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동부시각으로 2일 백악관에서 미 우주사령부의 본부를 앨라배마 주 헌츠빌에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한국에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는 선불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았다. 이는 한국 외환보유액 약 4162억 달러(2025.8. 기준)의 80% 이상을 단번에 집행해야 하는 규모다. 단순한 금융 협상이 아니라 국가 금융안정과 민주적 통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압박이다.
외환보유액은 회계적 표시를 넘어, 국가 재정·통화정책의 지속가능성과 국제적 신뢰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이를 외부 압력에 따라 집행한다면 헌법 제54조가 보장한 국회의 '예산심의권'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표적 사례로 1997년 IMF 구제금융 당시 국회는 예산을 심의했지만, 이미 IMF 조건부 서한에 긴축과 구조조정이 명시되어 심의권은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다. 또한 외환은행 론스타 매각도 마찬가지였다. 국회가 승인과정에 개입하지 못한 결과, 론스타는 수조 원의 차익을 챙겼고 한국 정부는 국재중재에서 약 2억 1650만 달러(2,800억 원) 배상 판정까지 받았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순간 국민의 자산은 손쉽게 외부압력과 투기자본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후 국회는 국가재정법 개정과 국회예산정책처 설립 등 재정민주주의를 보완했지만, 외환보유액 운용은 여전히 민주적 감시가 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이 위험한 이유는 바로 이 허점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통화스와프 없이 현금을 요구한다면 한국의 외환 유동성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즉시 국회와 민주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가재정법 개정, 긴급심의 절차, 대외협상 보고 의무화 등 입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국부 유출이 반복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국회와 민주당의 역할은 이재명정부가 내세우는 국민주권 정부의 기반을 강화한다. 예산주권을 외환운용까지 확장한다면 이재명 정부는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자산을 지켜낼 수 있다. 국회와 민주당의 신속한 결단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최종 열쇠다.
조일출(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자문위원/한양대 경영학박사)