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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개의 모습. 갈라진 꼬리와 날개의 흰색 점이 특징이다.
솔개의 모습. 갈라진 꼬리와 날개의 흰색 점이 특징이다. ⓒ 이경호

지난 27일 오후 충북 청주 미호강 팔결교 인근. 유유히 하늘을 선회하며 강을 따라 움직이는 커다란 맹금류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 날개와 길게 갈라진 꼬리,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실루엣. 그것은 바로 솔개였다.

솔개는 노래 가사에도 등장해 국민들에게 익숙한 이름이지만, 정작 우리나라 자연에서 만나는 것은 극히 드문 종이 됐다. 전국적으로 월동하거나 국내를 통과하는 솔개는 70개체 내외로 매우 적다. 때문에 이번 확인은 지리적·생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천 위를 가볍게 미끄러지듯 비행하며 먹이를 찾는 모습은 그 자체로 우아했고, 동시에 미호강의 생태적 잠재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하 박 처장)은 "솔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보호받는 종"이라며 "미호강에서 관찰된 것은 이 하천의 가치가 그만큼 높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2025년 미호강 생태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향후 결과를 토대로 보호지역 지정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늘을 지배하던 새는 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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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는 과거 한국의 하늘을 지배하던 새였다. 1969년까지만 해도 서울 종각과 창덕궁 나무 위에는 매일 저녁 260~270마리의 솔개가 모여 잠을 청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960~1970년대 농약(DTT, 쥐약 등) 사용과 급격한 도시화로 솔개 개체수는 급감했다. 농약에 오염된 먹잇감, 사라진 하천과 습지, 줄어든 대형 나무는 솔개를 하늘에서 몰아냈다. 그렇게 전국적으로 흔하던 새는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다.

 솔개 월동현황 변화
솔개 월동현황 변화 ⓒ 철새지리정보시스템 화면 갈무리

민요와 속담, 대중가요 속에 살아 있는 솔개는 한편으로 사람들에게 두 얼굴을 지닌 존재였다. 마을 인근을 선회하며 병아리를 낚아채기도 했던 탓에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했지만, 동시에 죽은 고기를 처리하고 쓰레기 주변을 청소하는 '생태계의 청소부'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풍요로웠던 농경시대와 도시화의 전환기를 함께 거친 솔개는, 우리의 사회사와 생활사 속에 깊이 각인돼 있는 존재다.

솔개의 학명은 'Milvus migrans lineatus'로 줄무늬가 있는 떠도는 매 정도로 해석된다. milvus 매 종류를 의미하며, lineatus는 줄무늬가 있는다는 의미고, migrans는 떠돈 다는 뜻이다. 의미대로 무늬는 밝은 갈색과 어두운 갈색을 띄는데, 흡사 줄무늬처럼 보인다. 솔개는 시베리아, 러시아 극동, 중국 북부, 한국, 일본, 대만 연안에 걸쳐 분포한다. 북방 집단은 계절에 따라 이동하지만 남방 집단은 비교적 정착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개는 대형 맹금류이지만 전형적인 기회적 포식자이자 청소동물이다. 살아 있는 작은 새와 설치류, 물고기를 사냥하기도 하지만, 썩은 고기와 죽은 물고기를 먹는 일이 많다. 쓰레기장이나 어시장, 도살장 주변에서 대규모로 모이는 사례도 보고된다. 이러한 습성은 솔개를 '자연의 청소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솔개는 종의 분포가 넓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평가에서 '관심권 미만'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지역 개체군은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전국적으로 감소해 개체수가 70마리 안팎에 불과하며, 대부분 낙동강 하구에서 월동한다. 그 외 지역에서의 관찰은 한두 마리에 불과해, 이번 미호강 사례가 더욱 의미를 갖는 이유다.

이곳에서 솔개가 월동할지는 알 수 없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확인된 것일 수 있으나, 27일 오후 내내 미호강에서 머물렀다.

필요한 건 정책적 보호

 비행하는 솔개
비행하는 솔개 ⓒ 이경호

미호강은 금강의 최대 지류로, 충북 청주를 가로지르는 대규모 하천이다. 넓은 하폭과 발달한 모래톱, 주변 농경지는 다양한 조류의 서식지로 기능한다. 실제로 물떼새, 백로류, 맹금류가 다수 관찰되며, 충청권에서 가장 중요한 습지 생태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은 각종 개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하천 정비, 제방 확장, 농경지 확대는 수변 생태계를 위협해왔다. 멸종위기종인 솔개의 출현은, 이 강의 보전 가치를 지닌 생태공간임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미호강 같은 하천이 여전히 살아 있는 생명의 보고라면, 솔개는 그 가능성을 증명하는 전령사다. 하늘을 선회한 단 한 마리 솔개는 작은 시작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시 수십, 수백 마리의 무리가 저녁 하늘을 물들이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생태와 함께 살아가는 전환에 성공했다는 증표가 될 것이다.

솔개는 과거의 기억 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호강에서의 조우는 우리에게 '보전의 의지'가 있다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책적 보호다. 미호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의 습지·모래톱을 법적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울러 장기적인 생물다양성 조사와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이 뒷받침돼야 한다.

#멸종#솔개#소리개#솔개확인#미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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