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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16 11:57최종 업데이트 25.09.16 11:57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재도입-확대를 요구하는 이유

[풀어쓰는 노동시간] 안전운임제 도입을 둘러싼 화물연대의 노동정치 전략

화물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임금의 최저선이 없다.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임금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그 밖의 노동조건에 관해서도 화물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기존 노동법제가 보호하는 틀 밖에 놓여 있어 사용자와의 교섭 또한 쉽지 않다.

그동안 화물연대가 노동법의 규율이 닿지 못하는 곳으로 달아나버린 사용자 대신 국가를 상대로 한 교섭과 투쟁 전략에 매진해 온 까닭도 실은 여기에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는 지난 7월 월례토론회에서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라는 보다 구속력 있는 운임제도의 구상과 실행에 뛰어든 배경과 과정에 대해 강경희 연구자의 발표를 통해 함께 살펴보았다[1].

안전운임제의 구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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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적인 임금노동, 전통적인 고용관계 모델을 중심으로 설계된 노동법제에서 열외된 이들은 기존 제도의 바깥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 이번 월례토론에서 강경희 연구자는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구상과 실행 경험을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여타의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화물노동자들도 임금(보수)을 '실적에 따른 수수료' 형태로 지급받는데, 화물운송운임 또한 건당 운임으로 지급되며 차량 운행에 필요한 제반 경비까지 스스로 떠안아야 한다. 그러니 운임 수준이 낮을수록 화물노동자들은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이 싣고, 더 빠르게 달려야 한다는 압박을 떨쳐내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화물연대가 구속력 있는 운임기준을 구상하게 된 것은 바로 이 같은 사정에서 연유한다.

안전운임제는 문자 그대로 안전과 운임의 상관관계에 기반해 만든 제도다. 즉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낮은 운임이 화물노동자들의 과로·과적·과속으로 이어져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공공안전을 위협하게 된다는 문제의식이 이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다. 시장논리에 내맡겨진 운임 결정 구조를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화물연대는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운임제는 도입 시기(2020~2022년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때) 이러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선행연구는 화물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보았다. 제도 시행 이전 3년(2017~2019년)과 제도 시행 이후 1년(2021년) 간의 실태를 비교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결과[2]에서는 화물운송노동자의 수입 증가 및 근무시간 감소 등 노동조건 개선효과를 확인했다. 또한 운임의 최저기준을 확립, 강제함으로써 저가 입찰(최저입찰제) 관행이 줄어들고 화물운송시장에 만연한 다단계 거래구조의 개선효과도 확인했다.

제도 구현을 뒷받침한 세 가지 정당화 논리

화물연대는 '조직화 → 단체교섭 → 단체협약 체결'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운동경로를 벗어나 운임 조건을 개선할 대안적 방법을 모색했다. 이는 사용자에게 교섭 의무를 지우기 어려운 비임금 노동자의 취약한 지위에서 비롯한 접근방식이었다. 국가-노동의 관계로 노동정치의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협상 지형을 재편해 온 핵심 기제로 다음의 세 가지 논리가 작동했다. 연구자는 안전운임제를 정당화했던 산업 갈등, 시장 실패, 공공안전의 논리가 어떻게 출현하고 채택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첫째, '산업 갈등의 논리'에서는 공급사슬의 결절점을 장악하는 운송 노동의 잠재적 위력이 화물연대의 지속적인 동원 전략을 통해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과정, 동시에 탈동원과 포섭 사이를 오가며 이에 대응했던 국가의 관리 전략에 대해 짚었다. 이때 국가의 중심적 역할은 노동조합의 집단행동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기존 규제나 체제에 대한 도전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 새로운 이해대변의 형식에 합법성을 부여한다[3]. 실제 2005년 화물연대의 총파업 계획을 돌려세운 것도 "화물연대를 화물차주를 대변하는 조직적 실체로 인정하겠다"는 정부와 집권여당의 약속이었다. 이처럼 화물연대의 동원 전략은 제도화되지 않은 비임금 노동 영역에서 산업갈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둘째, '시장 실패의 논리'에서는 화물연대가 시장근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운임 결정 원리의 사회화를 요구했던 과정을 살펴보았다.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비용과 책임이 아래로 향하는 운임 결정 구조의 부조리를 제기하는 한편, 그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요청한 것이다. 특히 2008년 화물연대 총파업의 성과로 이명박 정부는 표준운임제 도입 검토를 약속하며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첨예한 대립 속에 정부는 결국 강제성을 띠지 않는 방식으로 표준운임제 시범사업을 2010년에야 실시했다. 구속력 있는 운임제도의 도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새로운 논리가 요청되고 있었다.

셋째, '공공 안전의 논리'에서는 운임의 최저선을 규제하는 제도에 공공 안전의 논리가 접목된 과정을 다루었다. 공공 안전과 적정 운임을 연계하는 논리는 호주 운수노조가 앞서 구사했던 방식이었는데, 이는 운임 결정 원리의 사회화를 고민하는 화물연대에도 큰 영감을 주었다. 화물연대가 공공 안전의 프레임을 강조하는 '국민에게 안전을, 화물노동자에게 권리를'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것도 이 시기(2014년)였다. 안전 의제가 갖는 보편적이고 도덕적인 함의는 교착 상태에 빠진 투쟁과 협상의 장을 규제완화에 대한 안전의 우위로 재편했다. 운임 규제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두된 안전사회 담론과 접속하며 더욱 증폭됐다.

 2025.7.18.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국회 앞에서 '제대로 된 안전운임제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5.7.18.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국회 앞에서 '제대로 된 안전운임제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노동과세계

3년 전 안전운임제의 재탕? 원점 회귀 아닌 힘찬 도약의 발판으로

화물연대는 기존의 제도에 균열을 내는 저항을 구축해 나가는 한편, 안전이라는 보편 의제에 자신의 요구를 기입하는 이중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연구자는 이를 통해 화물연대가 비임금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의 공통 규칙을 형성하는 하나의 유력한 경로를 제시했다고 보았다.

새 정부에서 안전운임제가 부활했지만, 또다시 일몰제와 일부 품목(컨테이너, 시멘트 운송)이라는 틀에 갇힌 채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빈손으로 원점에 회귀한 것은 아니다. 기존 노동법제의 공백을 딛고 대안적 노동기준을 확립해 나갔던 화물연대의 경험은 안전운임제의 온전한 재도입과 전면 확대, 나아가 특수고용 노동자성 인정이라는 과제를 다시 힘차게 밀어나갈 동력이 될 것이다.

각주

[1] 이 글은 노동시간센터 7월 월례토론 발표자인 강경희 연구자의 석사학위 논문 『임금노동 바깥의 노동정치: 화물운송산업 안전운임제도를 중심으로』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2] 한국교통연구원. 2021.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3] 바카로, 루초‧크리스 하웰. 2017. 유형근 옮김. 『유럽 노사관계의 신자유주의적 변형: 1970년대 이후의 궤적』. 한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9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임용현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안전운임제#화물연대본부#특수고용노동자#적정운임#공공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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