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8월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공용브리핑실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병서 예산실장, 구 부총리, 임기근 2차관, 안상열 재정관리관. ⓒ 연합뉴스
2026년 국가예산이 728조 원으로 편성되었다. 그중 110조 원은 세금으로 메우지 못해 적자국채, 즉 빚을 내어 조달하기로 했다. 숫자만 보더라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빚을 내는 게 괜찮은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빚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정부회계에서는 채무의 성격에 따라 '착한 채무(good debt)'와 '나쁜 채무(bad debt)'로 나뉜다.
'착한 채무'란 쉽게 말해, 당장은 빚이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오는 알뜰한 빚을 말한다. 정부회계상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경제성장률이 이자율보다 커야 한다. 둘째, 조달된 재원이 생산적 투자에 쓰여야 한다. 예컨대 R&D, AI, 교육, 사회 인프라처럼 미래성장과 세수확충에 기여하는 부문에 투입된다면, 그 채무는 부담이 아니라 성장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된다. 또한 청년미래적금, 아동수당, 지역사랑상품권 등도 청년불안정, 저출생, 지역소멸 같은 사회구조적 위기를 완화하는 사회적 투자이며, 이는 재정승수(fiscal multiplier)가 높은 투자로 경제 활력을 불러온다.
그렇다면 2026년 예상 거시지표를 바탕으로 '착한 채무' 여부를 따져보자. 한국은행은 실질성장률을 1.8%, 물가상승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를 합한 명목성장률은 약 3.7% 수준이다. 한편 기준금리(이자율)는 2.5%에서 점진적으로 2.0% 수준까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명목성장률(3.7%)이 이자율(2.0~2.5%)을 웃돌기 때문에 '착한 채무'의 첫 번째 조건은 충족된다.
둘째 조건도 살펴보면, 2026년 728조 예산 항목에는 AI·R&D·초혁신경제 54.4조, 에너지·기후 7.9조, 문화·콘텐츠 5.7조, 사회안전망·복지 128.7조, 지역균형·인프라 29.2조 등 총 225.9조원(31%)이 생산적·혁신적 투자로 편성되었다. 이는 성장기반을 강화하고 미래경쟁력을 높여 일자리와 세수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므로 두 번째 조건에도 부합한다.
그렇다면 '나쁜 채무'는 무엇일까? 이는 경제성장률보다 이자율이 더 높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때, 혹은 조달한 재원이 비생산적 지출에 투입될 때를 말한다. 이런 나쁜 채무는 재정을 파탄내고 미래세대에 큰 짐만 남긴다.
결국 2026년 국가예산은 예상 거시지표와 투자 방향을 볼 때 '착한 채무'의 성격이 강하다. 명목성장률이 이자율을 상회하고, 미래 성장동력과 사회안전망 강화에 집중된 생산적 투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종적인 평가는 집행과정에 달려 있다.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고 얼마나 철저히 성과를 챙기느냐에 따라 '착한 채무'로 남을 수도, '나쁜 채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빚더미'나 '재정폭탄'이란 공포조장이 아니라, 빚을 어떻게 활용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일출씨는 전북대 특임교수/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자문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