을 때 가까운 아파트 모래놀이터를 자주 찾아다녔다. 교사가 앞뒤에서 수레에 놀이에 쓸 살림살이를 잔뜩 담아 끌고 가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줄지어 따라갔다. 그러다 어느 날 너무 자주 갔는지, 아니면 너무 시끄럽게 놀았는지 경비하시는 분들에게 야단맞고 처량맞게 쫓겨 온 경험이 있다. 또 한 번은, 민원이 들어갔다며 공원관리 담당 공무원이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아이들의 마음에 서운함으로 남아서 그런 걸까? 아이들은 정말 좋아하는 건 원장님 것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야 다 할 수 있고 마음 놓고 놀 수 있고 밀려 나지 않기 때문이다. 원장님은 자기들을 위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내 것은 자기들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어린이집이라는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을 믿을 수 있다는 또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어린이집은 내가 법적소유주인 것은 맞으나 내가 주인인지는 의문이다. 아이들이 "원장님 거지요?" 라고 묻는데 바로 대답이 안 나온다. '내 것인가? 그럼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가?'

처음 시작은 분명히 내 소유였다. 내 땅, 내 건물이었고 대표자, 원장이 다 나다. 내 뜻 대로 생태교육을 시작했고 건물을 꾸몄고 교사를 뽑았다. 운영도 내가 원하는 대로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린이집이 스스로 생명을 가지고 달리고 있다.

남들 하는 것처럼 한다고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나도 줄어드는 출생률과 지역의 상황을 보며 눈에 반짝이는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싶다. 원아모집을 위해서라면 화려한 발표회도 하고 싶다. 면으로 된 헐렁하고 촌스러운 나들이복 대신에 사진이 잘 나오는 넥타이 매는 교복이 입히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가방에 든 젖고 흙 묻고 물감 잔뜩 묻은 옷 대신 학습지나 예쁘게 만든 작품들을 들려 보내고 싶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기관들은 많고, 그 곳에서도 아이들은 잘 자란다. 부모들은 만족하고, 교사들은 덜 힘들다.

하지만, 늦었다. 내가 일반 유아교육기관들처럼 하고 싶다고 해도 이제는 할 수 없다. 움사랑은 모두의 뜻이 모여 '움사랑다움'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몸과 마음과 영혼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시작이 부모, 교사, 도와주는 이들, 모두의 마음과 의지를 모아 어린이집을 단단하게 만들고 날개를 달고 성장하게 해서 '나'라는 개인이 쉽게 바꿀 수 없는 하나의 생명을 가진 집단이 되었다.

내가 뭔가를 새롭게 해 보려고 할 때 교사들은 마음에 안 들면 이렇게 말한다. "그게 우리 어린이집과 어울리는 거예요?" "생태어린이집이 그렇게 해도 돼요?" 심지어 부모들마저 "움사랑스럽지 않아요"라고 말 하는 일도 있다.

최종 결정권자는 내가 아니고 모두가 함께 만들어 온 '움사랑다움'이 되었다. 그러니 원장님 거냐는 물음에 자신 있게 '내 것'이라 답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나도 물어보고 싶다.

"이 어린이집은 누구 거예요?"

윤솔이 편지 어느 스승의 날 씨영금반 윤솔이가 준 편지
윤솔이 편지어느 스승의 날 씨영금반 윤솔이가 준 편지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움사랑생태어린이집생태어린이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재

움트다, 사랑하다!

대구에서 생태유아교육 중심 어린이집 운영 중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