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한강버스 망원선착장의 전경. 편의점과 카페, 치킨가게가 입점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 박장식
지난 18일 서울 잠실, 뚝섬, 압구정, 옥수, 여의도, 망원, 마곡 등 7개의 정류장과 함께 '한강버스'가 개통됐다. 한강버스는 한강의 물을 교통로의 하나로서 사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행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한강을 대중교통의 일원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는 꽤 많았다. 당장 지난 2024년 5월 5개 승강장을 철거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시피 한 '한강택시'가 있었고, 2015년에는 남는 관공선을 이용해 뚝섬과 잠실을 연결하는 '관공선 셔틀페리'도 운항했지만 소리소문 없이 운항이 중단되었다. 2025년 시작되는 한강버스는 무언가 달라야 할 테다.
지난 19일 직접 타본 한강버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여전히 한강택시와 관공선 셔틀페리의 단점이 그대로 이어진 듯한 느낌이 컸다. 지난 두 번의 시도에 비해 접근성도 좋아졌고, 홍보도 많이 되었기에 승객은 많았다. 하지만 유람선과 교통수단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은 여전했다.
선착장 접근, 전보다는 쉬워졌지만...

▲한강버스 여의도선착장에 한강버스 운행구간을 알리는 폴사인이 함께 서 있다. ⓒ 박장식
대중교통 접근성은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 한강택시 운항 당시에도 지하철 접근성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뚝섬 선착장, 여의나루 선착장을 유지하면서, 옥수역에 인접한 옥수 선착장 등을 마련했다. 약 5분 거리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는 마곡·망원·압구정선착장 역시 지난 한강 수계 내 교통수단 운행 당시에 비해 좋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환승이 쉽지 않다. 대다수의 경우 선착장에서 나와 바닥 표시를 보고 5분 가까이 걸어야 다른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다. 선착장 앞 유휴공간까지 버스가 들어와 선착장에서 버스 탑승까지 1~2분 걸리는 정도가 돼야 하고, 또 햇빛과 눈·비를 막을 수 있는 파고다를 설치해 최소한 지하철에 준할 만큼 편리해야 승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강공원 내에서도 접근성이 좋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선착장이 지그재그 형태로 이루어진 복잡한 경사로를 올라야만 도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 번에 계단을 이용해 접근한다면 시간을 줄일 수 있겠지만, 놀이공원 입장 대기줄을 닮은 듯한 경사로를 지루하게 몇 번 오가야만 선착장과 지상을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게 아쉬웠다.
다행히도 선착장 내부로 진입하면 10초 내에 바로 한강버스를 타러 갈 수 있다. 교통카드 사용도 가능하고, 티켓을 구매할 수도 있다. 화장실 등도 깨끗하게 배치되어 있고, 선착장에 꼭 필요한 승객 대기 시설도 좁지 않다. 다만 대다수의 선착장 내 승객 대기 시설이 개찰구 안쪽에 있는 점은 아쉽다.
선착장 내에는 이른바 수익시설이 많다. 환영할 일이다. 특히 1층에는 편의점을 두고, 2층과 3층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점포와 카페를 배치한 것 역시 한강이라는 장소성을 생각한다면 매우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한강버스를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쓴다고 생각했을 때는 조화로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망원·여의나루·압구정 등 선착장 입구에는 한강 라면 조리기가 설치되어 있고, 음식물쓰레기통도 함께 놓여 있다. 선착장에 접근할 때마다 라면 끓는 냄새가 동행한다는 의미다. 어쩌다 한 번 이용하는 유람선이라면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겠지만, 바쁜 출퇴근 시간에 매번 라면 절은 냄새를 맡아야 한다면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감당하기에 큰 선박 소음, 좁은 좌석... '여유' 챙기기 괜찮을까

▲한강버스 내부 좌석. 좌석 수가 많은 대신 비교적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어 출퇴근 시간대 불편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박장식
한강버스가 도착하자 타고 내리는 승객들이 많이 보였다. 직접 타서 내부를 보니 좌석이 꽤나 많고, 한강을 전면에서 조망할 수 있는 좌석도 있어서 반가웠다. 초도 도입 선박을 기준으로 좌석이 192석에 달하기에,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이 아니라면 승선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좌석이 많아 좋았지만, 앉았을 때 느낌이나 움직임이 편치만은 않았다. 웬만한 연안 여객선보다 좌석이 좁고, 창가에 앉으면 승하선 때마다 옆 사람의 양해를 구해 오고가야 하는 치명적 문제가 있다. '한강 위의 시내버스'라기보다는 '한강 위의 광역버스' 같은 느낌이었다.
좌석 폭과 앞뒤 공간도 넓지 않았다. 리클라이닝 장치도 없어 뒷자리 승객이 없을 때 등을 쭉 펴고 편하게 갈 수도 없다. 마치 저비용항공사의 좌석에 앉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마저도 선반 역시 좁아 15인치 크기의 노트북을 똑바로 펴기 어려웠다. 한강버스의 특성상 15분에서 20분마다 정차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차라리 시내버스 좌석을 떼어다가 놓는 편이 더 편리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초도 선박인 101호 선박 '경복궁호'를 기준으로 선박의 소음과 진동은 감내하기 어려웠다. 선내에서도 소음과 진동이 심해 마치 순항하는 항공기 안에 내내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화도 잘 들리지 않고, 안내방송도 진동과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진동과 소음 덕에 비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뱃멀미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객실에 차음 및 방진 설비를 집중적으로 보강하는 등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이 꼭 있어야만 한강버스 안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한강 밖 풍경은 여유를 느끼기에 좋다. 한강변 고층 건물은 물론, 각 대교를 지날 때마다 쉽게 보지 못했던 한강을 눈에 담는 기분도 새롭다. 다만 선내 안내 설비가 부족해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다음 선착장이 어디인지 알려면 선내 중앙 식음료판매시설까지 가야 했다. 객실 내 안내 설비도 더욱 보강할 필요가 있다.
승하선 지연 아쉽고, 구조 복잡한 선착장도... '정시성' 지킬 수 있을까

