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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하늘은 높고, 바다는 잔잔했다. 그 아래로 드러난 금강하구의 갯벌은 마치 커다란 숨결 같았다. 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모임 회원 8명은 21일 아침 대전에서 모여 차를 타고 서천으로 향했다. 이날 간조 시각은 오전 9시 30분이었다. 드넓게 열린 갯벌 위에서 도요새와 철새들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었다. 탐조단이 금강하구 김인전공원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아직 만조가 되려면 다섯 시간 이상이 남아 있었다. 그 사이 충분히 걸으며, 멈추며, 관찰하며, 새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여유가 주어졌다.

 탐조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탐조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 한기옥

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모임의 두 번째 야외 일정이었다. 참가자들은 이미 16일에 대전환경운동연합 교육실에서 도요새 학습회를 진행했다. 사진으로 보고 말로 들었던 새들을 직접 만나고, 소리를 들으며 배우는 자리다. 금강하구는 도요새들이 해마다 이동하는 중간기착지의 길목의이다. 책과 화면에서 머물렀던 배움은 이날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진짜 생명이 되었다.

김인정 공원 주차장에서 장비를 챙기자마자 뜻밖의 손님을 만났다. 매 두 마리와 새호리기 한 마리가 빠르게 하늘을 가르며 나타난 것이다. 날렵한 비행, 순간적인 낙하, 그리고 먹이를 노리는 집중력은 그 자체로 위엄을 드러냈다. 첫 관찰부터 맹금류라니, 참가자들의 눈빛은 금세 반짝였다.

 송골매라 불리는 매의 모습
송골매라 불리는 매의 모습 ⓒ 권석찬

 새오리기의 모습
새오리기의 모습 ⓒ 이경호

갯벌을 향해 걷던 발걸음은 송림갯벌 배후 습지에서 다시 멈췄다. 그곳에서는 논병아리 가족이 여전히 분주히 살아가고 있었다. 부모 새는 끊임없이 물풀 속을 드나들며 새끼들에게 먹이를 날랐고, 어린 새들은 부지런히 목을 내밀며 하루를 이어갔다.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의 흐름과 달리, 이들에겐 아직 돌봄과 성장이 끝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일찍 번식을 마친 청머리오리와 홍머리오리는 논병아리의 일상을 안쓰럽게 지켜보는 듯 했다.

 새끼를 여전히 키우는 논병아리
새끼를 여전히 키우는 논병아리 ⓒ 권석찬

송림갯벌에서 밥 달라고 어미 저어새에게 울어대던 아기 저어새의 모습이 여전히 눈앞에 남아 있다. 아직 날갯짓조차 서툰 작은 몸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특이한 울음소리를 연신 토해냈다. 그 울음은 바람에 실려 퍼지며, 주변의 풍경을 한순간 멈춰 세우는 듯했다.

어미 저어새는 그 울음에 응답하듯 쉼 없이 하늘과 물결 사이를 오갔다. 부리를 깊숙이 담가 작은 물고기와 갑각류를 물어 나르고, 다시 날아와 아기에게 먹이를 건네는 모습은 다급하면서도 따뜻했다. 그 부지런한 움직임 속에서 나는 우리의 일상을 보았다. 자식을 위해 애쓰는 부모의 얼굴, 가족을 위해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몸짓이 고스란히 겹쳐졌다. 자연 속의 이 작은 장면은, 사실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생명을 이어가고자 하는 간절함, 사랑이 만들어내는 부지런함이 저어새와 우리를 깊게 닮아 있었다.

 먹이를 달라는 새끼와 먹이를 찾는 어미저어새
먹이를 달라는 새끼와 먹이를 찾는 어미저어새 ⓒ 이경호

이날의 백미는 솔리천과 바다가 맞닿은 지점에서 펼쳐졌다. 하늘 저편에서 낯선 실루엣이 다가오더니, 탐조경을 든 이들의 눈에 벌매임이 확인됐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희귀조류, 그 이름조차 생소했던 새가 부드럽게 날갯짓하며 하늘을 선회했다. 순간 모두가 하늘로 시설은 옮겼다. "벌매다!"라는 짧은 외침이 터져 나오자, 모두는 목이 빠져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개가 뻣뻣해질 정도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혹시라도 시야에서 사라질까 두려운 듯 눈길을 떼지 못했다.

벌매는 마치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듯, 넓은 하늘을 품에 안고 돌았다. 이내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하는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하늘만 바라봤다. 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고개를 치켜들며, 각자의 카메라 셔터 소리만이 그 순간을 기록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한순간의 선물처럼 주어진 셈이었다.

 벌매의 모습
벌매의 모습 ⓒ 이경호

탐조모임은 차량으로 이동하며 만난 새들 이야기를 이어갔다. 누구는 몇 번째로 본 새라고 자랑했고, 누구는 이름조차 처음 듣는다며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김재민, 권석찬 학생은 처음보는 도요새들이 너무 예쁘다며, 기록하기에 바빴다.

실제로 이날 금강하구에서 만난 새들의 목록은 풍성했다. 좀도요, 민물도요, 붉은어깨도요, 마도요, 중부리도요, 큰뒷부리도요, 흑꼬리도요, 개꿩, 청다리도요, 붉은발도요, 뒷부리도요, 깝짝도요, 왕눈물떼새,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흰뺨검둥오리, 물닭, 쇠물닭, 논병아리, 참새, 멧비둘기, 어치, 까치, 큰부리까마귀, 제비, 때까치, 황조롱이. 무려 40종에 이르는 기록이었다.

 뒷부리도요의 비행
뒷부리도요의 비행 ⓒ 이경호

더욱 놀라운 것은 멸종위기종의 연속된 등장이다. 알락꼬리마도요, 매, 벌매, 검은머리갈매기,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새호리기, 검은머리물떼새까지 8종이 관찰됐다. 특히 검은머리갈매기 300여 마리는 이미 남하해 월동을 준비하고 있었고,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는 나란히 서서 먹이를 찾는 모습으로 금강하구의 건강성을 증명하듯 존재했다.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의 비행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의 비행 ⓒ 이경호

아쉬움도 남았다. 이날 탐조단의 목표종이었던 넓적부리도요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다음에는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남겼다. 탐조의 본질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과 인내, 그리고 만남의 우연을 받아들이는 데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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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멸종위기종을 만날 수 있는 곳을 미래세대에게 남겨주지 못한다면, 그건 우리 모두의 죄일 겁이다. 금강하구는 단순한 철새의 중간 기착지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의 길목, 지구 생명망을 이어주는 소중한 고리였다. 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모임(https://open.kakao.com/o/gpmZptCh)은 이번이 두 번째 야외 탐조였다. 앞으로 겨울에도 탐조를 이어가며 배움과 실습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날의 경험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금강하구와 같은 생명의 터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다짐을 남겼다. 가을 하늘과 바다, 그리고 갯벌에서 만난 새들은 저마다의 존재만으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 우리를 이런 새들을 지켜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되집어 볼 때가 되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탐조를 하는 모습
탐조를 하는 모습 ⓒ 이경호



#탐조#금강하구#멸종위기종#멸종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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