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현장 실태조사에 나선 음성군의회 박흥식 의원과 음성군 담당부서장들. ⓒ 음성타임즈
충북 음성군이 음성읍 읍내4리에 2년간 총 6억 원의 혈세를 쏟아부은 '역말 오솔길 조성사업'이 결국 실패로 끝이 났다.
3년간 식재했던 약 8만주의 라벤더는 모두 고사했고, 기반 설치물은 잡초와 넝쿨에 덮힌 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관련 사업으로 공무원 11명이 신분상 조치(징계 2, 훈계 8, 주의 1)를 받는 등 홍역을 치렀던 이 사업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의 대표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역말 오솔길 조성사업'은 마을 서쪽 한일중을 기점으로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비탈길 인근에 라벤더를 식재해 아이스크림, 제과, 비누 화장품 등 마을에서 개발한 제품을 라벤더 축제를 통해 판매하고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이 사업은 지난 2019년 군 단위 공모 주민참여예산 신청 사업에 선정되면서 두 차례에 걸쳐 총 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20년 본격적인 공사가 시행되면서 라벤더 2만 4865주가 식재됐고, 2021년에는 2만 4800주와 1만 2375주가 추가 식재되는 등 2년간 총 6만 2040주가 식재됐다. 투입된 예산은 약 3억 원이다.
나머지 3억 원은 위해덩굴 제거, 관수시설, 철제계단, 테크, 로프난간, 임목폐수물 처리 등의 명목으로 사용됐다.
그런데 2년간 약 6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식재됐던 6만여 주의 라벤더가 모두 고사하면서 2022년부터 더 이상의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당시 음성군 조사결과에 따르면 고사 원인은 '칡넝쿨의 침투로 인한 라벤더 뿌리 고사', '식재 후 잡초가 라벤더보다 웃자라게 되면서 라벤더 도태', '급경사지 격자블록 몰탈부의 온도 상승에 따른 뿌리 고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음성군은 사업 추진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타개책으로 마을 인근 대체부지에 라벤더를 별도 식재하는 등 후속조치에 나섰다.
2022년 9월 15일 '읍내4리 라벤더 유지관리를 위한 상호업무협약' 체결, 2023년 2월 15일 라벤더 관련 재협의, 2023년 3월 6일 역말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재구성 등의 협의가 이루어졌다.
이후 2023년 4월 라벤더 재식재 위치 비료 살포, 로타리 작업 등을 거쳐 마을 인근 약 3100㎡ 면적의 음성천 둔치 하천변에 약 2만 주의 라벤더가 추가 식재됐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추가 식재된 2만 주마저 모두 고사했고, 현장에는 백일홍이 대신 자리를 잡고 있다. 총 8만여 주의 라벤더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음성군 관계자는 "추가 식재된 2만 주는 2023년 재구성된 역말도시재생주민협의체에서 관리하도록 협약이 맺어졌다. 그런데 당시 마을주민간 여러가지 갈등으로 인해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담당자도 모두 변경됐고 더 이상의 예산 투입도 불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사업을 이어갈 추가적인 방안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현장 실태조사에 나섰던 음성군의회 박흥식 의원은 "총체적 행정 난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예산 편성과 공사 계약, 과도하게 책정된 것으로 보이는 라벤더 구입비 등 추진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의원은 "라벤더와 연계된 마을사업은 무산됐지만 기존에 설치된 관수시설, 철제계단, 테크, 로프난간 등에 투입된 예산은 재활용해야 한다"면서 "먼저 잡초와 넝쿨 제거가 급선무다. 마을 산책로로 이용하는 방법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이제는 식생에 적합한 식물을 애초 사업부지에 심어 마을미관 개선과 환경정비를 꾀해야 할 것"이라며 "관건은 마을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여부와 추가적인 예산 확보"라고 말했다.
박흥식 의원은 향후 군정질의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 파악은 물론 설치물 재활용 가능 여부 등을 타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역말 오솔길 조성사업'은 대상지선정 및 예산편성과정, 집행, 운영계획, 사후관리 등이 모두 허술하게 추진되면서, 주민참여예산제의 본뜻을 퇴색시킨 뼈아픈 사례로 기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