▲한강버스는 개찰구를 마련하고 교통카드 승하차를 지원하는 등 '대중교통'에 초점을 맞춘 교통수단으로 포지션을 잡았다. 하지만 그런 포지션과 반대되는 면이 적잖아 아쉬움을 남긴다. ⓒ 박장식
승하선 과정에서도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시내 교통수단으로 페리를 차용한 다른 국가보다 접안 시간이 길었다. 한강버스는 승·하선 절차가 복잡했다. 선착장에 접근한 뒤, 배의 홋줄을 선착장에 고정한다. 이후 탑승교를 내리면 승객이 차례대로 하선하고, 다른 승객들이 승선하면 탑승교를 올려 출항한다.
실제로 한강버스는 다른 국가의 선착장에 비해 배를 접안하기 까다로운 환경이다. 탑승교가 길거나 내리기 편한 형태라면 승·하선 과정이 더욱 편리해지는데, 철제로 된 짤막한 탑승교를 선원이 직접 내리고 올리는 형태다. 사람이 직접 탑승교를 끌어내리고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탑승교가 짧다. 결국 승객들이 배까지 급한 경사를 오르내려야 한다.
심지어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탑승교가 미끄럽고, 선착장 천장과 머리를 부딪히기도 쉬우니 승하선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린다. 전체적으로 선착장의 여유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선착장의 접안 공간은 최대한 넓고 편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배 자체도 접안과 출항에 어려움을 겪고, 승객도 승선과 하선 과정에 위험에 노출된다.
아울러 승·하선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아쉽다. 한강버스는 하선하는 승객이 먼저 내린 후 승선객이 올라서는 형태로 운영된다. 하지만 여의도·뚝섬과 같이 승하선객이 몰리는 정거장에서는 지하철이 주요 환승역에서 지연되듯 승하선으로 인한 지연이 벌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200명 가까운 승객이 수시로 타고 내리는 교통수단인 만큼 승·하선 형태를 바꿀 필요도 높다.
선착장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옥수역 선착장이 그렇다. 강변북로의 교량과 동호대교의 교량이 함께 교차하는 데 더해, 중랑천과 한강이 합일되는 지점인 탓에 배가 최단거리로 빠져나가기에 위험하다. 당장 마곡에서 잠실로 향하는 한강버스는 옥수역 선착장을 출발하면 길게 후진해 한강 항로 위로 복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하는 소요시간 역시 길다.
이렇듯 선착장의 위치, 구조로 인한 접안의 어려움은 단순히 정시성을 훼손하는 것을 넘어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각 선착장에서 신속하게 접안해 빠르게 승객들이 승·하선한 뒤, 다시 간단하게 출항할 수 있도록 선착장 구조를 개선하고, 승·하선을 동시에 이루어지게 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버스'인 이상 '유람선'과는 달라야하는 한강버스

▲비 오는 밤 잠실 선착장에 정박한 한강버스의 모습 ⓒ 박장식
한강버스가 '유람선'이라면 접근성의 문제, 정시성의 아쉬움, 승하선 절차, 소음 등은 그리 큰 단점이 아닐 수 있다. 탑승 자체를 경험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강버스가 추구하는 바는 지금처럼 1시간에서 1시간 30분마다 다니는 유람선 같은 교통 시스템이 아니라,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처럼 시간에 맞추어 타고 내릴 수 있는 일상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아쉽기만 하다. 대표적으로 선착장 1층 편의점의 주력 상품은 간편식이나 커피 등 음료가 아닌 '한강 라면'이다. 입구부터 온갖 라면이 종류별로 전시되어 있다. 특히 선착장 편의점은 특수 점포로 분류되어 지하철역 편의점에서는 가능한 포인트 적립이나 '1+1', '2+1' 할인도 적용되지 않는다.
한강버스는 환승 할인과 현실적인 운임을 적용하면서 '하드웨어'로는 대중교통임을 천명했지만, 단순한 소요시간을 떠나 많은 면이 대중교통, 특히 출퇴근 대중교통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람선 선착장에 교통카드 단말기를 달아놓는다고 해서 대중교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데, 아쉬움이 크다.
서울특별시는 한강버스가 개통 3일 만에 1만 명을 기록했으며, 탑승률은 80퍼센트를 넘겼다고 자축하고 나섰지만, 반대로 '다자녀 가족을 초청해 한강버스를 타고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즐기는' 행사를 추진하는 등 둘 사이의 정체성에서 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강버스가 향후 최소한 '연안여객선'에 맞는 운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뚝섬선착장에 정박하는 한강버스 내부에서 승객들이 하선을 위해 줄을 서 있다. ⓒ 박장식
▲한강버스 탑승기
박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